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다지 공평하지 않은데,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만큼은 공평하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하루에 24시간씩 주어집니다. 어떤 이에게는 23시간 주어지고, 어떤 이에게는 25시간이 주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의 세계가 정말로 공평할까요? 우리가 통상 시계로 측정하는 시간은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 시간이 공평하다는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공평하다고 말하는 시간은 시계라는 도구로 측정되는 시간, 즉 '과학의 시간'만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로 느끼고 인식하는 시간, 다시 말해 '실재(實在)의 시간'도 누구에게나 공평할까요? 과학의 시간과는 달리 실재의 시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종종 특정한 상황에 따라 시간이 매우 느리거나 혹은 반대로 엄청나게 빠르다고 느낍니다.
가령 남성의 경우 군 생활에서 느끼는 시간의 속도감과 휴가 때 애인과 보내는 시간의 속도감은 전혀 다름니다. 전자에서 시간은 거북이처럼 느리다면 후자는 쏘아진 화살처럼 빠릅니다. 이처럼 생명체가 느끼는 시간 감각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시간 감각이 다르듯이, 생몰 기간이 서로 다른 생명체가 느끼는 시간 감각도 다를 것입니다. 가령 단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와 80년을 사는 인간, 그리고 500년을 사는 소나무는 각각 시간을 어떻게 느낄까요? 그들이 느끼는 시간 감각과 속도는 같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 각자에게 과학적으로 동일한 24시간이 주어졌다고 치십다. 하루살이에게 그 24시간은 '일생(一生)'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똑같은 24시간이라도 인간이나 소나무는 기나긴 생(生)의 여러 날에 빗대어보면 '잠깐'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에게나, 어느 상황에서나 똑같이 주어진 듯하지만 실제로는 생명체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시간 개념에 대해 숙고했던 철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시간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앙리 베르그송입니다.
그는 시간을 '공간화된 시간'과 '지속의 시간'으로 구분합니다. 공간화된 시간은 흔히 시계로 표현되는 시간을 말하고, 지속의 시간은 의식의 시간입니다. 전자는 과학이 물질을 연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쪼개놓은 시간이고, 후자는 전체적으로 연속되어 있으며 생명과 관련된 시간을 말합니다.
베르그송에 따르면 '지속의 시간'에 바로 진화의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생명체는 '지속'을 통해 연속적인 과정에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생성하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하여 변화와 창조를 일으키며 진화합니다. 즉 지속의 시간을 통해 변화와 창조를 거치면서 생명체를 이룹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흔히 사람들은 열심히 살기만 하면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열심히 사는데도 불구하고 좀처럼 삶이 나아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단적으로 말하자면 지속의 시간에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과학적 시간에 투자하면서 살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질적 변화를 이루어내기 어렵습니다. 질적 변화는 지속의 시간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실력이 향상되고 내공이 쌓여 진화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은 그렇게 공평하지 않습니다. 특히 개개인이 보내는 '지속의 시간'은 불공평합니다. 누구에게나 시간의 흐름은 필요하지만 시간이 흘렸다고 무조건 진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얼마나 질적 변화를 이루고 새로움을 창조하는가에 따라서 진화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우리는 질적 변화를 이루어내는 '지속의 시간'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더 집중하고 몰입하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지속의 시간을 통해 연속적인 질적 변화를 이루고 새로움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합니다. 그러므로 지속의 시간을 발명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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