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중국, 호르무즈 해협서 ‘무임승차’ 전략…한계 봉착” 유럽 안보 전문가

배셰태 2026. 3. 25. 18:54

“중국, 호르무즈 해협서 ‘무임승차’ 전략…한계 봉착” 유럽 안보 전문가
에포크타임스 2026.03.25 남창희
https://www.epochtimes.kr/2026/03/743550.html

- 미국이 지탱하는 해상 안보에 의존…책임 없이 이익만 챙겨
- 중동 국가들과도 외교하며 이란 전쟁엔 ‘선택적 개입’ 비판

한 남성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금융시장(DFM)에서 주가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과 이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과 호르무즈 해협 해상 운송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6.3.24 | EPA=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그동안 중국이 누려왔던 ‘무임승차’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해양 안보에 의존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에 기여하지 않고, 오히려 이란 제재 국면을 이용해 저가 원유를 확보하는 등 ‘꼼수’가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23일(현지 시각) 스웨덴 소재 안보정책개발연구소(ISDP)의 스톡홀름 남아시아·인도태평양센터(SCSA-IPA) 센터장 자가나트 판다 박사는 미국 외교 전문 매체 ‘디플로맷’ 기고문에서 “중국은 겉으로만 중립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숨기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 위기에 자제와 긴장 완화, 다자간 대화 등을 촉구하는 전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책임 있는 글로벌 행위자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모습이지만, 이러한 중립성은 외교적 원칙이라기보다는 위험과 이익을 저울질한 계산의 결과라는 게 판다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이 해협에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음에도 미국 주도의 해상 안보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고 별도의 대안 체제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책임을 떠넘기고 과실만 챙기는 구조이며, 이런 관점에서 베이징의 접근 방식은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불균형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란의 공격으로 여러 상선이 위협을 받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해양 안보 환경이 변화하면서 중국의 전략적 모호성도 점점 유지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위기를 피하고 실리를 챙기기 위한 중립성이 오히려 스스로의 발목을 묶는 족쇄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고문에서 밝힌 ‘중국 스스로 채운 족쇄’의 대표적 사례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저가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다.

중국은 서방의 대이란 제재를 활용한 ‘전략적 기회주의’를 병행해 왔다. 미국이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한 것과 달리,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긴장이 전면 충돌로 번지지 않는 ‘통제된 불안정’을 전제로 저가 이란산 원유를 대량 구매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이란의 대중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면서,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도 “제재 틈새를 활용하는 수정주의 행위자” 측면이 강화됐다. 기존 국제 질서를 준수하는 책임 있는 국가가 아니라, 반칙과 편법을 병행하는 국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경제적 위상에 따른 국제사회의 책임 요구다. 중국의 중동 전략은 그동안 ‘균형 외교’로 설명돼 왔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등 주요 국가들과 모두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분쟁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이 전략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는 지역 국가들 사이에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판다 박사는 “중국의 경제적 존재감이 커진 만큼 더 명확한 입장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위기 상황에서 ‘균형은 원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전략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물류 통로를 넘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서 핵심 연결축으로 꼽힌다. 해협의 불안은 일대일로 구상의 신뢰성과 효율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지역 경제 질서 재편을 추구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안보 기여는 회피하는 이중성에 직면해 있다.

판다 박사는 이번 사태가 중국의 ‘전략적 모호성’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고 진단했다. 외교적 신중함, 경제적 기회주의, 최소한의 안보 개입을 결합한 기존 접근법이 점점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의존이 심화될수록 지정학적 위험도 함께 커지는 만큼, 기존처럼 타국이 제공하는 안보에 의존하는 전략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제력만으로 전략적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며 “안보 역할을 회피할 경우 통제할 수 없는 충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 위기에 대한 중국의 접근법은 신중함이 아닌 ‘선택적 개입과 구조적 의존’으로 봐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경제적 위상과 안보 역할 사이의 괴리가 커질수록 그 비용 역시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