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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경제 시대가 오고 있다④-LG경제연구원(`08.9월)

배세태 2010. 10. 31. 11:51

③에서 계속되여집니다

 
2. 공짜경제의 4가지 사업모델 

 
그렇다면 공짜경제 사업모델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수익지대의 극적인 이동이다. 이미 가치가 크게 떨어진 기존 제품은 공짜 또는 매우 저렴하게 주고, 대신 대중의 관심, 시간, 평판과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원과 사업모델을 개발해 이익을 얻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반 시장을 보자. 가치가 떨어진 기존 제품인 음원은 아예 공짜로 주고 대신 관련 영역인 콘서트, 휴대폰 벨소리, 광고 또는 영화 음악 삽입 등으로 수익 원천을 다변화하는 사업모델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프린스 외에도 라디오헤드(Radiohead), 나인인치네일(Nine-inch Nails)도 신보를 무료로 배포하여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시장의 큰 관심을 얻었다. 그리고 이들은 중간 음반 레이블사를 배제하고 팬들로부터 직접 수익을 얻는 사업방식 혁신을 통해 쏠쏠한 수익도 거두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나타나는 공짜경제 사례를 사업 관계자의 수와 소비자의 실제 지불 발생 여부에 따라 구분하면, <그림 3>처럼 사업 재정의 방식, 스폰서 방식, 가치이전 방식, 프로슈머 공유 촉진 방식 등 4가지 형태로 분별할 수 있다. 
 

① 사업 재정의 방식 :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장 오래된 사업모델이다. 고객 유인을 위해 특정 제품을 저가 또는 공짜에 주고, 대신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의 신규 소비를 창출하는 형태다. 일회용 면도기 회사인 질레트가 처음 시도했다는 점에서 ‘면도기-면도날(blade-razor) 사업 방식’이라고도 한다. 요즘에는 장년층이 사용하는 혈당측정기 시장에서도 많이 이용된다. 혈당측정기는 공짜로 주고 대신 소모품인 시험지를 비싸게 책정해 수익을 얻는 식이다. 
 

이러한 사업모델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무엇보다 고객을 오래 록인(lock-in)시킬 수 있어야 한다. 초기에는 공짜 배포로 손해를 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고 고객이 관련 제품을 유료로 충분히 사용하면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휴대폰과 이동통신 서비스, 컴캐스트의 DVR과 예약녹화 서비스처럼 공짜 제품과 유료 제품 또는 서비스가 상호보완 성격이 강해야 한다. 둘째,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신규 음반, 서적의 공짜 배포처럼 수많은 배포 대상자 중 일부가 자연스럽게 유료 제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할 유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② 스폰서 방식 : 이 방식은 사용자의 지출이 거의 없는 대신 제3자, 즉 스폰서로부터 수익을 얻는 공짜경제 사업모델이다. 매개체가 되는 것은 대개 광고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스폰서 방식은 최근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무료 통화, 공짜 복사지, 무료 교과서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사업의 성공 포인트는, 광고에 의존하는 특성상, 충분한 가입자 기반의 마련과 효과적인 광고 모델의 개발이다. 
 

그러나 광고 기반 사업모델은 광고 시장의 성장 한계, 방송·신문 등 주류 미디어 기업들의 견제 등으로 인해 매출 확대가 예상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광고 시장은 통상 GDP의 1% 미만으로 국내 시장은 약 8조원 규모이며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따라서 스폰서 방식 사업모델에서는 광고 이외의 새로운 수익 원천을 발굴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③ 가치이전 방식 : 가치이전형 사업은 최근 새롭게 나타나는 형태로 기존 기업들이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지배적 기업의 고객 기반을 무너뜨리거나, 다른 거대 시장의 가치를 가져오기 위한 공격적인 방법으로 활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실패하더라도 공격 대상 기업의 지배력은 취약해지며, 성공 시에는 산업의 판도를 크게 바꾸거나 상당한 수입을 확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일반사무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MS 오피스의 아성은 난공불락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IBM, 썬, 한컴, 구글 등은 다양한 무료 오피스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지배력은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배터플레이스의 전기자동차 사업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석유 없는 사회’이다. 경쟁 대상은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정유회사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차량 연료 시장의 규모는 2007년 40조원에 육박한다. 시장의 일부만 잠식해도 큰 수입을 얻게 되는 셈이다.
 

④ 프로슈머 공유 촉진 방식 : 앨빈 토플러는 최근 저작 「부의 미래」에서 프로슈머들의 자발적 공유와 상호 협조가 향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프로슈머 공유 촉진형은 프로슈머들의 자발적인 P2P 거래를 기업이 지원하는 형태이다.  기업이 거래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므로 수익 창출이 쉽지는 않다. 흔히 P2P 소프트웨어는 수익모델로 유료 회원 서비스 고급화나 광고 유치를 채택하지만, 실제 수익 창출력은 크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업모델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대개 금전적 수익보다는 평판적·전략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애플, 노키아, 구글 등은 최근 경쟁적으로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무료 배포하고 있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금전적 수익이 아니라 차세대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의 지배력이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무료 제공하여 프로그램 및 콘텐츠 프로슈머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고 자사 중심의 ‘프로슈머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수준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 창출 복안을 본격적으로 펼친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모바일 플랫폼을 내놓은 구글의 복안은 <그림 4>처럼 휴대폰 시장의 운영체제 분야를 장악한 후,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광고 사업모델을 휴대폰 분야에도 확대 적용하자는 것으로 판단된다.
 

 

3. 사업 방식의 효과적 조합이 성공의 비결 
 

성공적인 공짜경제 사업모델들은 이러한 4가지 사업 방식을 효과적으로 조합한 형태가 많다. 공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다양한 수익원천을 만들어야 수익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라이언에어는 공짜 항공권을 뿌리면서도 10%대 중반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시현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렇다면 라이언에어가 고수익을 거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결은 3가지이다. 
 

첫째, 비용 절감이다. 기내 서비스나 편의장치들을 없애고, 발권도 인터넷으로만 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였다. 또한 이용률이 떨어지는 변두리나 시골지역의 공항을 이용해 공항 이용료도 낮췄다. 둘째, 항공요금의 극단적인 차별화이다. 공짜 항공권은 주로 주중이나 심야 등 공석이 많은 시간대에 쓸 수 있는 것이다. 주말이나 인기 시간대에는 제값을 받는다. 빈 좌석으로 가느니 아예 공짜로 제공해 확실한 초저가 이미지를 심고 손님도 더 태우자는 것이다. 셋째, 수익원 다변화이다. 라이언 에어는 항공권 자체는 공짜 또는 저렴하게 주지만, 대신 수화물료, 기내 음료수 판매, 우선 탑승 시 요금, 신용카드 취급수수료, 탑승자 보험 판매, 호텔 및 렌탈카 예약 연계 수수료 등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빈 자리로 가는 것보다는 한 명이라도 더 태우는 것이 유리한 이유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기내 광고를 강화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수익원들의 성격이다. 수화물료, 기내 음료수 판매, 우선 탑승 시 요금, 신용카드 취급수수료 등은 사업 재정의 관점에서 기존 항공료 요금체계를 분해하여 만들어낸 수익원이다. 기존의 비싼 요금에 포함된 요소들을 분리해내서 소비자들이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만든 것이다. 당연히 여행객 중 필요한 사람들은 이를 이용하게 된다. 또한 탑승자 보험이나 호텔 및 렌탈카 예약 연계 수수료는 가치이전 방식이다. 라이언에어는 자체 보험회사를 만들고 홈페이지를 여행 포털 형태로 구축해 다른 보험회사나 여행사로 갈 가치를 자신이 획득한다. 나아가 최근에는 기내 광고를 통해 스폰서 방식의 수익까지 창출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복합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었기 공짜로 항공권을 주고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4. 공짜경제, 어디에서 나타날까  
 

그렇다면 향후 공짜경제 사업모델이 나타나기 쉬운 산업은 어디일까?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앞서 살펴본 공짜경제의 부상 배경과 사업 유형을 감안해 볼 때, 공짜경제 트렌드는 제품, 비용구조, 경쟁구도, 기술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 산업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첫째, 제품 측면에서 강력한 대체재가 나타났거나 제품 범용화가 빠르게 진전되는 산업이다. 이런 산업에서 점차 가치를 상실하는 기존 상품을 공짜로 제공하고, ‘가치 있는 보완재’로 수익 기반을 옮기는 것은 훌륭한 전략적 옵션이 될 수 있다. 이런 산업의 대표적인 예는 음악, 서적, 방송, 신문 등 미디어 산업이다. 현재 인터넷은 강력한 대체재로서 이들 산업의 수익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콘텐츠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보다 양질의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디어 기업들은 일반 콘텐츠는 공짜로 주고, 새로운 예술적 경험(음악), 깊은 통찰력(서적), 풍부한 상호작용(방송), 정제된 지식과 선견력(신문) 등과 관련된 보완재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도를 하게 될 것이다.
 

둘째, 비용구조 측면에서 고정비가 크고 한계비용이 적은 산업에서도 공짜경제의 출현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 사업에서 공짜 사업모델이 발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터넷 사업은 서버, 스토리지, 통신 장비 등 초기시설 투자비용이 매우 크다. 하지만 일단 인프라만 구축되면 가입자 한 명의 증가에 따른 한계비용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통신, 항공(운송), 인프라 사업도 마찬가지다. 라이언에어가 초저가 요금을 넘어 공짜 항공권까지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차피 노선별 운항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동률을 높여야 고정비도 빨리 회수하고 관련 수익 사업도 다양하게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경쟁구도 측면에서 시장이 크고 성숙되었거나, 특정 기업이 거의 독점하는 산업도 공짜경제가 나타날 수 있다. 시장이 커서 조금만 잠식해도 상당한 수익이 예상되고, 시장 성숙으로 인해 유휴 자원들이 많아 창조적 조합으로 새로운 공짜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짜 사업모델은 산업을 독식하며 몸이 무거워진 지배 기업을 무너뜨리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음악 다운로드 시장에서 유니버셜 뮤직이 스파이럴프로그라는 공짜 다운로드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튠스가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어 그 저변을 침식하기 쉽고, 아이튠스가 자체 음원 없이 복잡한 수익 배분 계약에 묶여 있어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한 것이다. 
 

넷째, 기술 측면에서 산업간 융합이 일어나는 분야도 공짜경제 사업모델이 나타나기 쉽다. 자신의 전략 시장은 수성하고, 타 기업의 시장을 공격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컨버전스가 활발히 진행 중인 방송통신 산업에서 이런 경향이 강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케이블 방송들이 합작 출자한 인터넷 전화 회사 한국케이블텔레콤은 금년 초 유선방송 가입자 간 VoIP 통화 무료를 선언했다. KT나 하나로텔레콤 등 초고속인터넷 사업자 주도의 IPTV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이다. 텃밭인 케이블 방송의 가입자 기반을 지키면서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의  음성통화 시장을 공짜 VoIP로 역공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케이블 방송, 초고속 인터넷, 유무선통신 간의 컨버전스가 심화되면 경쟁적으로 결합상품이 나오면서, 패키지 내 특정 품목이 사실상 공짜로 제공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질 것이다. (계속)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