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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한 협동조합 5000개 시대…新성공모델이냐 부실단체냐

배셰태 2014. 7. 30. 09:16
협동조합 5000개 시대…新성공모델이냐 부실단체냐 ‘갈림길’

매경이코노미 2014.07.2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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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잠깐용어 참조) 전성시대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빠르게 늘기 시작한 협동조합이 일 년 반 만에 5000개를 넘어섰다. 7월 17일 기준 전국의 협동조합 수는 모두 5237개. 하루 평균 약 9개가 새로 생겨난 셈이다.

매출 수십조원 규모의 협동조합을 보유한 미국이나 스페인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최근 열기만큼은 어느 나라 못지않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협동조합’ 하면 새마을금고를 떠올리는 수준에 그쳤던 한국에 갑자기 협동조합 붐이 일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이 기폭제가 됐다. 3억원 이상이던 출자금 제한을 없애고 200명 이상 필요하던 설립 동의자를 5명으로 줄였다. 특정 산업 분야에만 허용하던 것을 금융·보험을 제외한 모든 분야로 확대했다. 협동조합을 결성하면 외형적으로는 법인 형태가 되고, 내부적으로는 자본과 노하우, 조직을 공유하게 되므로 이전의 소규모 개인사업 형태에 비해 경쟁력을 갖게 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다섯 명만 모이면 설립이 가능하고, 협동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면서도 큰 비용 없이 사업의 위험은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부담 없이 협동조합 설립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긍정적 파급효과 가시화

고용창출·지역경제 활성화 등

국내에서는 이제 막 뿌리내리기 시작한 협동조합이지만 그 효과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고용 창출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5년간 협동조합은 1만개까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약 4만~5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노인 등 고용 시장에서 약자인 계층에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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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다. 한동네에서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다섯 사람이 뜻을 모으면 출자 규모와 상관없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사업을 할 수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득세하면서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골목상권을 지키려는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자생적인 움직임이 나타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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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국내 협동조합 유형에서 3분의 2가량이 기존의 개별 사업자들이 연합해 만드는 사업자협동조합”이라며 “이는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들이 협동조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셋째, 사회 전반의 복지 수준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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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의 목표는 수익을 늘리는 것이다. 반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돈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사업을 하고 싶었다.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먼저 생각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송인창 해피브릿지 이사장이 밝힌 협동조합 전환의 배경이다.

‘묻지마 설립’ 확산

지속 성장 위한 토대 구축 필요

국내 협동조합은 단기간에 5000개 이상이 만들어질 정도로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그만큼 실패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5명 이상만 모이면 4~5주 만에 설립이 가능하다 보니 철저한 준비 없이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생겨난 부실 협동조합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막상 설립해 놓고 아예 사업을 개시하지 않는 협동조합도 많다.

장종익 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는 “설립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설립 이전 발기인 사이에 충분한 상호 교류와 소모임 활동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느 정도 사업 타당성이 검증된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세한 규모도 문제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내 협동조합 가운데 80% 이상은 조합원 15명 이내의 조직이다. 또 자본금 규모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다 보니 재정적으로 열악한 곳이 대부분이다. 국내 협동조합의 평균 설립 출자금은 1770만원. 일반적인 개인사업체와 비교해 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출자금 1000만원 이하의 협동조합도 전체의 70%에 육박한다. 한창용 KIET(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협동조합 성장에 안정적인 자금의 확보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협동조합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협동조합 역시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영리사업체인데, 철저한 준비 없이 단순한 동호회나 모임 개념으로 만드는 사례가 많다는 것.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수익이 없다면 조합을 운영할 수 없다.

김혁 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는 “협동조합을 만들기만 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얘기만 믿고 설립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부분 실패한다. 판로나 회계 등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협동조합만이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잠깐용어 *협동조합

공통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5인 이상이 자발적으로 출자해 결성한 조직.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고 출자 규모와 무관하게 1인 1표제로 운영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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