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이세돌의 진정한 대결은 바둑이 아니다
중앙일보 2016.03.11(금) 김대식 KAIST 교수
http://news.joins.com/article/1971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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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은 하지않겠다. 나도 이번만큼은 이세돌이 이길 거라 믿었다. 아니, 이세돌이? 인류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 이겨 주기를 바랬던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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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좋지 않았다. 나만이 아니었다. 리셉션에서 구글이 제공한 음식과 술을 마시던 주변 사람들 모두 이런 생각을 하는 듯했다. 마치 곧 침몰할 타이타닉호에서 우리는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인류’라는 타이타닉호.
동물로 시작한 호모 사피엔스는 도시와 종교와 철학과 과학을 만들었다. 불과 수 십만 년 전까지 우리를 쉬운 사냥감으로 취급하던 사나운 맹수들. 그들의 후손은 동물원 우리 안에 갇혀 살고,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
산업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기계는 자동 생산을 가능하게 했고, 육체적 노동에서 해방된 인류는 지적인 노동을 하기 시작했다. 수학, 물리학, 공학, 전자공학, 뇌과학. 인간의 지적인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뇌를 연구하며 점차 이해하기 시작한 신경회로망과 학습의 비밀.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빛 전자공학과 교수
뇌를 모방한 최초 인공신경망 퍼셉트론(Perceptron)은 다층 퍼셉트론 (multi-layer perceptron, MLP)을 가능하게 했고, MLP의 한계를 해결한 고다층 구조의 인공신경망은 ‘딥러닝’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소개된다. 불과 5-6년 전 일이다.
이미 기계는 얼굴을 사람보다 더 잘 알아보고, 물체를 더 잘 인식한다. 이제 바둑에서조차 사람을 이기기 시작한 기계는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를 위해 자동차를 운전해주고, 우리의 건강을 책임지고, 우리의 노후대책을 계획해줄 것이다. 지금껏 지적인 노동은 호모 사피엔스의만의 영역이었다. 학습하는 기계의 등장은 지적인 노동 역시 자동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있다. 자동 생산이 되는 순간, 지적인 노동 역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진정한 대결은 바둑이 아니다. 알파고의 승리는 어쩌면 그동안 경쟁자 없이 지구를 지배하던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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