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대한민국은 중화인민공회국과 ‘형제의 나라’인가, ‘신하의 나라’인가?

배세태 2022. 8. 15. 16:14

※한국은 중국과 ‘형제의 나라’인가, ‘신하의 나라’인가?

1627년 1월 14일 만주의 신흥 세력 후금의 3만 병력이 ‘존명배청(尊明排淸)’ 노선을 취하고 있던 조선을 공격했다. 인조와 조정대신들은 강화도로 피난했으나 얼마 못가서 궁지에 몰리자 강화(講和)를 제의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후금과 ‘형제의 나라’가 될 것을 약속하게 된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636년 국호를 청으로 바꾼 청나라는 1월 9일 10만 대군으로 2차 공격을 해왔다. 불과 6일 만에 한양이 적의 손에 들어갔다. 인조는 이 때도 강화도로 피신하려다 길이 막히자 서둘러 남한산성으로 피했다. 미리 준비가 안 된 탓에 왕도 닭다리 한 쪽으로 하루를 견디고 거적 위에 앉아야 했다.

적은 남한산성을 첩첩이 포위하고 보란 듯이 약탈과 방화, 살상을 자행했다. 성안에서는 식량이 다 떨어져 가는데 척화파와 주화파가 서로 싸움질만 해댔다. 1637년 1월, 조선은 화의(和議)를 청했다. 치욕의 1월 30일, 인조는 세자와 신하 500명을 이끌고 송파 삼전나루로 나가 항복했다.

청나라 황제가 단상에서 내려다보는 가운데 인조는 맨땅에 엎드려 이마에서 피가 흐르도록 세 번 절하고 한 번 절할 때마다 세 번씩 머리를 조아리는 삼고구궤(三叩九饋)의 예를 갖추어야 했다. ‘형제의 나라’에서 ‘신하의 나라’가 되는 순간이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씻지 못할 뼈아픈 굴욕의 역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처음 초청했을 때 시 주석은 한국과의 관계를 묻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은 과거 오래전부터 중국의 속국(屬國)이었다”고 설명 했다. 명나라와 청나라가 조선의 내정을 간섭했던 역사를 말했던 것이다. 오늘날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 중국이 우리의 국익과 안보 관련 결정에 간섭하려는 시도가 그런 역사적 배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한. 중은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그래서 한국은 중국과의 사회, 문화교류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점차 한국을 훈계하려들고, 자국 입장만 고압적으로 강요하는 태도를 보인다.

요즘 한. 중간 가장 심각한 문제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이다. 사드의 한국 내 배치는 순전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태세 구축이다. 중국을 겨냥하는 게 전혀 아니다. 그런데도 중국은 최근 들어 이 문제를 다시 쟁점화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상식에 맞지 않는, 글자 그대로 비정상적이다. 특히 북한의 핵 위협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심화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에 있은 연설에서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5천만 우리 국민 전체에 대한 노골적인 협박인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최근 들어 ‘사드 3불(不)’(사드 추가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 약속을 지키라고 다그친다. 이 같은 강요는 한국이 경북 상주의 사드기지를 8월 말까지는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하고, 반도체공급망 협의체인 ‘칩4’에 참여하기로 하는 등 미국과의 경제, 안보협력을 강화하자 나온 것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얼마 전 “한국정부는 공식적으로 대외에 ‘3불(不) 1한(限)’정책을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사드 3불’은 문재인 정부에서 밝혔던 입장일 뿐 국가 간 합의나 약속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거의 거론 되지도 않았던 ‘1한’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사실 ‘사드 3불’이야기는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 발언에서 한국정부의 ‘사드 3불’ 방침을 설명하면서 알려진 것이다. 이는 우리의 안보주권을 포기한 상식에 맞지 않는 무책임한 결정이었다. 삼고구궤의 치욕을 잊었단 말인가.

문제가 확대되자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합의나 약속이 아닌 단지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변명했다. 이러니 중국이 아직도 우리를 ‘신하의 나라’로 보는 것이다. 친중 정권의 외교정책 실패라는 참담한 결과다.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왕이 외교부장도 엊그제 있은 한. 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드문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한국이 미국 주도의 ‘칩4’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의사를 밝혔다. 외교 결례도 그런 결례가 없다.

왕이 부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한. 중 양국이 독립, 자주와 선린 우호를 견지하고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 5가지 원칙을 냈다고 한다. 너무나 이중적이면서 이율배반적인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그는 서로 내정간섭을 하지말자면서 막상 한국의 독자적인 안보. 경제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사드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과거의 망상을 못 버리고 ‘3불, 1한’을 고집한다. 그래봤자 한. 중관계만 더 악화될 게 뻔하다.

중국은 우리에게 ‘사드 3불1한’을 강요할 게 아니라 2006년 1차 핵실험 이래 16년동안 불장난을 계속하는 북한에 엄중히 경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부당한 요구 대신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아 협력을 강화하는 게 좋을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 ‘형제의 나라’는 될 수 있어도 ‘신하의 나라’는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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