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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의 허상•••그래서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배세태 2013. 9. 4. 17:50

 

25여년간 서구경제를 지배한 종교는 시장근본주의였습니다. 이것은 경제학이나 역사적 증거에 의거한 것이 아니므로 일종의 종교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신조는 경제학이 오랜 옛날에 내놓은 개념들, 특히 애덤 스미스가 주창한 '보이지 않은 손'을 거론합니다. 즉 이익과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듯 사회 전체의 웰빙을 증진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애덤 스미스 자신도 이 주장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고, 규제가 없는 시장들의 위험성에 대해 분명하게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시장근본주의를 주장한 사람들은 특정 형태의 경제조직, 즉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으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기업들을 옹호해 주었습니다.

 

●시장기능은 과연 작동하는가

 

약 75년 전만 해도 이런 식의 개념들은 극심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대공황은 시장이 반드시 완벽한 기능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네 명당 한 명꼴로 실업상태였던 마당에 누가 과연 시장 기능이 완벽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습니까? 최소한 너무 늦기 전에 경제가 항상 자율적으로 조정되지도 않는다는 점도 명백해졌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시장경제가 장기적으로는 적절한 조정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 케인스는 이렇게 대응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 케인스가 주장한 '적절한 정부 개입을 통해 경제가 완전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 는 개념이 없었더라면, 시장경제학에 대한 지지도 급속도로 약화되었을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반적으로 시장경제학의 비판자로 간주되는 케인스가 사실상 시장경제학의 구세주 역할을 했던 셈입니다.

 

그리하여 경제를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개념이 좌파나 우파 양쪽 진영 모두에 두루 수용되었습니다. 케인스 경제학의 여파로 일련의 특정 개념들은 이른바 '신고전파종합'으로 발전했습니다 .이것은 일단 경제가 완전고용을 회복하고 나면, 다시 시장의 힘에 기초한 자원을 배분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지금 생각해볼 때, 신고전파종홥과 관련해 재미있는 점은 그것이 경제학이론에 의거해 나온 이론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주장(폴 새뮤얼슨의 주장)으로 제안되었고 세계 곳곳에서 널리 받아들여젔습니다. 하지만 경제의 거시적 문제들은 광범위한 시장 실패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다시말해 시장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의 실패는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닙니다.

 

현대의 수많은 정책이 기초로 삼고 있는 일반적 신고전파 모델은 완벽하지 않았으며 애덤 스미스는 큰 오류를 범했습니다. 달리 말해, 정보가 불완전할 때마다 시장을 움직이는 손이 종종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사실상 그 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항상 거기에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공히 더 잘 살도록 만들어줄 수 있는 정부 개입이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이 자체적으로 잘 작동하고 효율적으로 기능한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입니다. 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영리 조직과 협동조합을 비롯한 여러 조직과 정부, 시장 사이의 균형점을 찿아야 헐 필요가 있으며, 성공적인 국가들은 그런 균형점을 찿아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간단히 말해 시장근본주의(종종 신자유주의로도 불림)는 단순히 그릇된 신조였습니다.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 견해를 한층 더 확고하게 굳혀준 쾌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과거 50년은 상당히 극적인 기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상상 이상의 성공적인 발전을 목도해 왔습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극단적 실패도 지켜보았습니다. 시장근본주의와 시장이 나름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개념을 맞춘 신자유주의의 정책을 추구한 국가들은 대체로 실패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에 특히 널리 확산되어 있던 신조가 이것이었습니다.

 

반면 전세계에서 보다 큰 성공을 거둔 지역은 동아시아였습니다. 정부의 역할을 강화한 광범위한 제도적 장치에 토대를 둔 폭넓은 정치철학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 하나의 사례가 중국의 마을기업과 협동조합들로, 이것들은 1990년대 중국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우리는 사회기반시설과 도로 및 공항 등이 없는 현대 경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것들 역시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영역들입니다.미국의 성공 사례만 살펴보아도, 경제 발전이 정부의 절대적인 역할을 기반으로 이룬 결과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는 문제의 근원이 아니라 해결책이었습니다.

 

협동조합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적으로 협동조합들은 금융과 보험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일부 문제들은 협동조합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주로 하는 기업들로 전환한 결과입니다 오늘날에도 농업과 주택 및 여타 분야에서 협동조합과 비영리 조직들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정부 역할과 시장 역할 사이의 균형을 이해한다면 새로운 시각이 생겨납니다. 시장근본주의의 결함들 중 하나는 소득의 공정한 분배나 휼륭하고 공정한 사회라는 개념에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점입니다.그러나 시장은 다른 요인들과 무관하게 별개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금융과 관련해서도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제 경제의 판을 보호와 재분배의 틀 안에서 다시 짜야 합니다. 시장과 국가는 다시 '올바른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투쟁이 반복될 것입니다. 소수를 위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은 이제 다수를 담보하는 쪽으로 수정, 보완해야 합니다.

 

●경제적 다원주의에 대한 찬양

 

이 모든 것의 결론은 우리가 다양한 형태의 경제 조직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특정 모델과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그리고 특히 그 모델의 변종인 규제가 없는 시장에 너무나 오랫동안 집중했습니다.

 

시장근본주의에 기초한 모델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이 다른 종류의 모델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기 시작할 적절한 시점인 까닭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