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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리와 공유경제

배셰태 2014. 8. 2. 08:39

[세상읽기] 장도리와 공유경제 /김형균

국제신문 2014.07.30(수) 김형균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40731.22026202742

 

어린 시절 로망 중의 하나가 생뚱맞게도 멋진 장도리를 하나 가지는 것이었다. 벽에 못을 대놓고 두세 번만 치면 못이 쑥쑥 들어가는 그런 악력감 좋은 멋진 망치 말이다. 그것만 가지면 전쟁이 나도 무서울 것이 없다는 턱없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마도 빈한한 산동네의 허름한 슬래브집이지만 그래도 김 선생집 아들인데, 이웃 이층 양옥집의 대머리 아저씨의 싸늘한 눈길을 감수하며 수시로 공구통을 빌려오는 게 어린 마음에 자존심 상해서 그런 생각을 했으리라는 추측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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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공유경제다. 나에게 남는 것을 빌려주고 적절한 대가를 받는 이른바 공유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에다 환경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도 접목되고,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매체가 결합하니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이다. 이전의 아나바다운동이 절약의 미덕을 강조하는 수준이었다면, 공유경제는 거대한 협력적 소비의 메커니즘을 만들고 있다.

 

기술과 비용 측면에서도 세계경제의 틀이 밑바닥부터 바뀌고 있다. 급속한 기술발전이 예기치 않게 생산비용을 엄청나게 떨어뜨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격이 거의 공짜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것이 바로 공유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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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급자는 여분의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익을 얻고, 수요자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이는 경제 메커니즘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제는 공유경제 메커니즘이 특정 분야에서 나아가 제조업, 교육, 에너지산업 등 산업 전 분야로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다. 최근 3D 프린터의 대중적 보급으로 제조업의 한계비용은 거의 제로수준으로 떨어졌다. '노동의 종말'의 저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이를 가리켜 '한계비용 제로사회인 공유경제 시대로 급속하게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주택 자동차 등 소유한 재화의 구매·유지비용은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고 이를 버거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객이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잠시 사용하게 한 뒤 돌려받거나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사업 모델을 '메시(mesh)'라고 부른다. 스마트폰 보급,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성장 등은 굳이 재화를 독점적으로 소유하지 않고도 혜택을 누릴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부산에도 공유경제가 끓기 직전이다. 창업에 관심있는 젊은 청년들, 벤처기업가, 엔젤투자자, 하우스푸어들을 중심으로 공유경제 열풍이 불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인 공유경제 시민허브가 지난해 말 결성돼 시민들을 상대로 공유경제를 쉽게 알리는 플레이숍을 운영 중이다. 게다가 공유경제 기반의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을 모아 50일 집중 창업육성 과정도 준비 중이다. 1990년대, 세계경제의 큰 흐름을 놓쳐서 부산경제가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었다. 세계적인 공유경제의 흐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지역사회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