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민수] 협동조합이 좀비라고요?
국민일보 2015.09.19(토) 강민수 쿱비즈협동조합 대표
http://m.kmib.co.kr/view.asp?arcid=0923249342&code=11171314&sid1=col
협동조합이 유행이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8000여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이다. 아마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신협, 이탈리아 볼로냐 지방의 협동조합, 스페인의 협동조합이 위기를 잘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런 듯하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협동조합이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유용하다는 판단 하에 적극 나선 것도 한몫했다.
문제는 만들어진 협동조합들이 제대로 사업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한 경제지는 보도를 통해 협동조합의 90%는 경영이 신통치 않고 정부 지원금만 챙기는 ‘좀비’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협동조합 경영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좀비는 심했다.
만약 협동조합이 좀비라면 중소기업도 좀비, 자영업자도 좀비, 대기업도 좀비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례로 지난 10년간(2004∼2013년) 949만개의 자영업 창업자 중 793만개가 폐업했다. 통계가 말하듯 협동조합만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니다. 자영업자도, 중소기업도 심지어 대기업도 어렵다. 협동조합만 탓할 일이 아니다.
얼마 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대기업 임원이 되려면 평균 23.7년이 소요되는데 신입사원 1000명 중 고작 7명만이 임원으로 승진한다. 승진에서 탈락하고 옷 벗는 회사원이 할 일은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창업을 하는 것이다. 서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협동조합이 단기간에 많이 만들어진 이유는 온 가족이 나서서 커피숍을 운영해도 한 달에 100만원을 벌기도 어렵다는 현실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국가가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우리나라 개인 창업자 대부분은 자본금 부족, 비즈니스 모델 미흡, 사업관리 역량 미흡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협동적 창업은 개인 창업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협동적 창업의 대표적 모델인 협동조합은 조합원 소유 기업으로 주식회사에 비해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탁월하다. 물론 협동조합이 만능은 아니다. 사업조직으로서 협동조합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이해하고 협동조합으로 기업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취업도 안 되고 창업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진 이들에게 실패를 줄이는 일도 중요하고 실패한 사람의 경험이 자산이 되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협동적 창업을 통해 실패를 줄이고 실패도 자산이 되는 사회를 위한 사회적 자본을 늘려나갈 수 있다.
물론 ‘단순 일자리 창출’이나 ‘협동조합 개소 수 증대’ 등 단기적 현상을 협동조합 정책의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또 개소 수를 예산 지원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정책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기 삶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뭔가 하려는 사람들을 돕는 일에 국가가 더 이상 나서지 말라는 주장은 이제 접을 때가 되었다. 지난 30년간 전 지구를 지배하던 신자유주의는 2008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퇴장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플라톤의 동굴로부터 탈출해야 한다.
======
[관련기사]
■천국에 이르는 사다리를 잃어버린 사람에겐 오히려 위로가 필요하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 2015.09,14(월) 강민수 쿱비즈협동조합 대표
http://blog.daum.net/bstaebst/15892
몇 일전 ‘협동조합 90%는 좀비...’라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정부가 많은 돈을 들여 협동조합을 지원하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고 심지어 지원금만 받아먹고 먹튀하거나 협동조합을 활용한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오해에 기반 해 있고 악의적이다...이하 전략
'시사정보 큐레이션 > 공유·사회적 경제外'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그룹 사장단, 여럿이 나눠 쓰는(협력소비) '공유경제' 열공 (0) | 2015.09.24 |
---|---|
이제 '소유의 시대'가 저물고 '접속의 시대'에는 `공유경제`가 뜬다 (0) | 2015.09.20 |
공유경제 기업 '우버' 막기위해 경쟁사인 리프트와 디디콰이디 제휴 (0) | 2015.09.18 |
[스마트 클라우드 2015] 공유경제, 소유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고 있다 (0) | 2015.09.17 |
[스마트 클라우드 2015] 에이프릴 린 "공유경제, 도시 전경을 바꾼다" (0) | 2015.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