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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과 창조경제-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배셰태 2013. 6. 29. 13:31

[경제 view &] 플라스틱과 창조경제

중앙일보 2013.06.28(금)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문명사에서 현대를 지칭하는 용어는 여럿 있지만 ‘플라스틱 시대’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인류가 사용하는 도구의 주재료는 과거 석기와 청동기·철기를 거쳐 지금은 플라스틱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스틱은 일상 잡화에서부터 첨단 전자산업의 소재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현대 문명을 뒷받침하고 있다.

플라스틱 발명은 엉뚱하게도 당구공에서 비롯됐다

 

<중략>

 

정부는 지금 미래 먹거리를 찾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창조경제 하면 많은 이들이 으레 정보통신기술(ICT)과 연관 지어 생각한다. 그러나 창조경제가 특정 산업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플라스틱의 발명이나 우리나라 플라스틱 산업의 첫걸음에서 보듯 창의력과 열정으로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미래 유망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어떤 분야든 창조경제요, 창조산업이 되지 않을까 한다. 창조경제는 또한 기존의 틀을 깰 때 시작된다. 물고기가 헤엄을 멈추면 물살에 휩쓸려 가듯 지금 당장 수익이 난다 해서 안주하면 그 자리마저 지킬 수 없다. 락희화학이 플라스틱 개발을 시작할 때는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한국전쟁 와중이었고 화장품 사업으로 일군 모든 재산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기업가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사업을 일으킬 때 보람 있고 그것이 애국하는 길이라 여기며 과감히 투자했다고 한다.

 

최근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들어선 이유는 많겠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창의력과 열정을 발휘해 도전할 만한 미래 유망산업은 무궁무진하다. 플라스틱 산업만 하더라도 고기능성 소재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예를 들면 태양전지 등에서 전도성 플라스틱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인공장기 등 의학 분야에서의 활용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정부에서 창조경제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그 최대한의 역할은 이를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일 뿐이다. 창조경제의 성공 열쇠는 결국 기업이 쥐고 있다. 앞서 말한 플라스틱 산업을 비롯해 철강·자동차·조선·반도체 등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이끌어온 주력 산업은 모두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우리 기업들이 지금의 사업에 만족하지 말고 창조경제의 길에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백척간두진일보 시방세계현전신(百尺竿頭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이라 했다. 최선을 다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새로운 세계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