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2014.06.30(월)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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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무력화한다고 걱정들이다. 인간이 하던 일들을 기계가 다 처리하면 인간은 할 일이 없어진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기술발달은 끊임없이 인간의 호기심을 확장시켰고 새롭게 할 일들을 더 많이 만들어냈다. 기술발달이 계속해서 새로운 문명을 이끌어왔지만 인간은 계속해서 새로운 상상력으로 더 높은 가치들을 창조해냈다. 첨단기술이 인류를 육체노동에서 해방시켜줬지만 정신노동은 오히려 더 많이 늘어났다. 새로운 첨단응용기술은 인간의 오래된 고뇌를 덜어주고 추상적 개념을 객관화하는 고차원 세계로 이끌어준다. 첨단기술은 인간의 본성과 감성을 기술로 해결하는 인문학적 수단이다.
자연 속에 감춰진 원리를 물질적 현상으로 밝혀내어 설명하는 학문이 자연과학이다. 자연과학에선 모든 현상을 물질의 상태변화 또는 반응으로 해석한다. 반면에 인문학은 자연현상을 인간의 느낌으로 이해하기 쉽게 의인화해 설명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적 접근 방식은 모든 현상을 인간적 감성으로 느끼고 표현한다. 예를 들면 새가 울고, 꽃이 활짝 웃고, 바람이 귓속에 살며시 속삭인다고 한다.
르네상스 혁명이 일어나기 이전엔 모든 학문의 중심이 신이었다. 인간이 관찰한 모든 현상을 신의 섭리, 즉 신학적 관점으로 봤으며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물이나 현상들은 신의 생각을 유추하여 진단했다. 자연의 변화는 신의 섭리이며 신이 관장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갑자기 폭풍우가 불고 번개가 내리치면 신이 노했다고 믿고, 사람이 죽으면 신의 전당에 올라간 것이라고 가르쳤다. 인간의 믿음은 당연히 신의 섭리에 근거해야 했다. 당시는 인간들의 전쟁도 신의 계시를 받아 치렀다. 신을 위해선 목숨을 아끼지 않았으며 신의 힘이 강한 쪽이 전쟁에 이기며, 전쟁에 지면 신이 그 민족에게 고난과 역경을 겪게 하여 신에 대한 믿음을 점검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추상적 개념은 신의 말씀을 통해 이해하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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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는 인간성을 찾아낸 문화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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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명은 실물을 가상화한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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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의 가치는 인본주의에 있다
이쯤에서 과학기술의 진정한 효용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기술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불편함 개선이고 편의성 증진이다. 불편함을 무릅쓰고 기술의 성능만 높이려 할 때 인간은 그 기술의 활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첨단화된 기술이라도 인간의 상상력을 포용하고 인간에게 효용가치를 제시하지 못하면 활용되기 힘들다. 기술이 인간의 본성과 감성에 화답하려면 기술개발 목표를 인문학적 통찰을 통해 구해야 한다. 과학기술에 인문학을 결합하라는 요구가 그래서 나온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 본연의 감성과 도덕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귀착한다. 기술적 기교를 위해 인간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인공지능은 모두가 공감하는 객관적 가치들 속에서 최선의 가치를 빨리 찾아내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성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그 역할은 인간의 보조적 판단 수단에 머물게 된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할 수는 있지만 창의적인 영역을 혼자 개척해내지는 못한다. 인공지능은 이미 존재하는 객관적 개념들을 기반으로 하는 반면에 창의성은 새로운 개념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인간의 두뇌가 발견해낸 엉뚱함에서부터 출발한다. 객관성을 무시한 차별성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 발견을 통해 발현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하는 객관적 사실이 되는 순간부터 그 창의성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기술발달은 또 다른 문명으로 진화를 촉진한다. 그러나 새로운 문명도 인본주의를 벗어날 수는 없다. 인류문명은 두뇌의 엉뚱한 상상력에 의존해서 진화해왔다. 인문학적인 상상력이 바로 창의적 기술개발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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