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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경제 시대가 오고 있다⑤/끝-LG경제연구원(`08.9월)

배세태 2010. 10. 31. 11:53

④에서 계속되여집니다

 
Ⅲ. 공짜경제의 활용 및 대응 방안 
 
1. 공짜경제 사업모델의 활용
 

특히 향후 2~3년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확산되면서, 공짜경제 사업모델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공짜경제 사업모델의 개발과 방어책 마련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과제가 될 가능성인 높다. 특히 신생 기업이나 공격적인 기존 기업들은 공짜경제 사업모델을 먼저 개발해 시장 판도를 바꾸려 할 것이다. 공짜경제 사업모델을 새로운 사업 혁신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면, 수익 원천의 창의적 발굴, 사업위험의 총체적 파악과 대비, 진정성 관리의 3가지 측면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① 새로운 수익 원천의 창의적 발굴
 

공짜 상품 배포로 시장의 관심을 모으거나 충분한 가입자 기반을 확보했다고 해서 저절로 수익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관심, 평판, 사용자 기반을 진정한 수익으로 변환하려면 창의적인 수익모델이 있어야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많은 기업들이 광고 기반의 사업모델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하지만 광고 시장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고, 기존 미디어 기업들의 입지가 탄탄하며, 신생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 수익 창출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 말 닷컴 시대에 광고 기반 사업모델을 내세운 많은 기업이 몰락한 것은 이 모델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창의적인 수익모델의 핵심은 광고 이외의 새로운 수익 원천을 발굴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은행 자금 공여 태양광 발전, 보슈-지멘스의 CDM 활용 냉장고, JC 드코의 벨리브 자전거 사업, 라이언에어의 공짜 항공권 사례 등은 창의적인 고민이 뒷받침된다면 새로운 스폰서나 수익원천의 발굴이 얼마든지 가능함을 보여준다.
 

② 사업 위험의 총체적 파악과 대비
 

공짜경제 사업모델은 매력적이지만, 또한 그만큼 위험한 사업이다. 공짜경제 사업모델에서 수익 흐름의 성격은 대부분 일회성 매출이 아니라 장기에 걸쳐 수익을 회수하는 할부 매출형 구조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외부 환경이 예상과 다르게 변하면 회수기간 장기화, 수익성 악화, 유동성 문제 등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 무료 보급 사업은 유가 하락, 자동차 단가 인상, 사용자의 운행 자제 등에 따라 사업모델의 매력도가 크게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상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미리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메트로파이(MetroFi)의 도시 무선랜 사업 실패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2년 전 미국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도시 무선랜 프로젝트가 경쟁적으로 벌어졌다. 이 중 메트로파이는 총 9개 지역에서 무선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무료(광고 기반, 저속)와 유료(사용료 부과, 고속) 형태로 사업을 전개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았기 때문에 특히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금년 5월 메트로파이는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네트워크 구축 상 기술적 난점이 대두되면서 구축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무선랜에 대한 소비자 관심 저조로 매출이 정체되며, 지자체 지원 부족으로 투자금 확보도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③ 진정성 관리  
 

공짜 상품 제공은 일차적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소비자들의 사랑과 좋은 평판을 얻기는 쉽지 않다. 기업이 진정성을 보여줘야 소비자들은 마음을 준다. 즉 소비자 편에 서서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새로운 효용을 창출하기 위해 진정 창의적으로 노력했고, 기존 경쟁자들의 반발과 압력, 다양한 난관을 힘들게 이겨내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21세기의 소비자들은 영악하다. 공짜경제 기업들이 결코 자선사업을 벌이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수익모델이 조삼모사식이라든가, 제공되는 제품의 질이 조악하다면, 소비자들로부터 관심과 열광 대신 외면과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의 실버 쥬얼리 클럽(Silver Jewerly Club)이라는 공짜 액세서리 사이트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얻었지만 좋은 평판은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는 은 목걸이, 귀걸이 등을 배송료(미국은 6달러, 해외는 9달러)만 받고 보내준다. 명분은 상품 홍보 차원이다. 유사 제품들이 보통 20~30 달러의 가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무척 저렴하다. 홈페이지에 제시된 상품들도 근사하다. 이곳의 비밀은 기획 상품과 배송료에 있다. 액세서리 제품은 모양이 비슷해도 저렴한 원석을 쓰고 수공을 덜 들인 기획 상품이라면 원가가 크게 떨어진다. 게다가 액세서리 류는 가볍고 부피도 작아 배송료가 싸다. 대량 장기 배송 계약을 하면 1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사용자들은 이를 이미 간파한 듯 싶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는 “결국 제 값내고 산 셈이다”라는 부정적인 구매 의견들을 담은 블로그가 많다. 
 

 

2. 공짜경제 시대의 대응 방안
 

공짜경제 트렌드는 소비자에게 더없는 축복이지만, 기존 기업의 경영자들에게는 향후 큰 골치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기존 가격 질서가 붕괴한다. 소비자들은 공짜 또는 사실상 무료에 노출되면, 더 이상 과거의 가격을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휴대폰 시장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정가대로 구매하지 않는다. 나아가 고객들이 공짜 제공자에게 급속히 쏠리면서, 기존 사업 기반이 붕괴될 위험성도 있다. 한국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였던 프리챌이 2004년 순식간에 몰락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짜가 일반화된 인터넷 산업에서 무리하게 유료화를 추진하다가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이렇듯 공짜경제 사업모델의 등장은 기존 기업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국내 신문 산업을 보자. 2000년대 인터넷과 무가지는 기존 언론사들의 매출 기반을 잠식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 신문들은 메트로, AM7 같은 무가지의 등장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2004년 후발주자였던 굿데이신문은 결국 파산했다. 따라서 기존 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공짜경제 시대의 도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미리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때 공짜 경쟁자의 출현에 저가 공세로 맞불을 놓는 것은 현명치 못할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기존 기업들이 원래의 강점을 유지하며 공짜경제 시대에 대응하려면 다음 3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① 시장 재정의를 통한 사업 영역 고도화 
 

공짜경제 사업모델의 출현은 소비자들의 가격 심리를 뒤흔들어 전통적인 수익모델이 위태로와질 수 있다. 이에 대응하여 기존 기업들은 무엇보다 보완재와 대체재, 고객 가치의 관점에서 시장을 새롭게 정의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가치가 저하된 기존 제품을 보완할 수 있거나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은 무엇인지, 고객들이 현재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는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하여 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다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고도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미 1990년대 가격파괴 시대에도 이와 유사한 고민이 많았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말 온라인 증권 거래 전문회사의 출현은 기존 증권사들의 수익모델에 심각한 위협이었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하로 대응했지만, 이는 수익성 악화만을 초래했다. 반면 이 시기 차별화에 성공한 증권사들은 사업영역 고도화를 시도한 기업들이다. 단순한 증권 중개 역할에서 벗어나 고객 자산 전반의 운용 자문, 기업 금융, 투자은행 업무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도전을 이겨낼 수 있었다. 
 

② 기존 시장 내 제품 차별화와 관련 수익원천의 선점 
 

공짜경쟁자의 등장에 맞서 기존 사업을 사수해야 하는 경우, 그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화도 중요하다. 특히 기존 기업들은 오랜 사업 경험에서 축적된 숨겨진 자산(hidden assets)들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숨겨진 자산의 대표적인 예로는 독특한 고객 관계나 미활용된 데이터, 방치된 비핵심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차별화가 가능하다.
 

공짜경제와 관련된 수익 원천이나 스폰서를 먼저 찾아 이를 선점할 필요도 있다. 공짜 경쟁자의 수익 창출 여지를 미리 막거나 동일한 방식으로 반격이 가능함을 과시해 공짜 경쟁자들이 진입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동향은 이를 잘 보여준다. 최근 MS는 애드센터라는 온라인 광고 플랫폼을 내놓고, 야후인수를 시도했다. 이는 인터넷 광고 모델의 대표주자 구글이 온라인에서 소프트웨어로, PC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사업을 전방위로 확장하는 것에 대한 반격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애드센터를 내세워 구글의 핵심 수익원천인 애드센스를 무력화시키고, 포털인 야후 인수를 통해 구글의 광고 스폰서들을 분산시키려 한 것이다.
 

③ 관련 산업의 공짜 전쟁 활용
 

전쟁이 일어나면 군수업자가 돈을 번다. 기존 업체와 신생 공짜 경쟁자 간에 치열한  전쟁이 야기된다면, 관련 산업의 기업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브라질의 항공기 제작사 엠브라에르는 ‘저가 항공 전쟁’의 덕을 많이 보았다. 저가 항공사들이 단거리 노선을 강화하면서 엠브라에르의 강점 사업인 저가 중형기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기 자동차 공짜 보급 사업이 확산된다면, 의외로 최대 수혜자는 이차전지 회사가 될 것이다. 배터리 1대당 단가가 1.2만 달러로 하이브리드 카에 비해 훨씬 비싸고 배터리 교체 방식이 일반화된다면, 자동차 1대당 필요한 배터리 수요가 1.5~2개 정도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공짜 전쟁은 공급 제품의 수요 트렌드를 바꿀 수도 있어 주의깊게 보아야 한다. 에어버스는 최근 A380이라는 초대형 비행기를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정작 요즘 인기 있는 기종은 중형기인 보잉 737기이다. 사우스웨스트, 라이언에어, 이지젯 등 저가 항공사들이 주로 이 기종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호황 시절에는 최고급 럭셔리 제품이 인기 있지만, 경기 침체와 공짜 전쟁 시대에는 효율적이고 저렴한 제품이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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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  
Economist, The World in 2008, Economist, 2007.11.  
Chris Anderson, why $o.oo is the future of business, Wired, 2008.3.  
Trendwatching.com, Free Love, 2008.3.  
Stuart Jeffries, The Big giveaway, Guardian, 2008.5.  
배철기, 송명준, “진화하는 수익모델, 프리코노믹스를 주목하라”, KT경영연구소, 20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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