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Why Times 정세분석 3878회] 이란, 지휘 체계 붕괴·도청 공포로 의사결정 마비... 종전 협상, '진공 속 외교'의 덫에 빠지다

배셰태 2026. 3. 31. 20:34

[Why Times 정세분석 3878] 이란, 지휘 체계 붕괴·도청 공포로 의사결정 마비... 종전 협상, '진공 속 외교'의 덫에 빠지다
(추부길 Why Times '26.03.31)
https://youtu.be/Ylmz6uEHBJU?si=IYzlllVQRs-Nm8TR

- 전쟁 4주, 이란 지도부 통신 두절, 최고지도자 지위도 불투명
' 트럼프, 하르그섬·발전소 폭파 경고…협상과 공세 '양날의 압박'
- 루비오 “이란 전쟁후 나토 전면 재검토”, 대서양 동맹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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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란, 지휘 체계 붕괴·도청 공포로 의사결정 마비...종전 협상, '진공 속 외교'의 덫에 빠지다
Why Times 3026.03.31 추부길 대표
https://whytimes.kr/m/view.php?idx=25548&mcode=

[전쟁 4주, 이란 지도부 통신 두절, 최고지도자 지위도 불투명]

미국·이스라엘의 집중 공습으로 이란 지도부 수십 명이 사망하고 생존 지도자들 간 통신마저 단절되면서, 이란의 협상 능력과 의사결정 체계가 심각하게 무력화됐다. 이에 따라 미국과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쪽과 결사항전파들이 정면 충돌하면서 이번 전쟁의 향방도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곧 합의 못하면, 하르그섬과 모든 발전소도 폭파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31일, “이란의 분열된 지도부가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관리들이 전했다”면서 “지도자들이 살해되고 교체되는 상황에서, 이란 협상단은 자국 정부가 협상에서 무엇을 양보할 의향이 있는지 알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수십 명에 달하는 이란 지도자들과 차관급 인사들이 전쟁 개시 후 4주 사이 목숨을 잃었으며, 살아남은 지도자들은 통화나 메시지가 미국·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도청될 것을 우려해 대면 회동은 물론 일반적인 연락조차 꺼리고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전략 수립이나 정책 결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부 조율마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이란의 보안·군사 기관들은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전략이나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역량은 심각히 약화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미국 서방 정보당국의 판단에 따르면, 이란의 지휘 체계가 붕괴되면서 발생한 혼란과 의심의 문화는 생존한 지도자들 사이에 일종의 통신 공포증을 낳았고, 이는 협상 능력 저하로 직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NYT는 “명목상 국가를 통솔하는 종교 지도부보다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내 강경파가 더 강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새 최고지도자로 부상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영향력도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모즈타바는 전쟁 발발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그가 전쟁 중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부 정보 관리들은 그가 사실상 명목상의 지도자에 불과하며, 혁명수비대 생존 지도부가 실질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은 권력 구조의 이중성은 협상 상대방 특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나선 이란 대표단은 자국 정부가 무엇을 양보할 수 있는지, 또는 정확히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NYT는 “이란의 지휘통제 능력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심각하게 훼손됐다”면서 “그러나 전쟁 발발 이전 이란이 구축해둔 분산형 통제 체계 덕분에 각 지역 지휘관들은 테헤란 중앙의 일상적 명령 없이도 독자적인 타격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영국 정보기관 MI6의 전 국장 알렉스 영거도 “이란이 지난해 '12일 전쟁' 때부터 무기를 분산 배치하고 사용 권한을 지역 책임자들에게 위임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미사일·드론 공격을 가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도부가 궤멸된 탓에 대규모의 집중적인 미사일 공세를 조율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사령부들이 서로 조율 없이 독자적으로 반격을 감행하면서 보복 공격의 규모와 효과가 전쟁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하르그섬·발전소 폭파 경고…협상과 공세 '양날의 압박']

사실 이란 내부에는 분명히 협상파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란혁명수비대로부터 변절자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선뜻 협상장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 또한 실제로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는 쪽도 공개적으로 협상 추진파라고 나서지 못한다. 후환이 두려워서다. 그래서 협상진행중이라는 소식과 함께 이란의 결사항전 뉴스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 곧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하르그섬과 모든 발전소를 폭파할 것”이라며 “이는 47년간 이란이 학살하고 죽인 수많은 우리 군인들에 대한 보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해군·해병대 병력이 중동 작전 지역에 추가로 도착한 시점에서 나온 이 발언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함께 담고 있다.

전날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매우 좋은 회담을 이어가고 있다”며 “꽤 조만간" 합의가 성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전달한 15개 요구사항에 “대부분 동의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추가 요구를 더 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처럼 대화 신호와 군사 위협을 번갈아 내놓는 방식은,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트럼프식 벼랑 끝 전술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협상 낙관론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이란의 유조선 통행 허용 조치였다. 그는 이란이 이틀 전 먼저 선박 8척 통과에 동의한 뒤 10척으로 늘렸고, 이날 다시 원유 선적 유조선 20척의 통과를 허용했다고 밝히며 이를 “일종의 경의 표시, 즉 존중의 신호”라고 해석했다. 유조선 통행 허용을 결정한 인물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을 지목했다.

그러나 같은 날 갈리바프 의장은 전쟁 1개월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적은 공개적으로 협상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은밀하게 지상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 병사들은 미군이 지상에 도착하기를 기다려 그들의 목숨을 불태울 것”이라고 했다. 협상 신호를 주면서도 강경 대응 의지를 동시에 천명한 이란의 '엇갈린 목소리'는, 내부 지휘 체계의 분열 양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협상은 가능할까? 미국 전직 관리들은 “이란이 경제적 고통이 임계점에 달할 때 비로소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란이 패색을 실감하고 있는지는 현직 및 전직 관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결국 이란 협상의 근본적 딜레마는 권력 구조 자체의 불투명성에 있다. 협상 제안을 받아 결단을 내릴 인물이 등장하더라도, 그 인물이 내린 결정에 다른 지도자들이 동의하도록 이끌 수 있을지는 완전히 불분명하다. 지금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앞뒤가 다른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종합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4월 7일의 휴전협상 기한내에 결정적인 타협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이란 지도부를 휘어 잡으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는 현재 상황에서 짐작하기 어려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중동에는 5만 명 이상의 미군이 배치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날 중동에 도착한 해군·해병대 병력 3,500명 외에 육군 레인저, 네이비실 등 특수작전부대원 수백 명이 추가로 합류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탈취하기 위한 군사작전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하르그섬 점령이 단순한 엄포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량의 90% 이상이 터미널을 통해 선적되는 이란 경제의 심장부로, 이 섬을 장악하면 이란의 원유 수출이 사실상 즉각 차단된다. 그러나 이란도 이를 모르지 않아 미군의 점령 작전에 대비해 전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루비오 “이란 전쟁후 나토 전면 재검토”, 대서양 동맹 균열]

이런 가운데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이란 전쟁 종료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개 선언하며, 이란 전쟁을 계기로 80년 넘게 이어온 대서양 동맹의 근본적 재편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사실상 거부한 나토에 대해 “매우 실망스러웠다”며 “대통령과 우리나라는 이번 작전이 끝난 뒤 이 모든 것을 재검토(reexamine)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스페인 등 일부 나토 회원국이 미국에 기지 사용권과 영공 통과권을 허용하지 않은 점을 집중 비판했다. “우리가 방어해주겠다고 약속했던 스페인 같은 나토 회원국이 영공 사용을 거절하고 그걸 자랑하며 기지 사용을 거부했고, 다른 나토 국가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나토 동맹의 존재 이유는 미국이 유럽 공격 시 방어에 나서는 대가로 미국이 필요로 할 때 주둔권을 보장받는 것”이라면서 “나토가 유럽이 공격받을 때는 우리가 방어하고, 미국이 필요할 때는 주둔권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그다지 좋은 합의가 아니고, 그건 계속 나토에 참여하면서 미국에 좋은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이어 “나토는 동맹이고 동맹은 상호이익이 돼야 하며, 일방통행 길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흘 앞서 내놓은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우리가 매년 수천억 달러를 나토에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나토를 탈퇴한다면 큰 돈을 벌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항상 그들을 위해 곁에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들의 행동에 비춰 우리가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대통령의 기조를 국무장관 수준에서 공식 확인한 것으로, 나토 탈퇴 또는 조약 전면 개정 요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