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줄파산 시대

배셰태 2014. 7. 9. 18:18

[밀물 썰물] 전문직 줄파산 시대

부산일보 2014.07.09(수) 진용성 논설위원

 

우리 시대의 '이상적 배우자 상'은 뭘까. 선망의 직업이라 할 변호사, 의사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정답은 아니다. 남성 배우자의 이상적 직업은 공무원, 공사직, 일반사무직, 금융직 순이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자료다.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은 순위에도 들지 못했다. 의사가 겨우 5위에 올라 '사'자 전문직 체면치레를 했다.

 

사실 '사'자 직업군의 위세는 그동안 대단했다. 사농공상의 사상적 배경과 입신양명의 세태 탓도 있었지만 진입장벽이 다른 어떤 직종보다 높았다. 판사 검사 변호사 등용문인 사법고시의 합격문은 좁았고 의대 입학은 극소수 최우수 학생들에게만 허용됐다. 이에 걸맞은 대우가 따랐고 사회 역시 상응한 대접을 했다. 바로 특권층의 형성이었다.

 

그 특권층이 지금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다. 무엇보다 진입장벽의 빗장이 풀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변호사 직종이다. 2000년 당시 4천200여 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만 7천480여 명으로 늘었다. 엊그제 서울변호사회가 발표한 내용은 변호사 급증의 그늘을 잘 보여 준다. 월 5만 원의 회비도 못 내는 변호사가 전체 변호사의 8%를 넘는다. 특히 아무 사건이나 닥치는 대로 수임하는 '막변(막장 변호사)'은 태반을 차지한다. 취업도 못한 '백수' 변호사도 부지기수다. 의사 직종도 예외가 아니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전문의 숫자만 3천 명에 이른다. 폐업 병의원은 매년 2천 개가 조금 넘는다.

 

전문직의 이런 변화가 급기야 거액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줄파산하는 사태를 부르고 있다. 지난 7일 서울지법에 일반회생을 신청한 1천327명 가운데 무려 41.3%가 이 '사'자 직업군 소속이다. 더러 과도한 욕심이 부른 자업자득형도 있지만 대부분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생한 결과다. 어쩌면 지금의 사태가 정상성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사'자 직업군, 그 본연의 직업의식을 다지는 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