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돈이나 벌려나' 의문의 답을 찾았다
오마이뉴스 2015.07.30(목) 정기석 기자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129038#cb
[행복사회 유럽17] 지역화로 경쟁력 키운 스위스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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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호프 거리의 코프(Coop) 협동조합 대형마트 - ⓒ 정기석
"쿱에 빵 사러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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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은 동네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 슈퍼마켓을 흔히 부르는 말이다. 아그네스가 사는 볼리스호펜 동네에는 미그로(Migros)와 코프(Coop)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미그로든, 코프든 '쿱에 가자'는 말은 우리 식으로 하면 '장 보러 가자'는 말 정도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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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협동조합도 스위스처럼 잘할 수 있을까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가 우리 경제와 사회의 대안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동력과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이는 재벌중심 수출형 성장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 ⓒ pixabay
한국에서는 협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2년 반이 지났다. 무려 7천5백여 개에 달하는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양적 팽창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제대로 돌아가는 협동조합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협동조합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잘 꾸려나가는 게 숙제다.
어쨌든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가 우리 경제와 사회의 대안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동력과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이는 재벌중심 수출형 성장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 민생을 국가나 공공이 다 책임질 수도 없다.
결국, 부자는 자꾸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는 더 가난해지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민생은 점점 더 고단해지고 있다. 급기야 심각한 양극화, 그로 인한 사회계층 간 대립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기형적이고 폭력적인 한국형 경제구조는 이 사회를 위험사회로 자꾸 몰아간다. 어서 그런 구조 악에서 벗어나야 한다. 행정이든 민간이든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가 유력한 수단이자 도구로 작동하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협동조합주의자를 비롯한 우리는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사고나 행동이 좀 더 합리적일 필요가 있다. 다들 너무 조급하고 들 떠 있다. 1844년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 이래, 협동조합의 성공사례는 일부 국가,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일부의 주장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다.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의 폐해와 부작용을 대신할 대안이라는 선험적, 과학적 물증 조차 아직 불확실하거나 미약하다.
나처럼 세상사의 매 순간, 사안마다 기대보다는 걱정을, 덕담보다는 비판을 먼저 하는 입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자칫 '협동조합'이 지난날 숱한 벤처기업, 사회적 기업의 불행한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다행히 참고할만한 시행착오와 오류는 주변에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을 해서 돈이나 벌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먹고나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협동조합을 잘하는 선진국에서 굳이 협동조합을 '협동하는 기업(cooperative enterprise)'으로 부르려는 이유가 마음에 와 닿는다.
더군다나 한국의 협동조합이 소규모 영세자영업 서비스가 주종을 이루다 보니 근본적으로 외형이나 수익성도 빈약하다. 본의 아니게 협동조합의 사회적 명분에 가려진 노동자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되는 우울한 숙명에 몰릴 수도 있다. 협동조합주의자가, 민주주의자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악덕 기업주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한국의 협동조합은 그 태생적 특수성과 수동성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의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은 전적으로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결정이 아니다.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협동조합 관련 법제를 정비하라는 UN과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물론 생협 등 기존 협동조합 운동가들의 노력이 없지 않았으나 '자의 반 타의 반'의 선택이라는 게 보다 적합한 평가일 것이다. 그래서 그만큼 앞으로 풀어야 할 미제와 난제가 산적하다는 말이다. 취리히의 협동조합 마트에서 아침 장을 보면서, 협동조합을 연구하러 간 게 아닌데도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이유다.
까르푸 물리치고 백화점을 자회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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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그로(Migros) 협동조합 슈퍼마켓 - ⓒ 정기석
취리히를 비롯한 스위스의 소매시장은 협동조합이 장악하고 있다. 미그로(Migros)와 코프(Coop)가 양분하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아이쿱생협과 한 살림생협이 삼성 홈플러스나 이마트를 제압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도시지역에서는 두 대형할인마트, 농촌 지역에서는 농협의 하나로마트가 소매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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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그로 매장에 없는 상품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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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그로의 지역화 정책(‘지역으로부터, 지역을 위해’)이 새겨진 봉투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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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이 주인인 협동조합 미그로와 코프의 경쟁력의 원천은 당연히 조합원 고객에서 나온다. 고객의 신뢰와 충성도라는 고객과 오래 거래를 주고받으며 쌓아온 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한다. '상품의 질도 좋고 값도 적절하다'고 믿는 고객들의 신뢰가 힘이 되었다.
거래를 지속할 수록 고객 충성도의 증가도 비례했다. 협동조합과 고객 사이에는 갑과 을의 거래관계가 아니라 '우리는 하나'라는 신뢰와 규범이라는 굳은 사회적 자본력이 축적되었다. '돈 놓고 돈 먹는' 주식회사 경영기법으로는 도저히 협동조합의 협동과 연대의 정신을 따라올 수 없다.
지역사회 없이는 협동조합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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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호프 거리의 대형 미그로 매장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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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그로와 코프, 소비자 생활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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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가 왜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경제가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려면 왜 지역사회 공동체의 지지가 필수적인지 성공적으로 실증하고 있다. 나아가 최소한 지역사회에서는 국가와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도 협동조합은 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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