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은 회사에 소속돼 신분을 보장받는 대신 봉급을 받는 지식노동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샐러리맨은 봉급생활자로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는 대표 직종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이제는 유비쿼터스와 창조사회로 넘어가는 기로에서 ‘샐러리맨=안정된 생활’이라는 등식이 급격히 깨지고 있습니다.
샐러리맨은 원래 일본말입니다. 영어에는 샐러리맨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a salaried man’, 그러니까 봉급을 받는 사람 정도가 되겠습니다. 요즘에는 샐러리맨이라는 말이 냉소적·부정적으로 쓰이면서 봉급생활자를 ‘비즈니스맨’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즈니스맨은 정확히 자영업자 또는 CEO, 회사 중역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전문직도 우리가 소위 말하는 샐러리맨의 정의에는 안 들어갑니다. 블루칼라 노동자도 안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화이트칼라, 즉 노동자 중에서도 지식노동자에 속하는 사람으로 고정급을 받으며 안정되게 살아가는 사람을 샐러리맨으로 규정해야 합니다.
샐러리맨의 본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원을 이해해야 합니다. 샐러리(salary)는 라틴어의 소금(salt)에서 유래했습니다. 화폐경제가 발달하지 않았던 고대 로마시대에는 군인에게 봉급 대신 소금을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당시까지만 해도 직접노동의 대가로 봉급을 받는 직업이 군인밖에 없었다는 말도 됩니다. 근대 이전까지는 몇 천~몇 만 명 단위의 조직은 군대가 유일했습니다. 근대 이전까지는 회사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오늘날의 회사는 근대 자본주의와 산업주의가 생기면서 자영업자 같은 소규모 상인들이 군대 조직을 모방해 만든 것입니다. 때문에 회사 조직을 들여다보면 군대 조직과 유사점이 많습니다. 사장을 총수라고 하는 것이나 기획실이니 전략실이니 하는 것도 모두 군대의 참모 조직을 모방한 말들입니다. 신병은 신입사원이고, 보초는 수위가 되는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월급은 군대 조직에서 제일 먼저 시작돼 근대에 와서 군대 조직을 모방한 회사 조직이 생겨나면서 샐러리맨의 삶이 현대인의 보편적 삶의 양식으로 굳어지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개화기 이전에는 회사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상점이나 가게는 있었지만 회사(會社) 같은 네트워크 조직은 없었습니다. ‘회사’라는 말은 일본에서 개화기 때 등장한 단어입니다. 그것도 처음에는 사회(社會)라고 했습니다. ‘사회’라는 말을 뒤집어 ‘회사’라고 한 것입니다.
이젠 샐러리맨이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삶의 양식이 되었습니다, 비록 전체 취업자의 15%정도밖에 안 되지만, 현대인이 가장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직종이 샐러리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봉급생활자=안정된 생활’은 '벤처' 와 정반대되는 개념입니다. 큰돈을 벌려면 사업을 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등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100만 명이나 1,000만 명 가운데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예입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들처럼 1,000만 분의 1의 확률에 인생을 걸기보다 확실히 안정된 길인 대기업의 샐러리맨에 몰리는 것입니다.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이 아니라 ‘저위험 저수익(low risk, low return)’, 즉 이익은 적지만 위험부담이 없는 쪽을 택하는 것입니다.
●매슬로의 ‘욕구 3단계설’
매슬로의 욕구 3단계설에 따르면 첫째가 생리의 욕구, 둘째가 안정의 욕구, 셋째가 소속의 욕구, 넷째가 남에게 인정을 받는 존경 욕구, 다섯째가 자아실현의 욕구입니다. 샐러리맨이 된다는 것은 아래의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고, 잘해서 승진하면 넷째 단계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회사에 속한다는 것 자체가 소속감과 자기정체성을 줄 뿐 아니라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꼬박꼬박 월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어쩌면 한꺼번에 노다지가 쏟아질 수 있는 벤처의 길을 두고 안전한 길을 택하는 사람이 샐러리맨입니다.
샐러리맨이란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를 위해 사는 존재입니다. 독립적으로 자기의 꿈을 좇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 들어가 자신의 지식을 노동으로서 제공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샐러리맨은 내가 하고 싶은, 나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배운 지식을 남을 위해 쓰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회사가 더 이상 나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회사와의 일체감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샐러리맨의 위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문명의 전환에서 오는 구조적인 것입니다. 지식정보사회에 이르면 소위 ‘널리지 워커(Knowledge Worker)’들이 늘어날 것 같지만, 산업사회의 기계화가 육체노동자를 몰아낸 것처럼 정보사회에서는 컴퓨터와 모바일 앱•웹이 중간층 지식노동자를 몰아내는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영업자보다 샐러리맨을 더 대우한다
우리나라는 근대화가 늦은 만큼 샐러리맨의 등장도 상대적으로 늦었습니다. 때문에 샐러리맨이라는 직종이 등장하자마자 선망의 대상이 됐습니다.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직격탄을 맞기는 했지만, 그 동안 샐러리맨의 애환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했던 것은 한국인들이 기본적으로 가정적이고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온순한 기질의 영향도 있습니다.
선비사상도 한 몫 거들어 지식숭배의 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직에 순응해 넥타이를 매는 대신 중산층에 편입해 크지 않은 꿈을 꾸며 사는 소시민적 삶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입니다.
●오직 한 사람(only one)이 되라
우선 조직에서 ‘오직 한 사람(only one)’이 돼야 합니다. 비록 의사니 변호사니 하는 전문직은 아니지만, 조직 내에서 나 아니면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이 계장이나 과장으로 승진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월급쟁이가 불황의 위기 속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전문직처럼 되는 것입니가. 또 회사 업무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외에 별도의 기술을 하나 정도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자격증을 따는 것입니다. 자격증이 있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둘째, 자기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요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직이든 샐러리맨이든 수천 명 가운데 자기를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회사원은 수천 명의 사원 중에서 사원 누구, 계장 누구, 과장 누구로 기억될 것이 아니라 홍길동이면 홍길동, 김삼돌이면 김삼돌이라는 이름 석 자로 기억돼야 합니다.
또 어느 직장이나 부서에서든 부속품으로서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업무를 개척해야 합니다. 자신만의 업무영역을 개척하고 스스로 브랜드화하면 어떤 회사, 어떤 부서에서든 전방위적으로 업무가 가능해 전직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승진 여부와 상관없이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미래사회에서 샐러리맨은 어떻게 자리매김하게 될까?
외롭지만 혼자 사는 세상이 왔습니다. 또 조직이 개인에게 아무런 보호망이 돼주지 못하는 대신 개인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재단하는 주인이 되는 보람 있는 세상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적응하는 인간이 아니라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창조적 인간을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즉, 과거에는 샐러리맨도 시스템에 적응하느냐 못 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조직에 속해 있느냐와 상관없이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냐 아니냐로 가치를 평가받습니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평사원이 사장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샐러리맨을 오케스트라의 단원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교향악단을 하나의 회사로 봤을 때 단원 한 명 한 명은 회사원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악기에 대한 전문가로서 책임지고 자신이 맡은 악기를 다룹니다. 자기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오디션에서 떨어져 낙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하나의 앙상블로 만들어 화음을 내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지휘자, 즉 사장입니다. 그런데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비올라를, 트럼펫 연주자에게 플루트를 연주하라고 하면 그 오케스트라가 되지 않습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회사원의 80% 이상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사장의 중요한 업무입니다. 회사원 역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발판으로 삼아 얼마든지 솔로리스트로 활동하듯, 회사를 발판으로 자신의 잠재적 역량을 키운 스타 샐러리맨이 돼야 합니다.
또한 팀 전체를 위해 뛰는 것이 곧 자신을 위해 뛰는 것이라고 생각도 해야 합니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되면 취미와 일이 분리되지 않고, 내 정체성과 일의 정체성이 일치하면서 회사는 물론 개인도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됩니다. 과거 샐러리맨의 인생관으로는 이제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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