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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시대서 공유의 시대로… 이젠 모든 걸 오픈하라

배셰태 2012. 8. 25. 10:53

[Weekly BIZ] [Cover Story] 소유의 시대서 공유의 시대로… 이젠 모든 걸 오픈하라 조선일보 2012.08.25 (토)

'꿈의 연구소'로 불리는 MIT 미디어 랩 소장 조이 이토

인터넷은 열림과 융합의 생태계… 모든 것은 열리면서 생명력 얻어
하드웨어도 빠르게 열리는 중… 앞으로는 바이오 기술이 열릴 것

 

<중략>

 

그는 이달 중순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은 열고 맺고 소통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생태계'다. 인터넷뿐 아니라 모든 것은 열리면서 생명력을 더 얻는다. 소프트웨어가 이미 열렸고, 하드웨어는 지금 빠르게 열리고 있으며 앞으로는 바이오 기술이 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Rifkin)은 화석 연료를 중심으로 한 1·2차 산업혁명에선 '소유'가 중시됐지만, 재생 에너지와 네트워크 중심의 3차 산업혁명 시대엔 '공유'가 주요 경제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조이 이토 소장도 "지금은 '공유(共有) 혁명'의 시대"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상은 공유하는 사람에게 점점 유리해져. 소통하고 협력해야 표준이 될 수 있으니까"

내가 아는 것 감춰봤자 소용 없어
소프트웨어는 언어처럼 공유해야 발전, 소스 공개하면 누구나 참여해 개선…
MS의 백과사전도 위키피디아에 밀려

조이 이토 MIT 미디어 랩 소장은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말한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전형(典型)이다. 리프킨은 1·2차 산업혁명 시대에 엄격한 규율과 근면한 노동, 상명하달식 권위주의가 중요했지만, 3차 혁명 시대에는 창의적인 놀이, 동료 간의 상호작용, 사회적 자본, 개방형 공유제,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 중요해진다고 봤다.

이토 소장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같은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여행을 다니며, 스쿠버 다이빙 강사 자격증이 있으며,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 누구하고나 스스럼없이 소통한다. 그는 인터넷 공간에서 자기의 지적 자산을 오픈해 서로 창작을 도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20대에 DJ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DJ와 미디어 랩 소장의 역할이 비슷하다"고 했다. "미디어 랩 소장은 학생이나 교수 위에 군림하는 리더가 아니라, 그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살피며 그에 적합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위크'지(誌)는 그를 2000년에 '아시아 스타 50명', 2008년에는 '웹(Web)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지난해 일본 '닛케이(日經)비즈니스'는 그를 '일본 미래에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닫고 통제하고 비밀로 감추는 시대는 지났다. 기술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 공유하면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공유하지 않으면 '표준'이 될 수 없다."

공유와 소통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세상은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점점 유리해지고 있다. 모든 상품이 연결돼있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나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내가 블로그에 내 생각과 내가 하는 일, 연구 중인 것을 올려놓으면 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구글로 검색해서 나를 찾아온다. 그럼 서로 협력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비밀로 하면 내가 뭘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감춰봤자 소용이 없다. 그냥 네트워크에 접속만 하면 공유할 수 있는 시대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비용이 확 줄어드는 것이다."

―공유하는 것이 세상을 이롭게 만든다고 보나?

"소프트웨어를 보자. 이것은 마치 언어와 같다. 언어는 사람들과 공유할수록 더 나아지고 발전한다. 공개된 소프트웨어는 누구나 고치고 개선할 수 있다. 누구도 잃는 것이 없다. 이것은 매우 경제적이면서 사회적인 활동이다. 이런 오픈 소스, 오픈 소프트웨어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공유는 공짜를 의미할 수 있고, 수익성에 해가 될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공유할 필요는 없다. 산업별로 다르겠지만, 인터넷 생태계에선 표준이 되고자 한다면 공유해야 한다. 몇 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CD 형태로 내놓은 백과사전인 엔카타(Encarta)는 전 세계 네티즌의 집단 지성이 만들어내는 위키피디아에 무릎을 꿇었다. 검색 엔진도 모두 무료 엔진만 살아남았고, 인터넷 브라우저도 마찬가지다. 공유하지 않으면 표준이 될 수 없다. MS는 자기들의 핵심 기술을 보호하려 했지만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구글조차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코드 소스(code source)를 오픈함으로써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이제 고객들이 프로그래머가 됐고, 소프트웨어 회사는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MS가 태플릿PC를 만드는 것도 이제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로 통제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처럼 하드웨어도 '오픈 혁명' 중

―공유 혁명은 소프트웨어에만 한정되는 것인가?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오픈 혁명'이 이미 시작됐다. 수년 내에 하드웨어와 관련된 빅뱅이 일어날 것이다. 중국은 비슷한 기술 수준의 제품을 더 싼 값에 생산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가전제품, 스마트폰, 자동차까지 중국은 아마 몇 년 내에 한국 제품을 따라잡을 것이다."

 

<중략>

 

―현대사회에서는 당신과 같은 '통섭형 인재'가 요구되고 있다. 이런 인재를 키우려면?

"나처럼 무엇이든 해보고 도전하고 망해도 보면 된다(웃음). 나도 사실 100개 정도 투자했다가 10개 정도 성공했다. 과거엔 작은 아파트에서 빚지고 살던 '마이너스 인간'이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했고 후회하지 않는다. 유치원과 학교를 생각해보자.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을 그냥 놀게 놔둔다. 놀이에 집중하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탐험할 시간을 많이 준다. 그러나 학교에 가는 순간 아이들은 구조화되고 박스 안에 갇힌다. 교사와 부모는 아이들이 복종하기를 바란다. 대학에 가면 학위라는 사회적 틀에 맞추기 위한 공부가 진행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합해 융통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가 나오기 어렵다. 한국 역시 비슷한 아시아 문화와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의 강점인 '융통성'을 잘 활용한다면 통섭형 인재가 많이 나올 것이다." 

 

◆ 조이 이토는
- 출생 : 1967년 일본, 1970년 미국 이주 후 10년간 거주

- 학력 : 일본 아메리칸스쿨(고교) 졸업
 터프츠대 컴퓨터공학과 중퇴
 시카고대 물리학과 중퇴


- 경력 : 1995~96년 일본 인터넷 기업 에코시스, 디지털 가라지 등 설립
 2008~11년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CEO
 
현재 뉴욕타임스 이사, 맥아더재단 이사, 일본 정부 IT전략본부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