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시사기획 창’은 29일 방송될 ‘덫에 걸린 부동산’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추적해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정부가 쏟아낸 부동산 대책은 20차례가 넘었다. 사실상 매 분기마다 한 번씩 부동산 대책이 나온 셈이다. 그렇게 쏟아져 나온 부동산 정책들의 목표는 대부분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고 집값 하락을 방지하거나 끌어올리는 데 있었다. 특히 8.28 전월세 대책은 이름만 전월세 대책일 뿐 사실상 젊은 세대가 빚을 지고 집을 사라는 것이었다. 이런 부동산 정책 기조 속에 전셋값 폭등이 61주 계속되면서 청년 세입자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겠다는 목표조차 달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 8.28 전월세 대책이 나온 이후 전셋값을 잡는 데는 실패했지만 잠시나마 집값을 끌어올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곧바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가격은 다시 보합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번 8.28 전월세 대책도 종전의 대책들처럼 일시적인 부동산 상승 효과만 가져오고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 가격 부양이 매번 실패로 돌아서는 근본 원인은 부동산 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시사기획 창’ 취재진이 수억원 대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 프라이빗 뱅킹PB센터를 찾아간 결과 각종 증언과 수치를 통해 이 같은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더구나 부동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50대가 부동산 자산 비중을 급격히 줄여나가고 있다. 이처럼 부유층과 기성세대가 부동산을 팔고 있지만 이를 살 수 있는 젊은 세대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더구나 2012년 한 해 동안 40∼50대의 소득은 7%가 넘게 늘었지만 20∼30대의 소득은 고작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근본적인 변화 때문에 젊은 세대가 빚을 져서 기성세대의 부동산을 사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그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거대한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집을 가진 사람들 위주의 정책을 고집하면서 정작 청년과 세입자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전세값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세 대란의 위기 속에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청년세대들은 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청년들은 천정부지로 오른 전세값 때문에 반지하 전세라도 얻으려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빚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같은 또래보다 소득이 높은 편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직장 주변에서 집을 구하지 못해 3시간 이상 출퇴근에 허비하는 것이 지금 청년 세대의 모습이다. 특히 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청년들이 결혼이나 출산까지 미루면서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까지 위협하고 있다.
취재진은 이 같은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독일에서 찾았다. 독일의 경우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대부분 가옥이 파괴돼 많은 국민들이 살 곳조차 없이 난민 생활을 해야 했다. 이에 독일 정부는 빠르게 주택을 보급하는 길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각종 세제지원을 통해 건설업체가 분양보다는 임대를 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현재 독일 전체 국민의 3분의 2가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게 됐다. 또 임대료 결정에 정부와 의회 뿐만 아니라 세입자 협회까지 개입해 공정한 임대료가 책정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 같은 임대주택 정책과 세입자 보호 정책은 독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독일의 집값은 다른 나라가 집값 버블이 한창일 때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오자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집값 폭락을 경험했지만 독일은 오히려 안정적인 오름세를 보였다. 가장 큰 이유는 주거비가 줄어든 덕분에 경제 위기 속에서도 독일의 소비가 견조하게 유지?고 저축률도 10%대로 우리나라의 3배 수준을 유지하는 등 안정적인 경제환경이 유지됐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불경기만 오면 건설업체가 줄도산을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의 건설업체는 집을 짓고 분양을 하지 않고 대부분 임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경제위기에도 튼튼한 재무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취재진이 만난 게다쉬코 독일 연방주택건설 위원장은 독일 여러 업종 중에 100년 이상 된 기업이 가장 많은 업종이 건설업종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임대주택은 전체 주거형태의 5% 안팎으로 독일의 14분의 1수준에 불과하지만 청년들과 은퇴세대의 주거 안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주거비가 낮아지면서 자녀교육과 자기계발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릴 수 있고, 저축 여력이 높아져 나중에 집을 살 수 있는 여력도 더욱 커지게 된다. 결국 임대주택의 확대는 단지 임대주택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에만 그치지 않고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기성세대가 보유한 자산 가격을 지탱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청년과 은퇴세대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대적인 지원은 결국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강력한 투자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이대로 부동산 부양책에만 의지하다가는 경기 약화는 물론 집값도 지키지 못할 것이다. 이제 20여 차례의 부동산 정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부동산 대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 29일 밤 10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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