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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취향에 맞춰드립니다"… 구글 2.0 서비스

배셰태 2013. 5. 24. 09:29

"당신의 취향에 맞춰드립니다"… 구글 2.0 서비스

조선일보 2013.05.24(금)

구글 개발자대회 '구글 I/O'

지난 15일 오전 9시(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 구글 개발자 대회 '구글 I/O' 기조 연설자로 무대에 오른 순다 피차이(Pichai) 구글 크롬 총괄 수석부사장은 2개의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한 사진은 2005년, 또 다른 사진은 2012년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같은 행사의 사진 모습이었다. 2005년 사진에서는 오직 한 사람만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2012년 사진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카메라로 그 순간을 담고 있었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현재를 "전 세계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컴퓨터 탑재 기기를 쓰는 시대"로 정의했다. 그는 "과거에는 한 사람이 많아야 2~3개의 기기를 썼지만, 이제는 시계·안경·자동차·전화기 등 사람들이 만지는 거의 모든 것에 컴퓨터가 들어가고 센서가 들어간다""우리는 이 모든 기기를 활용해 여러 기기에서 일관된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구글을 중심으로 한 통합이 이번 구글 I/O의 핵심 주제임을 밝힌 것이다. '통합'을 지향한 구글이 이번 개발자 대회에서 내놓은 다양한 서비스는 어떻게 기능 할까.

브라이언 매클랜든 구글 지도 담당 부사장 구글 새로운 지도 서비스 발표
브라이언 매클랜든 구글 지도 담당 부사장이 15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구글의 새로운 지도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다. 구글은 이날 지도를 포함, 검색·음악·사진·대화·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부문의 새로운 서비스를 발표했다. / 구글 제공

"산타크루즈서 뭐하지?" 물으면 관광지부터 식당까지 쫙~ 답변

검색: 대화 맥락 알아듣고 예측형 답변 내놔

구글은 올해 대화형 검색 서비스의 폭을 데스크톱으로 넓혔다. 기존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만 쓸 수 있는 기능이다. 여기에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을 미리 대답하는 '예측형 답변' 기능도 추가됐다. 검색이 인공지능화된 것이다.

예컨대 '인도 인구(india population)'에 대해 검색할 경우 단순히 지금 인도 인구가 몇 명인지만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1960~2010년까지 인도 인구 추세선을 보여주고, 같은 기간의 중국·미국 인구도 함께 보여준다. 국내총생산(GDP), 기대 수명 등의 정보도 같이 제시한다. 사용자가 다음에 검색할 것이 무엇인지를 미리 예측한 것이다. 음성 검색 역시 "산타크루즈(미국 서부 휴양지)에서 할 게 뭐 있지?"라고 물으면, 유명 관광지와 식당 정보를 정리해 보여준다. 동시에 현재 위치에서 산타크루즈까지 걸리는 시간도 알려준다.

구글의 새 검색은 기존 검색 고도화와 사용자 맞춤 정보를 더한 것이다. 전체 사용자의 검색 정보 패턴을 분석해 다음 검색을 미리 제공하고, 각 사용자의 현재 위치·기존 검색 이력 등을 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맥주 애호가에겐 맥줏집 지도… 360도 파노라마 해저 영상까지

지도: 내게 맞춘 나만의 지도 제공

구글 지도는 검색과 구글 플러스의 정보를 더해 '맞춤형'으로 재탄생했다. 예컨대 서울에서 맥줏집에 자주 가는 사람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가서 식당을 검색하면 자동으로 맥줏집 위주로 목록을 보여주는 식이다. 구글은 기존 지도에 구글 어스(위성지도), 스트리트뷰(거리 모습 촬영), 구글이 인수한 음식점 평가 서비스 '자갓(Zagat)', 사용자 입력 정보 등을 합쳐 내용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구글 지도는 심지어 북한까지 커버한다. 기존 위성사진 정보에 북한에 다녀온 외국인들이 입력한 사진·지리 정보·음식점 평가를 활용한 것이다. 미국 주요 도시의 모습은 3차원 영상으로 보여주고,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바다 6곳의 해저 모습까지 360도 파노라마 영상으로 보여준다.

구글은 새 지도를 통해 '지도는 모든 정보의 종합'이란 면을 강조했다. 지도에 다양한 데이터를 합칠수록 더욱 풍부한 사용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대니얼 그래프 구글 지도 담당 이사는 "구글 맵에 있어서 정확한 것은 기본"이란 말로 지도 정보 오류 사태를 겪은 애플 지도를 비꼬기도 했다.


월정액 무한 음악 서비스에 듣는 이 취향 고려한 노래 선곡

음악: 구글은 당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알고 있다

구글은 월 정액제 음악 서비스 '올 액세스'를 발표했다. 애플의 아이튠스(iTunes)처럼 한 곡씩 구매해 기기에 저장한 다음 듣는 방식이 아니라, 한 달에 9.99달러(약 1만1000원)만 내면 구글이 계약한 모든 음반사의 음악을 무제한 실시간 전송으로 들을 수 있다. 오는 6월 30일까지 가입하면 평생 월 7.99달러(약 8900원)에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많이 쓰는 '멜론' '벅스뮤직' 등과 유사한 서비스다.

구글 뮤직의 최대 특징은 '라디오'라 이름 붙인 맞춤형 음악 재생 목록 기능이다. 아무 노래나 듣다가 라디오 기능을 켜면 지금 듣던 음악과 기존의 내 음악 취향을 분석해 자동 선곡된 맞춤형 음악 재생 목록이 만들어진다.

예컨대 프랑스의 테크노 그룹 다프트펑크의 '에어로다이나믹스'를 듣다가 라디오 기능을 켜면 비슷한 테크노 그룹인 케미컬 브러더스의 '갤버나이즈', 고릴라즈의 '노벰버 해즈 컴' 등이 나오는 식이다. 같은 노래에서 라디오 기능을 켜더라도, 사람마다 추천 곡은 달라진다.

이 서비스는 구글이 얼마나 많은 컴퓨터 자원과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취향과 현재 듣는 곡에 맞춰 다른 곡을 추천할 수 있는 것은 구글이 노래 한 곡만으로 노래의 특징과 사용자의 취향을 뽑아낼 수 있도록 컴퓨터를 '학습'시켰기 때문이다.


보정 베스트샷 선택 알아서 척척… 연속 촬영한 사진을 애니로 제작

사진: 자동으로 보정하고 '멋진 사진'도 골라준다

구글은 사람들이 사진을 자동으로 보정(補正)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포토샵 등 보정 프로그램을 쓰면 나아지지만 번거롭고 복잡하다.

구글은 이 과정을 자동화시켰다. 사진을 분석해 노출·색감·흔들림 등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연속 촬영으로 찍은 사진을 연결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주고, 이 중에서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골라주는 기능도 넣었다. 컴퓨터가 '멋진 사진'이 뭔지 이해하도록 학습을 시킨 결과다. 심지어 사진에 나온 주요 건물, 지형물 등을 인식해 자동으로 꼬리표(tag)를 달아주는 기능도 생겼다.

예컨대 에펠탑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 자동으로 '에펠탑(Eiffel Tower)'이란 꼬리표가 붙고, 똑같이 에펠탑을 찍은 사진을 추천해준다. 구글은 사람들이 어떤 사진을 공개하고, 어떤 사진을 삭제하는지 통계적으로 분석해 '멋진 사진'이 뭔지 학습시킨 것이다.

빅 군도트라 수석부사장은 "구글은 적정 노출·흔들림·색 이상 같은 명백한 것 이외에 표정과 균형 등 미적인 요소까지 분석해 최적의 사진을 골라준다"고 말했다.


메신저 기능 합친 '행아우츠'… 어떤 기기로도 대화할 수 있어

대화: 기기·운영체제 달라도 모든 기능 OK

구글의 메신저 기능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구글의 가장 오래된 메신저는 '구글톡'이었다. 주로 1:1 대화를 담당했다.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구글 플러스 메신저'란 것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행아웃'이란 영상통화 앱도 공개했다. 구글은 이 모든 서비스를 단 하나의 '행아우츠'로 통합했다. 행아우츠는 스마트폰·태블릿PC·노트북·데스크톱 등 다양한 환경에서 쓸 수 있고, 문자 메시지·음성통화·영상통화·사진 전송 등 다양한 기능으로 쓸 수 있다. 구글은 조만간 안경형 기기 '구글 글래스'에도 행아우츠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했다. 어떤 기기가 등장하든 행아우츠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브래들리 호로비츠 부사장은 "애플의 아이메시지처럼 특정 기기에서 잘 되는 서비스는 있었지만, 모든 환경에서 모든 용도를 만족시키는 대화 서비스는 행아우츠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스튜디오 장터 앱 관리 도구 등 플랫폼으로 개발자 수익 창출 기회

안드로이드: 다른 구글 서비스와 통합

이날 구글이 크게 발전한 모습을 못 보인 유일한 부문이 안드로이드다. 구글은 새로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대신 다양한 구글 플랫폼과 안드로이드의 통합을 선보였다. 가장 돋보인 것은 지도 관련 기능이다. 기존에는 사용자 위치 추적 기능을 사용하면 전력 소모가 심했다.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위성과 교신해야 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휴대전화 기지국·위성·무선 인터넷 접속 장치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특정 지역 안에 있는 사용자만 걸러내는 기능도 추가했고, 적은 전력만으로 사용자가 걷고 있는지 뛰고 있는지 활동 상태를 파악하는 기능도 넣었다. 이 밖에 개발자들을 위한 통합 개발 도구 '안드로이드 스튜디오'와 구글 앱 장터에서 수익을 쉽게 올리기 위한 앱 관리 도구 등도 공개했다. 안드로이드를 바탕으로 구글 서비스 사용자를 늘리고, 개발자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의미를 분명히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