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제16회 세계지식포럼] 변화위해 필요한 것은 '느리지만 꾸준한 개혁'

배세태 2015. 10. 24. 08:50

[토요 FOCUS] 변화위해 필요한 것은 느리지만 꾸준한 개혁

매일경제 2015.10.23(금)

http://m.mk.co.kr/news/headline/2015/1013776

http://news.mk.co.kr/newsRead.php?no=1013776&year=2015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 특별기고

 

 

시대정신(Zeitgeist·자이트가이스트)은 사실 영어로는 `Spirit of the Times`라는 의미인데 말 자체가 긍정적이면서 부정적 측면을 함께 품고 있다.

 

독일어 `Geist`라는 말 안에 `Spirit(영혼)`외에 `ghost(나쁜 일에 대한 기억)`라는 뜻도 품고 있다. 결국 시대정신이라는 단어 자체에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밝은 측면도 있지만 숨겨져 있는 이면의 뜻도 있다는 얘기다.

 

원래 18세기 구체제에 저항하는 유럽 계몽주의 시대(time of the European Enlightenment)에 탄생한 어휘로 제2차 세계대전의 종결이나 냉전시대 종식처럼 거대한 전 세계적인 담론과 공통의 위기가 있을 때는 하나의 시대정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

 

냉전의 붕괴나 평화가 하나의 이슈가 되고 시대정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거대한 이슈들이 터져나오고, 혼돈이 가중되는 시대에서 하나의 시대정신(One single Zeitgeist)이라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고 본다. 어찌 콩고 할머니와 아일랜드 축구선수가 동일한 시대 정신을 공유할 수 있을까.

 

오히려 오늘날의 시대정신은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 이제는 `느리지만 꾸준한 개혁(slow and steady reform)`을 이뤄내는 방식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그렇게 접근하는 것이 실용적이면서도 세상을 근본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오늘날의 상황을 보면 동아시아 역사 논쟁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사태나 중동의 봄처럼 여러 가지 이슈들이 산발적으로 계속 터져나오는 양상을 볼 수 있다. 이런 각각의 사태에 걸맞은 시대정신이 각각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제는 시대정신이라는 것 자체가 과거처럼 하나로 모든 것을 아우르는 유니버설한 처방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더 이상 하나의 솔루션은 없다. 오히려 국경을 넘어 성별과 연령 인종에 관계없이 함께 서로 협력해서 세상을 낫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바위를 끊임없이 굴려 올리는 시시포스의 운명처럼 참을성 있게 노력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는 개별적이면서도 책임감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이슈들을 협력 관점에서 조정할 수 있는 국제기구의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며, 국제연합(UN) 같은 기구가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