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기본소득] 인공지능(AI) 시대, '소비보장제도'가 절대로 필요하다

배세태 2016. 5. 10. 21:27

인공지능 시대, '소비 보장 제도'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2016.05.10(화) 안현효 대구대 교수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6345&ref=nav_search


[민교협의 정치시평] 이재명의 실험, 그리고 기본소득


지난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전국은 인공지능 열기에 들떴다. 일부의 미래학자와 SF 소설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지능을 가진 기계가 사람들의 상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논란은 일부 전문가들의 주제에서 대중적 주제로 발전했다. 미래를 고민하는 여유가 없는 한국사회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기회였다.  

그런데 알파고가 암시하는 미래 사회의 경제적 모습 중에는 상당 규모의 직업 변화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의 컴퓨터는 프로그래밍 된 작업만 수행하는 기계여서 인간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는 보조자의 역할을 했다. 반면 추상화 능력과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가진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다고 간주되던 일단의 직업군들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현대자본주의를 지탱해 온 노동과 생산 패러다임에 큰 격변이 일어날 수 있다. 카이스트의 뇌과학 전문가 김대식 교수는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생산과 소비의 연결고리가 끊어질 것이며, 이로 인해 기존의 사회 보장 제도는 크게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지능을 가진 기계가 이전에 인간의 노동이 했던 영역을 상당 부분 대체하면서 물질적, 비물질적 생산의 혁명이 발생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누가 소비할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기계가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장치를 필요로 하게 된다.

여기서 그는 사회적 생산과 소비의 고리를 연결하는 수단으로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물론 동시에 무언가 가치있는 일을 하지 않고 단순히 소득만 주는 것으로는 인간성의 황폐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단순히 복지정책의 골격을 기본소득으로 하냐 마냐의 문제만이 아니고, 교육제도와 경제질서의 전반적 변화가 같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등장으로 생산주의, 노동주의가 폐기된다면?

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사고하고 토론하는 일이 열려있어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하면서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점을 느꼈다. 우리 사회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에야 깜짝 놀랐지, 사실 이 이벤트가 없었다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선각자들의 많은 이야기를 또 다른 황당한 소리로 치부하고 말았을 것이 아닌가?

여기에 그렇게 치부되고 있는 하나의 정책이 있다. 그것은 성남시에서 하는 청년배당 정책이다. 성남시는 지난 1월 '3년 이상 시내에서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1분기 배당금으로 12만5000원 상당의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를 지급했다.'고 발표했다. 단 두 줄에 요약된 이 뉴스는 부족한 이 지면에서 다룰 수 없는 수많은 논점을 포함한다. 언뜻 들었을 때 '왜 24세의 청년에게, 왜 12만5000원을, 왜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주나?'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알파고에서 성남사랑상품권까지의 연결고리는 '기본소득'에 의해 이어진다. 기본소득 정책은 오랫동안 학계에서 연구되어져 왔는데, 최근 들어 갑자기 핀란드, 스위스, 영국, 프랑스 등의 정책 당국자의 입에서 제기되었고, 뉴욕타임스, 브루킹스 연구소, 미국의 벤처 투자자와 같은 주류 언론, 연구진, 자본가들도 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뉴스에도 상당히 오르내리고 있다. 

기본소득이 기존의 복지정책과 달라지는 결정적 지점은 복지를 소득, 노동과 연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통적 복지정책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복지는 생존권이자, 사회(국가)의 시혜가 되는 셈이다. 복지 수혜자의 경우, 소득이 증가하면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근로 유인에 역으로 작용하는 부작용이 있어 노동 패러다임에서 출현한 복지정책이 역설적으로 노동 패러다임과 충돌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노동과 연계한 복지, 즉 생산적 복지 논의로 이어졌고, 결국은 복지정책이 국민경제에 부담으로만 인식되는 수준에 도달했던 것이다. 

반면 기본소득은 노동을 조건으로 걸지도 않고 소득 수준과 연계하지 않는다. 시민이라면 모두 받을 수 있는 기본권인 것이다. 여기서 전통적 복지정책과 철학적으로 달라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직관적으로 간단한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에 일반 시민들이 반감을 가진다면 아마도 이 아이디어가 반노동적이어서가 아닌가라고 생각해본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근간인 생산주의, 노동주의가 언젠가 폐기되어야 할 원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 다시 알파고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만약 알파고가 던진 문제가 단순히 일회적 에피소드가 아니고 장기적 경향으로 나타난다면 (기를 쓰고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전 세계적 경향을 볼 때 인류는 자기도 모르게 어떤 특이점을 넘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존의 생산주의, 노동주의적 패러다임만으로서는 인류의 미래사를 이해할 수도 없고, 미래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성남사랑상품권이 전자화폐와 결합한다면?

이런 점에서 기본소득 아이디어는 단순히 황당한 생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알파고에 걸맞는 관심과 대접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 그렇게 관심을 보이고 있질 않은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시민의 의식 수준, 정치권과 정책당국자의 이해관계로 인해 순수한 형태의 기본소득이라는 방식은 연구단계에서만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성남시의 성남사랑상품권은 기본소득에 관한 순수한 아이디어가 구체화 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기본소득은 철학적 기반 자체가 생산주의와 노동주의에 익숙한 우리가 쉽게 받아들이기는 생소하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이미 실업의 구조화, 만성화가 현실이 되어 있고, 다른 한편 비정규직과 빈곤한 소상공인의 문제도 구조적으로 만성화되어 있다. 이는 미래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빈곤과 직업의 부족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소상공인이라는 열악한 생산자들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을 쓰게 해서 이 양 계층을 연결해 본다는 실험, 이것이 성남사랑상품권의 창의성이 아닐까? 성남사랑상품권은 성남에서만 유통되는 지역화폐로 볼 수 있다.

이제 성남시의 실험을 여, 야의 정쟁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논쟁으로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필자가 성남시 관련 기사에서 상품권 한 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재래시장 상인의 모습을 보았는데, 좀 더 창의적인 사고를 해서, 종이 상품권이 아니라 전자화폐와 결합한 상품권을 만들어 유통시켜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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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도서]

사회신용

-왜 기본소득이 필요한가

사회신용 

더글러스 지음 | 출판사 역사비평사 | 2016.04.14

http://blog.daum.net/bstaebst/17546


[책소개]


192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사회신용론’의 창시자 클리포드 H. 더글러스가 쓴 『사회신용』의 완역본이다. 이 책은 “왜 기본소득이 불황과 공황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경제학적 논리와 철학적 지향을 밝히고 있어서, 그동안 억눌려온 대안 경제 시스템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은행 시스템에 대한 비판, 공공통화의 필요성, 국민배당을 통한 분배 정의의 실현 등, ‘사회신용론’이 지향하고 있는 핵심적인 주장들이 이 책에 모두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저자 클리포드 H. 더글러스는 1879년에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 엔지니어로 생활하던 중 31세의 나이로 캠브리지 대학에서 4학기 동안 수학했고, 졸업하지 않은 채 학업을 그만두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직원으로 인도에서 근무한 것을 비롯해, 부에노스 아이레스 태평양 철도회사와 런던우체국 철도회사 등 기술자로서 대영제국의 각지를 돌아다녔으며,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잠시 영국공군(Royal Flying Corps.)에 복무하기도 했다. 

 
그는 영국의 대형 기업체 100개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한 결과, 기업이 매주 원가로 지급하는 노임과 봉급과 배당의 합계액이 언제나 생산된 제품의 총가격에 미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1916년부터 그는 경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하여, 1920년에 『경제적 민주주의』(Economic Democracy)와 『신용권력과 민주주의』(Credit-Power and Democracy)을, 그리고 1924년에는 기본소득의 철학적 토대가 되는 이 책 『사회신용』(Social Credit)을 출간했다. 

 
사회신용’이라고 알려진 그의 개혁 프로그램에는 두 개의 주춧돌이 있다. 그중 하나는 구매력과 제품 가격 간의 괴리를 해소할 수 있도록 ‘국민배당’(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다. 여기서 공정가격(Just Price)은 생산 시스템의 물리적 효율성이 증가한 만큼 소매가격을 인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두 요소를 통해 소비자는 원하는 만큼 생산된 제품을 구입할 수 있고, 그 소비는 자동적으로 생산의 지속을 보장해주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그는 기술자로서 은퇴하고 연구에 전념하며 여생을 보냈다. 그의 사상은 캐나다의 사회신용운동(1935년 앨버타 지방정부에서 실제로 채택했다)에 영감을 주었으며, 호주와 뉴질랜드에 그의 철학을 추종하는 정당의 설립에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