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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경제 시대가 오고 있다③-LG경제연구원(`08.9월)

배세태 2010. 10. 31. 11:43

②에서 계속되여집니다

  
3. 전통 산업에도 공짜경제 바람

 
공짜경제 사업모델은 전통 산업에서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일본의 대학가에서는 최근 공짜 복사 서비스가 좋은 반향을 얻고 있다. 게이오대학 학생들이 2006년 4월 설립한 타다카피(Tadacopy)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대기업이나 학교 근처의 사업자들로부터 스폰서링을 받아 복사용지 뒷면에 광고를 싣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공짜로 복사해서 좋고, 광고주들은 광고지를 학생들이 오래 간직하게 되니 좋아한다. 이처럼 높은 호응을 기반으로 공짜 복사 사업은 2년 만에 44개 대학으로 확대됐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짜 교과서를 주는 기업도 있다. 미국의 프리로드 출판사(Freeload Press)는 경영, 금융, 컴퓨터 분야의 교과서들을 전자 파일로 만들고, 챕터 마지막 페이지마다 광고를 삽입해 무료로 배포한다. 덴마크의 벤터스 출판사(Ventus Publishing)도 유사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냉장고를 공짜로 주는 기업도 나타났다. 유럽의 백색가전 기업인 보쉬-지멘스(Bosche-Siemens)는 브라질의 전력회사와 제휴해 빈민들에게 고효율 냉장고를 공짜로 나눠줄 계획이다. 이 사업의 수익모델은 청정개발체제(CDM)에 숨어있다. 청정개발체제는 선진국 기업이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실시하고, 탄소배출권 형태로 보상을 받아 수익을 보전하는 사업 형태다. 보쉬-지멘스는 <그림 1>처럼 최신 냉장고를 공짜로 주고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구형 냉장고를 수거한다. 이후 냉장고의 전기 사용량 감소분과 구형 냉장고의 HFC(수소불화탄소) 냉매 처리분을 CDM 실적으로 인정받아 비용을 보전한다. 
 

최근 ‘도시 교통 체제의 녹색 전환’ 성공 사례로 각광받는 프랑스 파리의 벨리브(Velib) 사업도 공짜경제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벨리브(Velib)는 자전거(Velo)와 자유(Liberte)의 합성어로 대기오염과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해 2007년부터 시작한 자전거 무인 대여 프로젝트이다. 사용하려면 일단 연간(29유로), 주간(5유로), 일간(1유로)의 이용권을 사야 한다. 실제 사용 요금은 매우 저렴하다. 30분 미만은 무료, 30분~1시간은 1유로, 그 이상은 추가요금이 붙는다. 또한 파리 지역에 대여소가 1,200개나 있는데, 아무 곳에 돌려줘도 된다. 저렴성 과 편리함 때문에 하루 평균 11만~12만 명 정도가 이용한다. 재미있는 점은 사업의 운영 주체가 파리시가 아니라 JC드코(JC Decaux)라는 유럽 굴지의 옥외광고 회사라는 사실이다. <그림 2>처럼 JC 드코는 벨리브 사업에 9000만 유로(한화 1,400억원 상당)라는 큰 돈을 들였다. 대신 파리 시내 1,600여개의 옥외광고판에 대한 10년간 독점 이용권을 연 350만 유로라는 염가에 얻어 손실을 보전했다. 2~3년 후에는 흑자 전환도 예상된다.
 

심지어 2011년경에는 자동차를 공짜로 주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벤처 기업인 베터플레이스는 이스라엘에서 무료 전기 자동차 보급 사업을 추진 중이다. 통신회사가 휴대전화를 공짜로 주고 분당 통화요금에서 수익을 내는 것처럼, 이 회사는 전기 자동차를 무료 또는 낮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주고 주행거리에 따라 사용료를 받을 계획이다. 이 사업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배터리의 높은 가격,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시간 등 지난 20년간 풀지 못했던 전기자동차 사업의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약 1만 2,000달러로 차량 가격 상승의 주범이다. 배터플레이스는 배터리 소유권을 갖고 배터리를 운전자에게 대여한다. 운전자는 자동차를 배터리 없이 개별 구매하든지, 배터리 포함해 렌트하는 방식으로 초기 구매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전기자동차는 현재 배터리 기술로 4~5시간 충전해 150km 정도만 갈 수 있어 장거리 운행에 취약하다. 이 점은 충전소 인프라를 마치 주유소처럼 전국에 구축해 장거리 운행 시 쉴 때마다 배터리를 교체해서 해결한다는 것이다. (베터 플레이스 사업모델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개략적인 추산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1004호 ‘이머징 이슈에서 미래 트렌드를 찾아라’ 참조)
 
 


Ⅱ. 부상 배경과 유형 구분 
 
1. 공짜경제의 부상 배경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공짜경제 사업모델은 여러 산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단순하게 흘려넘길 돌발적 현상이 아니라, 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 들어 공짜경제가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부상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소비자들의 공짜 심리, 실질 구매력 약화, 정보력 증대 때문이다. 공짜 심리는 인간에게 본원적인 것이다. 특히 경기 상황이 나빠지면, 지갑이 얄팍해져 공짜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20, 30대의 구매력이 크게 약화된 것도 공짜경제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공짜 사업들 중 상당수는 이들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인터넷 이용의 확산으로 가격 비교가 쉬워진 것도 한 요인이다. 범용품의 경우 가격비교를 통해 할인가격에 파는 상품을 발견하게 되면 정상 가격의 제품은 비싸다고 생각하게 되고 좀더 싼 가격의 상품을 찾게 된다. 이렇게 끊임없이 더 저렴한 것을 찾다가 이제는 공짜까지 바라게 된 것이다. 
 

둘째, 기술 진보에 따른 한계비용 감소, 제품 범용화, 컨버전스도 원인이다. 반도체, 스토리지, 통신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인터넷 세상에서는 사실상 ‘한계비용 제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초기 시스템 구축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일단 시스템만 구축되면 가입자를 한 명 더 유치한다고 해서, 또는 메일함 용량을 100MB에서 무한대로 확장시킨다고 해서 추가 비용이 크게 들지는 않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공짜경제 사업모델이 특히 번성하는 이유는 이러한 비용 구조 때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빠르게 범용화되고 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것도 공짜경제 사업모델의 도입을 부추긴다. 또한 컨버전스로 인해 하나의 제품이나 플랫폼을 통해 여러 가지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것도 원인이다. 제품을 공짜로 주는 형태로 고객 기반을 일단 확보하면, 다양한 유료 서비스를 통해 우회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셋째, 가장 주목해야할 원인은 희소 자원의 변화와 창의적 사업모델의 중요성 증대이다. 경영학자 토머스 데이븐포트는 기업이 선점해야 할 핵심 자원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글로벌화와 정보화의 급속한 진행에 따라 토지, 자본, 노동은 더 이상 희소 자원이 아니며, 진정 희소한 자원은 고객의 관심, 시간, 평판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현대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정보의 시대로 수많은 경쟁자와 유사 제품 및 서비스가 시장에 범람하는 상황이다. 차별화를 위해 창의적인 사업모델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짜경제 사업모델은 고객의 관심, 시간, 평판을 획득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