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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디맨드 경제와 일용직 경제] 인공지능과 공유경제로 보는 노동의 미래

배셰태 2015. 10. 21. 13:08

인공지능과 공유경제로 보는 노동의 미래

블로터닷넷 2015.10.21(수) KISDI

http://www.bloter.net/archives/241535

 

영국 BBC는 로봇에 의한 일자리 대체 가능성을 직업별로 시각화한 뉴스 서비스를 2015년 9월 시작했다. 이를 통해 영국 시민은 기술진화에 따라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어느 수위인지,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의 규모와 임금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종은 텔레마케터다.

 

현재 영국에서 연간 소득 19,768파운드(약3천5백만원)를 벌며 살아가는 텔레마케터의 규모는 43,000명 수준이며, 이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은 99%다. 대체 가능성이 90퍼센트가 넘는 직종은 총 51개에 이른다. [표1]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 20년 안에 사라질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은 15개 직종의 일자리 수는 1,527,000에 이른다. 15개 일자리는 전통적인 육체 노동이 아닌 (단순) 사무직에 속하고 있어 기술 진화에 위협받고 있는 일자리가 더이상 육체 노동에 제한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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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비서는 화물차 운전자보다 일찍 로봇에 의해 대체될 전망이다.(이미지 출처 : BBC 보도)

 

BBC의 시각화 뉴스서비스는 2013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오스본(Osborne)과 프로이(Frey)의 연구결과, 영국 통계청 일자리 통계, 딜로이트 연구결과 등에 기초하고 있다. 미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일자리 대체효과 연구가 최근 영국,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5년 4월 독일 만하임대학교 연구진은 독일의 현재 기술 수준으로 약 5백만 명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 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진은 사회 동요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 중 85퍼센트가 유사 직군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15퍼센트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완만한 일자리 이행의 전제조건으로 독일 연구진은 높은 노동 유연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적 일자리 대체 가능성이 노동 유연성과 만나면 사회 갈등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는 현 실 정치에서 진행되는 사회세력의 충돌과 갈등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CEDA(the Committee for Economic Development of Australia)는 2015년 6월 25명의 학자들이 참여한 기술에 의한 노동사회 변화를 연구한 결과물을 공개했다. 이 연구는 앞으로 10년 또는 15년 안에 오스트레일리아 전체 노동인구의 40퍼센트(약 5백 만 명)가 기계에 의한 일자리 대체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이 연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주 별 산업구조를 분석하며 일자리 대체 효과에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위협받는 사무직 일자리: 기계학습과 딥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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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영국에서 일자리를 위협받는 직종 15개.(표 출처 : BBC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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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기술을 진화시키는 값싼 일자리, 알고리즘을 위한 노동

 

Peter Reinhard : API 위/아래 노동(이미지 출처 :

Peter Reinhard : API 위/아래 노동(이미지 출처 : 포브스닷컴)

 

<중략>

 

주문형 (On-Demand) 경제와 일용직(Gig) 경제

 

API에 의해 조직화된 노동은 앞선 구글 데이터 품질 검사자와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에 중재된 노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문형 경제(On-Demand Economy) 또는 세어링 이코노미(Sharing Economy) 또한 API에 의한 일용직 노동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우버(Uber)의 운전 노동자가 그 대표 사례다. 적극적으로 우버 운전 노동에 참여하는 노동자 규모가 미국에서만 2015년 1월 15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에게 임금단체협상은 불가능하다. 우버는 스스로 고용주가 아니라 중개자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고용주가 없다보니 사회보험은 우버 운전 노동 자 스스로의 몫이다. 휴가와 병가 또한 스스로 결정한다. 노동 계약서도 사용약관이 대신하고 있다. 일용직 노 동자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정치권도 우려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주문형 경제, 일명 일용직 경제가 매우 흥미로운 경제를 만들고 있으며 혁신을 촉발시키고 있다. 그러나 주문형 경제는 노동 보호와 미래의 좋은 일자리는 무엇인지에 대한 간단치 않은 질문을 던기고 있다”며 일용직 경제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알고리즘화된 노동이 야기하는 불평등 구조

 

리씽크 로보틱스의 인공지능 산업 로봇 소이어. 가격은 2만 달러대이다.(사진 출처 : 리씽크 로보틱스 홈페이지)

리씽크 로보틱스의 인공지능 산업 로봇 소이어. 가격은 2만 달러대이다.(사진 출처 : 리씽크 로보틱스 홈페이지)

 

앞서 소개한 독일의 연구는 교육과 인금 수준 그리고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 가능성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의 80퍼센트가 로봇에 의한 대체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한편 박사학위 소지자가 얻을 수 있는 일자리의 18퍼센트만이 자동화의 위협 앞에 놓여있다. 임금과 자동화의 상관관계는 더욱 강하다. 전체 임금 수준 중 최하위 10퍼센트는 로봇에게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61퍼센트며 상위 10퍼센트가 자동화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은 20퍼센트로 낮다. 따라서 낮은 교육 수준으로 낮은 임금의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 의 자동화 위험성을 매우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낮은 교육 및 임금 수준의 일자리에 가해지는 자동 화의 압력은 개별 국민경제마다 미치는 효과가 다르다. 자동화 압력은 독일, 프랑스 등 제조업 강국 보다는 저가 노동력 중심의 중국에 더욱 크게 작동할 수 있다. 자동화는 세계 경제의 생산비용을 균 등하게 만드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가진 낮은 생산비용이라는 장점은 그 가치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때문에 중국 경제는 (공장)자동화를 서두르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미국 으로 이전하기 이전에 중국에서 로봇으로 아이폰을 계속 생산하고자 하는 계산이다.

 

게오르그 그레츠(Georg Graetz)와 가이 마이클스(Guy Michaels)는 로봇의 생상성 효과 연구에서 자동화에 따른 생산성 증대와 임금 증대가 저임금 노동의 대체효과를 앞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동화는 경제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처럼 자동화의 속도를 높일 경우 저가 노 동시장의 장점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화의 수준이 개별 국민경제의 경쟁력 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서 기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동시에 자동화가 국민경제의 불평 등을 가능케하는 요인임을 말한다.

자동화가 한국 경제가 던지는 가장 큰 위협은 일자리 대체 또는 일자리 축소가 아니라, 중국경제가 로봇에 의한 세계 생산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이 로봇을 운영하는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를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기업이 공급하는 상황이다. 증기에서 전기로 산업의 중심 동력이 바 뀌었을 때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뀐 것처럼 자동화는 세계 경제의 주역을 새 롭게 정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기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KISDI가 ICT인문사회 혁신기반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발간하는 ‘ICT인문사회융합동향’ 2015년 3호에 게시된 글입니다. 원고의 저자는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입니다. 블로터는 KISDI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