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재는 우리 세계에 마냥 널려 있는 자원이 아닙니다. 공유재는 비극을 낳기도 합니다. 그대로 유지하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때로 공유재는 중요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유재는 가치를 창출합니다. 자유분방한 혁신의 소재로 다른 사람의 허가를 받지 않고서도 그 자원을 활용할 기회를 줍니다. 공유재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개방성에서 비롯되는 가치를 개인과 기업들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 개인과 기업은 그 가치를 다른 가치로 변환시켜 자기 목적에 맞게 사용합니다
인터넷은 두 가지(프로토콜, 프리 소프트웨어나 오픈소스) 공유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또 제3의 공유재('프리' 스펙트럼)로 옮겨갈 잠재력도 갖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공유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통제되는 자원을 자유로운 자원과 연결시킴으로써 그 자원의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를 서로 연결해 주는 광섬유 케이블은 전적으로 개인이나 기업이 통제합니다. 그러나 그 자산이 활용되면서 가치가 생성됩니다. 그 자산이 활용되는 곳은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공유재입니다. 공유재가 그 가치를 높여 주며, 적절한 관리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자원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배타적인 독점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주장에는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무슨 자원이든 통제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모든 논의를 지배하면서 공공정책은 그 통제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시각은 사유재산이 사악하다든가, 시장이 부패했다거나, 정부가 자원 할당을 가장 잘할 수 있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원, 또는 공동으로 소유하는 자원이 때로는 개인적으로 소유되는 자원보다 사회를 더 풍요롭게 해 주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시각을 말합니다.
어느 자원이 어떻게 활용돼야 할지 잘 모를 때는 그 자원을 공유재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어느 자원이 어떻게 활용돼야 할지 확실히 아는 때는 그 자원을 통제 시스템에 귀속시키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용도가 분명하다면 자원이 바로 그 용도에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유권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소유자에게 강력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그 자원에서 얻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자원의 경우 누가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지 찿아내 그에게 재산권을 부여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나 특정 자원의 용도가 명확하지 않다면, 다시 말해 어떻게 사용해야 가장 효율적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면, 그 자원을 공유재로 두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용도를 실험해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자원이 어떻게 사용되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그 자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너무나 분명하지만 좀 더 확실히 해 두는게 좋을 듯합니다. 공유재는 시장이나 국가 법의 지배를 받지 않지만 지역사회의 '관습'이나 사회 규범의 지배를 받습니다. 이처럼 동원할 수 있는 것이 다양하기 때문에 우리는 특정 자원에 필요한 통제를 적절하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습은 하나의 '공유재'가 관리되는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또 그것은 개인이나 국가의 독점 소유와는 다릅니다. 관습이 제공하는 권리의 흥미로운 점은 아무련 규제를 받지 않는 단체에 재산권을 부여하되, 자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관습에 따른 권리를 주장하는 지역사회는 '아무련 질서가 없는' 무정부주의가 결코 아닙니다.(아래 댓글 참조)
인터넷의 공유재는 그와는 달리 관리됩니다. 인터넷에서는 '관습'이 통용되지 않습니다. 대신 기술을 통해 부과되는 통제가 인터넷의 자원들을 관리합니다. 기술이 원래 정해진 균형을 뛰어넘어 자유로운 사용권을 확대도 하지만, 통제를 확대하기도 합니다. 둘 다의 경우 핵심은 마찬가지입니다. 균형은 존재하는 그대로의 기술을 반영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술의 변화가 이 균형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명제는 이론에 머물지 않습니다. 실제로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인터넷 환경의 변화는 인터넷에서 통제와 자유의 균형을 바꿔 놓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명백합니다. 실제로 통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통제가 잘못이라고 추상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는지도 모르면서 이 통제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균형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마치 통제가 유일한 장점인양 변화가 진행될 뿐입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사이버페이스를 개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개조 작업은 우리가 혜택을 누려 온 위대한 혁신을 망쳐 놓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 상의 저작권 문제를 예를 들어 봅시다. 저작권의 목적은 저작권자에게 계속 창작을 하는 데 필요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독점권을 주는 것입니다. 그 독점권에 따라 저작권자는 생산에 소요된 비용을 충당할 뿐만 아니라 거기다 충분한 이익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퍼블릭도메인(사회의 공공자산)을 손상할 정도로 큰 권한을 줘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열쇠는 양쪽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유와 통제의 균형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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