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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경제의 대안 협동조합에 있다-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배셰태 2013. 6. 23. 19:57

화폐경제의 대안 협동조합에 있다

한겨레21 2013.06.21(금)

http://me2.do/FTRvHdO5

 

과소생산·과소소비 화폐경제가 낳은 대량실업이라는 이름의 사회적 배제

평범한 사람들 능력과 욕구 배제 않는 대안적 경제조직 협동조합에 주목

 

화폐경제는 인류가 만들어낸 기적의 발명 품으로서 지난 몇 세기 동안 가히 천지개벽 이라 할 물질적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무수한 장점만큼이나 많은 약점도 있으며, 그 가장 치명적인 것 중 하나는 ‘배제’다. 이는 오늘날 전세계를 뒤덮는 만성적 대량실업으 로 나타나고 있다.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많으며, 그 때문에 제 대로 충족되지 못한 사람들의 욕구도 넘쳐 나고 있다. 이 과소생산·과소소비 상태가 화 폐경제의 필연적 귀결이라면 이들의 능력과 욕구를 짝지을 수 있는 다른 경제적 조직 방 식을 강구해내야 하고, 그 점에서 협동조합 등의 의미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1등만 기억하는’ 화폐경제

 

<중략>

 

서양 문명의 최고 예언자, 로버트 오언

 

<중략>

 

지난 30년간 지구적 규모에서 미친 듯이 팽창하던 화폐경제의 뒤탈로 나타난 장기적 대량실업과 사회적 욕구불만은 도처에서 심각한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이런 사태가 터졌을 때 구원투수로 종종 등장하던 국가의 실업 대책과 사회정책은 지독히 단순화된 ‘케인스식’ 처방 때문에 제대로 방향을 못 잡은데다 그나마 재정위기로 손발이 묶인 상태다. 궁여지책으로 주요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돈을 계속 찍어대지만, 찍어대는 족족 돈은 모두 고수익을 좇아 각종 자산시장에서 투기성 자금으로 돌아다닐 뿐 대다수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실제 생산과 소비의 조직에는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절망에 빠진 이들은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을 결국 끝낸 것이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인한 군수경제의 팽창이었음을 상기하며 ‘혹시 화성인이 쳐들어와주지 않을까’ 하는 썰렁한 농담이나 주고받고 있다. 화폐경제만을 이론의 대상으로 삼는 경제학은 결국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말았다.

 

19세기 초 영국에는 칼 폴라니가 예수 그리스도 이후 서양 문명 최고의 예언자였다고 극찬한 로버트 오언이 살고 있었다. 그는 착취니 공황이니 하는 화폐경제 내부의 현상 분석에 온 정신을 쏟는 대신, 바로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을 끊임없이 배제하는 것을 화폐경제의 가장 치명적 약점이라고 보았다.

 

이들이 지닌 평범하지만 소중한 능력과 욕구는 모조리 방기되고, 이들의 ‘살림살이 경제’가 파괴됨에 따라 이를 기초로 삼는 사회 전체가 파괴되며, 그 결과 사람들은 인간의 형상을 빼앗기고 돈계산과 이기심만 남은 존재로 퇴락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따라서 그가 선택한 해결책도 혁명이나 정권 탈취 같은 것이 아니었다.

 

화폐경제가 내팽개친 평범한 사람들의 능력과 욕구가 다시 만나 짝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대안적 경제조직 형태를 마련하는 것이었으며, 그것이 바로 협동조합이었다.

 

‘쉽게 세우는 영리기업’ 아냐

 

세계경제 위기 이후, 보통 사람들의 능력과 욕구로 이루어지는 ‘살림살이 경제’를 조직할 수 있는 대안적 장치로서 협동조합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큰 붐이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조심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의 문제의식을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고 협동조합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영리기업’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만연하게 된다면, 협동조합 운동 자체도 성공할 수 없을뿐더러 그 후과는 또 다른 좌절을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