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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경제 시대가 오고 있다②-LG경제연구원(`08.9월)

배세태 2010. 10. 31. 11:34

 ①에서 계속되여집니다

 


Ⅰ. 공짜경제의 개념과 동향 
 
1. 가격파괴를 넘어 공짜경제의 시대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은 ‘가격파괴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와 제품의 범용화, 경쟁 심화, 가치소비의 확산, 혁신적 사업모델의 등장 등으로 인해 가격파괴는 다양한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예를 들어 노트북 PC의 평균 판매가는 2000년 2,256달러에서 2007년에는 1/3 수준인 841달러로 떨어졌다. 기업들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델(PC·미국), 월마트(유통·미국)와 알디(유통·유럽), 사우스웨스트(항공·미국)와 라이언에어(항공·유럽), 유니클로(의류·일본) 등 신흥 저원가 기업들은 가격파괴를 주도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반면 대다수의 일반 제조업체들에게 가격파괴는 악몽이었다. 뼈를 깎는 원가혁신으로도 판가 하락을 따라잡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중단한 기업도 많았다.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 상황은 더욱 극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이른바 ‘공짜경제’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짜경제 (Freeconomics = Free+Economics)란 과거에 유료였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또는 매우 저렴하게 제공하고, 대신 시장의 관심(attention)과 명성(reputation),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관련 영역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방식을 말한다. 공짜경제 개념은 롱테일 경제의 주창자인 크리스 앤더슨이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의 ‘2008년 세계경제 대전망’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로 소개하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내년에 공짜경제를 다룬 신간 서적을 출간할 예정인데 이 책 역시 디지털 파일 형태로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앤더슨에 따르면 공짜경제 사업모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짜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질레트 면도기다. 질레트는 이미 100년 전에 면도기를 공짜로 주고 면도날 판매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일회용 면도기 시장을 창조했다. 이런 수익모델은 이동통신 산업에서도 나타난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휴대전화를 사실상 공짜로 주고, 이동통신 요금에서 그 이상의 수익을 낸다. 
 

TV, 라디오, 신문 등 미디어 산업도 공짜경제가 보편화된 곳이다. 공중파 TV나 라디오는 고객에게 방송 컨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에서 수익을 낸다. 신문 또한 잘 알려진 것처럼 수익의 대부분을 구독료가 아니라 광고에서 얻는다. 특히 최근 들어 공짜경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것이 인터넷 산업에서 보편적인 사업모델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구글이나 네이버는 서비스 이용자로부터 사용료를 받지 않는 대신 인터넷 광고를 통해 광고주로부터 수익을 얻는다. 

 

2. 콘텐츠와 통신 산업이 주 실험장
 

공짜경제 사업모델은 최근 새로운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며 여러 산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콘텐츠와 통신 산업 부문에서 다양한 실험이 전개 중이다.
 

2007년 8월 영국 음반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1980, 1990년대 팝 음악계를 주름잡았던 가수 프린스(Prince)가 일간 신문인 데일리메일의 일요판에 신작 앨범을 끼워 공짜로 뿌렸기 때문이다. 프린스는 이를 통해 런던 콘서트 투어를 홍보했고, 실제로 큰 성공을 거뒀다. 공짜로 배포한 CD 300만장의 인세(560만 달러)는 날렸지만, 콘서트는 21회 모두 성황을 이루었다. 프린스는 콘서트 입장권 판매만으로 2,340만 달러를 벌었고, 데일리메일로부터 100만 달러의 라이선스료도 받았다. 프린스는 결국 신작 앨범을 공짜로 뿌려 1,880만 달러(한화 190억원 상당)를 버는 통 큰 장사를 한 셈이다. 
 

음악 컨텐츠 시장의 공짜경제 사업모델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미국 디지털 음악 다운로드 시장의 80%는 애플의 아이튠스 서비스가 장악해 왔다. 아이튠스는 음원 한 곡을 다운로드할 때 99센트를 받는 유료 서비스이다. 이에 대항해 광고 기반의 합법적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가 새로 나타나고 있다. 선두주자는 미국의 스파이럴 프로그(Spiralfrog), 큐트랙스(Qtrax)와 영국의 We7이다. 다운로드 무료화의 비결은 광고이다. 이들은 음원 다운로드 전에 의무적으로 광고를 보게 한다든가, 곡의 앞 부분에 10~20초 정도의 광고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통신 산업에서도 공짜 사업모델이 큰 이슈이다. 유선통신에서는 스카이프가 선두주자다. 이 회사는 인터넷 전화(VoIP) 기반의 ‘가입자간 통화 무료’ 정책을 내세워 전 세계에서 2억 7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그럼 스카이프는 어디에서 돈을 벌까? PC에서 일반전화나 휴대전화로의 통화는 유료이다. 또한 음성메일에 저렴한 요금을 부과하고, 헤드셋이나 전화기 등 관련 하드웨어 장비에 대한 라이선스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이런 사업모델은 이미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제 제2의 스카이프를 노리는 VoIP 2.0 기업들로 관심이 옮아가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잭스터(Jaxtr)는 소셜 네트워킹에 VoIP를 결합시켜 주목을 받고 있다. 블로그나 미니 홈피에 게재한 잭스터 위젯을 통해 블로그 방문자가 블로그 주인에게 전화를 걸 수 있게 하는 컨셉이다. 전화 요금은 받는 사람이 시내 통화료 수준으로 부담한다. 전화 거는 사람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전화를 해도 공짜라는 것이다. 한편 자자(Jajah)는 스카이프와 달리 별도 소프트웨어가 필요 없고, 회원 간에 일반전화로도 무료통화가 가능하다. 회원이 자기 번호와 상대방 번호를 입력해 놓으면, 서버가 양쪽으로 전화를 걸어 연결해주는 콜백(call-back)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화료는 거는 측에서 내는데, 이를 서버 측에서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자자는 통화 중 PC 화면에 광고를 띄우거나 일반전화의 통화연결 시 컬러링 형태의 음성광고를 내보낸다. 인터넷 광고 모델을 음성통화에 적용한 셈이다. 
 

공짜 전화 전쟁은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시작될 조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버진 모바일과 영국 블라이크(Blyk)가 광고 기반의 공짜 통화 모델을 실험 중에 있다. 버진 모바일은 2006년 여름부터 슈거 맘마(Sugar Mama)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휴대전화로 배달된 광고메일을 보고 설문조사에 응답하면 1분 무료통화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2007년 말 공짜 통화 이용자는 60만 명(총 가입자 510만 명의 12%)으로, 총 900만 분의 무료 통화가 제공됐다. 영국의 블라이크도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16~24세 집단을 고객으로 겨냥해 2007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광고 수신자가 10만 명, 광고응답률이 29%에 이르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계속)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