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칼럼 2012.02.16 (목)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과 스마트폰의 대명사인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 그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선두 주자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이들 기업은 개방과 협업을 모토로 한 웹 2.0을 기반으로 급성장해 온 미국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회사로 세계 ICT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미 글로벌 ICT 플랫폼을 장악한 이 업체들이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을 주도하며 만들어 가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인 '스마트 생태계'는 소비자들에게 무한한 편리함을 안겨 주며 세상을 급변시킬 전망이다.
"존 앤더튼 씨, 피곤한가요? 여행을 떠나세요. 당신이 원하는 그곳으로 떠나세요." 이는 미래사회를 소재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길을 걷고 있는 주인공 존 앤더튼에게 옥외 광고판이 먼저 말을 거는 장면이다. 정보기술(IT)로 운영되는 광고시스템이 이미 저장돼 있는 개인정보를 분석해 특정 소비자가 누군인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등을 인식해 각종 서비스를 자동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들이 집적된 스마트 생태계에서는 이용자들의 정보 접근이 매우 간편하고 쉬워지며 활용도가 높고 다양해지는 것은 물론 누적된 개인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서비스 업체의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진다. 또 일상의 가정·직장생활의 대부분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토피아가 열리게 된다.
이처럼 꿈 같은 가상의 세계가 급속히 현실화하면서 고도의 정보화 사회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게 사실이다. 반면에 초거대 ICT 기업들의 자본권력이 1940년대에 영국의 조지 오웰이 감시TV와 도청장치를 통한 사생활 통제가 일상화된 암울한 미래를 그린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러더(Big brother·정보를 독점한 절대 권력자)'로 둔갑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ICT 기업이 글로벌 플랫폼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점적·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개인정보가 통째로 노출된 일반 이용자들을 실시간 감시하며 군림할 개연성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세계에서 10억 명 이상이 사용한다는 구글이 오는 3월 1일부터 자사 인기 서비스인 검색을 비롯해 이메일, 동영상, 인맥구축서비스, 모바일 운영체제 등 60여 개의 서비스에서 개별·독립적으로 관리해 오던 개인정보를 통합해 관리한다는 새로운 프라이버시 정책을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실시키로 했다. 구글 측은 각 서비스의 개인정보를 통합하면 이용자에게 감동적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고객 편의를 더 향상시킬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적극적인 이용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구글의 감시와 통제 아래 놓일 수밖에 없어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분분한 실정이다.
개인정보에 대한 욕심은 현대사회에서 정보가 곧 권력과 자산이 되는 데서 연유한다. 지난달 말 현재 가입자 8억 4천500만 명으로,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사용한다는 페이스북의 경우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한 맞춤 광고로 큰돈을 벌고 있다. 지난해 매출 37억 달러 가운데 85%가 광고를 팔아 번 돈이다. 지난 1일 페이스북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기업공개(IPO)를 신청했을 때 시장전문가들은 이 회사 가치를 750억~1천억 달러로 추산했는데, 이는 가입자들의 개인정보 가치를 평가한 결과였다고 한다.
구글의 이번 정책 변경도 같은 맥락이다. 구글은 앞으로 개인정보를 통합 관리하며 개인생활에 연관된 맞춤형 광고에 지금보다 많이 노출되도록 해 결국 주 수익원인 광고매출을 높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ICT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해 개인정보 수집에 열을 올릴수록 사생활 및 인권 침해 가능성은 높아지고 덩달아 정보유출 우려도 커진다. 개인이 검색한 목록이나 방문처 정보 등이 취합되면 취미나 관심사, 건강과 재정 상태, 정치성향 등 모든 게 노출될 수 있어 온갖 정보를 손에 쥔 빅 브러더에 운명을 맡기는 꼴이 된다.
그동안 SNS에서 개방과 소통, 공유 등으로 집단지성의 힘을 크게 발휘해 온 소비자들이 이젠 빅 브러더의 출현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또 정부는 하루빨리 스마트 시대에 걸맞은 정보보호법을 마련해 국민의 소중한 정보를 지켜주는 등 정보주권 강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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