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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적응 못하면 이동통신사는 `덤프 파이프`로 전략할 수도 있다

배셰태 2014. 1. 17. 23:30

 

요즘 사람들은 더 이상 음성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비롯하여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라인 등의 SNS가 만들어 낸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에 더 호응합니다. 휴대폰 핵심 기능이었던 음성 통화가 이제는 부가 기능으로 전략한 것입니다. 음성 통화 종말의 시대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성경(창세기 11장)에 따르면 바벨탑이 무너질 때 땅위의 언어가 모두 혼잡해졌습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게 되자 사람들은 뿔뿔히 흩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사실 바벨탑이 무너진 이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동통신 기술이 상용화된 지 이미 30년이 넘었지만 첨단을 말하는 모바일 시장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각 나라의 영토에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주파수`라는 기준을 정해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이 울타리 안에서는 오직 허가받은 자들만이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결해 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동통신 사업자들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울타리 너머로 `새로운 탑`이 세워졌습니다. 처음 그 탑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점점 더 많은 수가 그곳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울타리를 지키던 이동통신사는들은 그 탑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미처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21세기의 바벨탑(SNS 등)의 등장으로 울타리를 지키던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들의 주 수익원인 통신료 매출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통신료는 크게 음성 요금, 문자 요금, 데이터 서비스 요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통신사의 가장 큰 수익원은 음성 요금이고 문자 요금은 비용 대비 고수익이 보장된 수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등장하면서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근본부터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나`와 `너` 의 연결이 아닌 `나`와 `세상`이 연결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전 세계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모바일에서는 이제 더 이상 `음성`이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음성 커뮤니케이션 시대는 종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휴대폰 사업에 관한 거의 모든 주도권은 통신사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휴대폰 사업에 관한 주도권이 여러 분야로 나눠지고 있습니다. 카카오와 같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들은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 게임하기`입니다.

 

카카오 게임하기는 2012년 7월에 출시되어 말 그대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카카오 게임하기는 카카오가 흑자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한국이 구글플레이 국가별 매출 순위에서 3위를 기록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게임 다운로드는 T스토어, 올레마켓, U+스토어 등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판세는 뒤집어졌고 이제 게임사들은 통신사가 아니라 카카오와 협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던 컨버전스 영역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휴대폰 시장에서 컨버전스 영역이라면 금융, 텔레매틱스, 커머스, 페이먼트 등의 분야가 있습니다. 네트워크를 필요로하는 커버전스 산업은 이전까지만 해도 통신사를 중심으로 협의체가 이루어졌지만, 요즘에는 금융은 금융회사가, 텔레매틱스는 자동차 회사가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이 우려했던 `덤핑 파이프(Dumb pipe : 부가 가치를 내지 못하는 단순 망 제공자)` 신세가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가 2013년 7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통신 시장은 전년보다 1.9% 성장한 30조 1.,239억 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성장세입니다. 통신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0.1%에 그쳐 2017년에는 약 30조 2,430억 원 정도의 규모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감소하는 음성 통화 매출,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문자 메시지, 포화 상태인 이동전화 시장, 신규 비즈니스의 주도권 상실 등 통신사의 앞날은 어둡기만 합니다.

 

통신사들 간 뚜렷한 차별점이 없는 이상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유심(USIM)이 어느 회사의 것인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저 모바일 회선만 제대로 제공해 주면 되는 것입니다. 통사사들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 통신사들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의 주도권 자체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통신사들은 음성과 문자 서비스 부분의 매출 하락을 음성, 문자, 데이터를 묶은 `패키지형` 요금으로 간신히 막아내고 있습니다. 음성 무제한, 문자 무제한 등의 요금 상품을 만들어 일반 이용자들의 사용량보다 더 높은 구간의 요금제를 제시함으로써 겨우 매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산소호흡기`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이용자가 SK텔레콤에서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을 개통한 후에 SNS로는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는 카카오톡이나 보이스톡을 사용한다면 이 이용자는 어느 회사 고객일까요? 물론 앞서 열거한 모든 회사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주도권입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 통신사들은 고객들의 휴대폰 이용에 대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었습니다. 이용자들이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고 무선 인터넷을 하는 모든 행동은 통신사의 주도하에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통신사들은 이용자들의 모든 행동에 관여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통신사들은 지금 절실하게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찿지 않으면 안 될 상황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