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美와 방위협력 체결…中 석유 80% 운송로 말라카해협 ‘흔들’
에포크타임스 2026.04.24 남창희
https://www.epochtimes.kr/2026/04/747186.html
- 인니 “국방력 현대화 위해 미군과 협력”
- ‘미군 항공기 자국 영공 통과 검토’ 보도… 인니 정부는 부인

말라카해협 | 구글 지도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오랫동안 딜레마에 빠뜨려온 말라카 해협의 격랑이 거세지고 있다. 전 세계의 시선이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긴장에 쏠린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겨냥한 ‘글로벌 에너지 봉쇄’의 핵심 고리인 말라카 해협을 압박하며 전략적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양국 방위 관계를 ‘중대 국방 파트너십(MDCP)’으로 격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가 미군 항공기의 자국 영토 비행 허가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도 전해졌다.
이 소식은 호르무즈 해협 이슈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으나, 이번 협정 체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대중국 에너지 봉쇄 전략에서 결정적인 ‘한 걸음’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이 글로벌 에너지 흐름의 병목인 말라카 해협을 견제할 여지가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중국 원유 80% 통과하는 급소… ‘말라카 딜레마’ 현실로
약 900km 길이의 좁은 바닷길인 말라카 해협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생명선이다. 가장 좁은 지점인 싱가포르 인근은 폭이 2.8km에 불과하다.
특히 연간 전체 원유 수입량의 80%가 이곳을 통과하는 중국에 말라카 해협은 이른바 ‘말라카 딜레마’로 불리는 치명적인 급소다. 2003년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처음 공론화한 이 개념은, 해협이 차지하는 중국 에너지 수송의 절대적 비중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그 동맹국에 언제든 봉쇄될 수 있다는 공포를 담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해협을 무력으로 장악하려 해도 미 해군과 주변국의 반발을 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인도네시아 남쪽으로 우회할 경우 항해 거리가 1500km 이상 늘어나 물류 차질과 경제적 부담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솟는다. 또한 파키스탄과 미얀마를 거치는 육로 수입로 역시 해상 수입량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며, 중국이 태국에 제안했던 ‘크라 운하’ 건설 계획도 태국의 정치상황과 주변국 반대로 사실상 좌절된 상태다.
중국의 석유 공급 체계는 이미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미국의 개입으로 저가 석유 공급처였던 이란과 베네수엘라로부터의 원유 수입로가 사실상 차단됐기 때문이다. 두 국가로부터의 수입량은 중국 해상 원유 수입의 약 17~18%를 차지한다.
여기에 인도네시아가 미군과 손을 잡고 영공 개방까지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베이징의 에너지 안보는 사실상 비상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이번 협력을 ‘국방 현대화’와 ‘주권 보호’ 차원으로 설명하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중국의 반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샤프리 샴수딘 국방장관은 이번 협약의 목적을 “인도네시아군의 기술적 역량 강화”라고 규정했다.
●미·중 에너지 쟁탈전 전선 확대… “피할 수 없는 도전”
대만 단장대 외교·국제관계학과 정친모 교수는 RTI와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에서 이란을 거쳐 말라카 해협에 이르기까지, 미중 간 글로벌 에너지 쟁탈전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UAE 등 중동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원유도 모두 말라카 해협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제재를 피하기 위해 원산지 세탁이나 해상 환적 등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결국 말라카라는 좁은 관문을 거쳐야 한다.
대만 경찰대의 국제문제 전문가 왕즈성 교수는 “중국은 경제 협력이나 남중국해 문제에서의 타협안으로 인도네시아를 다시 끌어들이려 할 것”이라면서도, 주요 공급국에서 잇달아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말라카 딜레마는 중국 공산당에 더는 미룰 수 없는 실존적 전략 과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산 석유와 가스 구매를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이후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전개된 상황은 해당 국가 정권의 대미 위협을 차단하는 동시에, 중국의 에너지 수입선을 미국 주도로 재편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하나씩 현실화하는 과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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