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로 읽는 세상] 유권자가 인터넷 꼭두각시 안 되려면
조선일보 2017/04/19 김국현 IT 칼럼니스트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7041803444&d=2017041803444
거대 복합 쇼핑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우리의 모든 행보는 기록된다. 언제 어떤 동선으로 움직여서 어디에 머물렀는지 고스란히 기록에 남아 있다.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 덕이다.
<중략>
빅데이터에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까지 근래 기술 발전은 이처럼 소비자를 절박하게 알고 싶어 하는 이들 사이에서 벌어진다. 낯선 소비자에게는 미끼를 던져야 하며, 단골에게는 재방문의 보람을 느끼게 할 혜택을 전해야 한다.
소비자 타깃팅이란 곧 차별대우다. 한정된 자원을 어떤 소비자를 위해 쓰느냐, 소비자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비즈니스의 성패가 갈린다.
소비자에 대해 절실히 알고 싶은 이들은 또 있다. 이들에게 소비자란 곧 유권자. 오바마에서 트럼프까지 미국 대선 승자들의 승리 비결로 빠지지 않고 꼽히는 것이 바로 IT의 역할이다. 선거의 승리란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어떤 유권자에게 집중시켰는지로 판결되니, 무당파 부동표를 뜻하는 '스윙 보터(swing voter)'가 늘 큰 역할을 하는 미국 대선은 절호의 신기술 시험대가 된다.
5년 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는 이런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내가 어떤 것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한 70여 개 정도만 살펴보면 내 성향을 대략 분석해낼 수 있다는 것. 만약 충분한 수가 주어지면 학력이나 지능, 기호(嗜好)와 같은 민감한 프로파일링도 거뜬하다. 심리통계학에 근거한 빅데이터 분석이 태동하는 순간이었다. 초기 연구자의 의향과 무관하게 이 기술을 토대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회사가 탄생하고 트럼프와 브렉시트라는 대형 포퓰리즘 캠페인 양쪽에 관여하게 된다.
유권자의 심리 분석은 소비자 행동 분석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보곤 하는데, 공포나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한껏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 후보가 당선하면 느끼게 될 부정적 감정을 건드린다. 예컨대 똑같은 부동층이라도 낙후 지역의 백인에게는 정책적 소외감을 자극하고, 흑인에게는 백인 클린턴의 차가운 면을 부각해 편견을 조장하는 식이다. 소셜 미디어에 가짜 뉴스가 범람하게 된 것은 비슷한 타깃끼리 서로 돌려볼 만한 타깃팅된 공포를 만들어 유통시키기에 이보다 적합한 매체는 없었기 때문이다.
대선이 코앞이다. 아직은 제각각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고, TV에서는 후보가 어느 지역에서 유세했다는 평온하고 목가적인 풍경만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각 선거캠프도 미국이라는 IT 선진국에서 검증된 선거 기술을 어떻게 이 스마트폰 강국에 적용할지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단톡방과 소셜미디어에는 기획된 정보가 흐르기 시작했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검색 순위를 올리기 위한 '어뷰징', 억지로 소문을 가속시키는 '바이럴 마케팅' 등 소비자가 기만당하기 쉬운 얼개 또한 총동원될 것이다.
한국의 선거 캠프는 그간 덩어리의 조직표를 확보하는 일을 우선시했다. 하지만 전통 미디어를 우회할 수 있는 발언 증폭 장치를 모두가 갖추게 된 2017년, 유권자는 타깃별로 차별해야 하며 각 캠프는 서로 모순되더라도 유권자 각자의 취향에 맞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머리를 짜낼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와 달리 유권자들에게는 설령 그것이 공포와 분노의 맞춤 메시지라도 심지어 아예 거짓이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소비자가 자신을 지켜야 하듯 유권자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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