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논평] 검찰청 폐지, 오이디푸스의 눈을 찌른 자들은 누구인가

배셰태 2026. 3. 22. 19:56

[논평] 검찰청 폐지, 오이디푸스의 눈을 찌른 자들은 누구인가
파이낸스투데이 2026.03.22 박대석 논설위원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0464

▸ 78년 헌정 기관 하루 만에 해체…
▸ 복수의 칼날은 결국 나라를 겨누었다
▸ 정치적 팬덤의 감정이 동력이고
▸ 이재명의 방탄과 감시세력 제거가 본질…
▸ 법치는 그 사이에서 무너졌고 이제 썩은 내가 진동 할 것

whisk로 글의 핵심을 표현한 이미지

역사와 고전은 예외 없이 한 가지 경고를 보내왔다. 복수는 단 한 번의 정의로운 응징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연쇄적 파국으로, 결국 복수자 자신과 그가 기대어 선 국가까지 함께 무너뜨리는 자멸의 구조로 귀결된다.

오이디푸스가 그 증거다. 진실을 끝까지 쫓던 그는 자신이 바로 그 죄인임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 두 눈을 찔러 맹인이 되었다. 오이디푸스는 진실 앞에 처절하게 책임을 지는 비극적 영웅이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펼쳐지는 비극은 결이 다르다. 오이디푸스가 진실을 추구하다 파멸했다면, 오늘의 정치는 진실을 드러낼 시스템을 파괴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그것이 더 깊은 비극이다.

●78년 검찰의 역사, 하루 만에 사라지다

2026년 3월 20일, 국회 본회의는 재석 의원 165명 중 찬성 164명으로 공소청 설치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친 뒤 표결 직전 전원 퇴장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창설된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올해 10월부터 기소와 공소유지는 법무부 산하 공소청이, 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각각 나눠 맡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법안 통과 직후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환호했고, 김용민 의원은 "검찰개혁 70%를 완성시켰다"고 선언했다. 물론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보유해 과도한 권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혁의 방향이 타당하더라도, 그 구조가 권력 분산이 아닌 행정부 통제의 재편으로 귀결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를.

 

●노사모에서 정치적 팬덤으로, 복수는 어떻게 제도가 되었나

이 모든 일의 뿌리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수사 과정과 그에 따른 비극적 결말이었다. 그러나 노사모로 시작한 지지 세력은 그 죽음을 '검찰이 죽였다'는 프레임으로 재해석했다.

공공 담론이 정치적으로 왜곡된 것이다. 노무현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수차례 "장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복수가 이미 이념이 된 집단에게 경고는 들리지 않는다.

노사모의 감정적 에너지는 민주당 내 강경 지지층으로 계승되었다. 사회학적으로 이를 '폭민정치(Ochlarchy)', 즉 조직화된 집단 감정이 대의 민주주의의 절차를 압도하는 현상으로 설명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들에게 검찰은 원수였고, 검찰 해체는 정의와 복수의 완성이었다. 이재명 정권은 그 감정적 동력을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했다. 집단 감정이 입법의 명분이 되었고, 민주당의 압도적 의석이 실행 수단이 되었다.

●개혁의 언어 뒤에 감춰진 권력 집중의 구조

민주당은 이번 검찰 해체를 '수사·기소 분리'라는 합리적 언어로 포장했다. 그러나 법안의 구체적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 후보추천위원회 9명 중 3명은 행안부 장관이 임명하고, 인사위원회 위원장도 행안부 장관 관할이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국회 행안위에서 "중수청장 후보추천위원회도, 인사위원회도, 적격심사위원회도 행안부 장관 관할에 있다"며 수사 독립성 훼손을 우려했다. 이미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를 산하에 둔 행안부가 중수청까지 거느리게 되면, 대통령의 행정 지휘 라인이 치안과 수사를 동시에 장악하는 구조가 완성된다.

국제 비교를 보면 이 구조의 이례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의 FBI와 DEA는 모두 법무부(DOJ) 산하이고, 영국의 중대비리수사청(SFO)도 법무총감 산하 외청이다.

독일 연방범죄수사청(BKA)은 내무부 소속이지만 검사의 지휘를 전제로 한정된 범위의 수사만 담당하며, 독일 검사에게는 법관에 준하는 '객관 의무(Objektivitätspflicht)'가 부여되어 행정부의 개입을 제도적으로 차단한다.

형사사법의 수사 기능을 행정 치안 부처와 한 지붕 아래 두는 나라는 주요 민주주의 국가 중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검찰동우회(회장 한상대 전 검찰총장)는 성명을 통해 "제헌 헌법이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한 것은 검찰이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닌 헌법적 지위를 가진 기관임을 뜻한다"며 법률로 이름을 바꿔 검찰청을 해체하는 것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이것이 단순한 기관 개편이 아니라, 78년간 축적된 헌정 질서의 일부를 해체하는 행위라는 의미다. 보수주의의 핵심은 제도와 전통의 수호에 있다. 78년의 제도를 야당 전원 반대 속에 단칼에 베어내는 행위 자체가 급진적 파괴주의이며, 그 점에서 반(反)보수적이다.

●눈을 찌른 복수, 그 대가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오이디푸스는 진실을 쫓다 파멸했다. 그것은 적어도 진실에 대한 책임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는 진실을 드러낼 수사 시스템을 파괴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이 숭고한 것은 그가 자신의 죄를 직면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선택은 그 반대다. 자신을 수사하고 기소하고 법정에 세운 기관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행정부가 통제 가능한 수사 체계를 심어놓은 것이다. 강경 지지층의 복수가 결국 정권의 방탄을 완성하는 구조가 되었다.

수사기관이 행정부의 인사 지휘 사슬 안에 놓이면 국민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권력형 비리 수사의 지연과 공소 포기다. 정권에 불편한 사건의 수사가 느려지고, 정권에 유리한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된다. 이미 수사가 없으면 기소도 없고, 기소가 없으면 재판도 없다.

겁날 것 없는 권력 아래 부패는 수사되지 않고, 그 피해는 검찰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국민에게, 그리고 법치가 무너진 나라 안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모든 이에게 돌아간다.

●법치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

중수청의 행안부 산하 배치는 즉각 재검토되어야 한다. 행안부 장관의 중수청장 인사 관여 권한을 법률로 분리하고, 수사기관 독립성 보장을 위한 외청 지위 또는 독립위원회 형태로의 재편이 필요하다.

공소청 역시 법무부 장관의 지시권 범위를 명문화해 직무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 국회는 수사청 인사·예산에 대한 상설 감시기구를 설치해 행정부의 자의적 통제를 차단해야 한다. 나아가 수사 방해나 기소 회피를 제도적으로 제재하는 사법방해 처벌 규정을 도입해, 어떤 권력도 형사사법 절차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왜곡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복수의 끝은 언제나 공허와 절망이었다. 그 진실을 오이디푸스는 몸으로 증명했다. 검찰을 해체하고 환호하는 이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이 있다. 권력을 견제할 마지막 제도적 장치가 사라진 나라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이다.

복수를 완성했다고 믿는 순간, 나라의 눈을 찌른 것이고 이제 썩은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그 나라가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박대석 칼럼니스트

참고자료

뉴시스, "검찰청 폐지·공소청 신설안 국회 통과", 2026.03.20 / 아시아투데이, "여야 중수청법 두고 충돌, 독립성 보장 vs 사법체계 훼손", 2026.03.19 / 연합뉴스, "행안부 산하 중수청 권한집중·노하우 상실 우려", 2025.09.07 / 서울신문, "검찰청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중수청 행안부 밑에 둔다", 2025.09.08 / 이데일리, "중수청 수사 독립성 갖겠나, 행안부 지휘권에 갑론을박", 2026.03.10 / 한국일보, "공소청·중수청 법안 자문위 대폭 수정 요구", 2026.01.20 / 검찰동우회 성명, "검찰 해체는 헌법 정신을 거스르는 것",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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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점이 꽤 있다… 가정폭력… 뇌물 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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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자유일보/차명진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