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박상후의 문명개화] 푸틴의 압승, 돈바스 승인/중공의 이중 플레이, 속내는?/마크롱 급속도로 중공에 밀착

배세태 2022. 2. 23. 12:10

[박상후의 문명개화] 푸틴의 압승, 돈바스 승인/중공의 이중 플레이, 속내는?/마크롱 급속도로 중공에 밀착
(박상후 전 MBC 부국장 '22.02.23)
https://youtu.be/Coe6FJVVa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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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으로 2월 22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은 축제와 흥분의 도가니입니다. 러시아계 시민들이 길거리에 몰려나와 폭죽을 터뜨리며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를 주권국가로 선언하자 라씨야, 라씨야를 외치며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있습니다. 밤 거리에는 요란한 폭죽소리와 함께 러시아 국가도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8년동안이나 우크라이나 키예프 정권의 압박과 함께 전란을 겪었던 도네츠크 주민들은 이제 러시아 품에 안기게 돼 살인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됐다면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귀속됐을 때 함께 러시아 품에 안겼어야 했고 많이 늦었긴 했지만 다행이라는 게 이곳 주민들의 반응입니다.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들은 키예프 정부의 언어, 문화말살에 분노하던 터였습니다.

이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자치를 선언한 돈바스 지역의 두 공화국을 주권국가로 승인한다고 선언했습니다. 푸틴은 전국에 생방송된 연설을 통해 도네츠크와 루간스크공화국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두 공화국의 지도차도 참석했습니다. 러시아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공화국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대를 파견했습니다. 최근 돈바스 지역에서는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들 수십만명이 친우크라이나세력의 포격을 피해 러시아로 피신했었습니다.

한국 매체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푸틴, 러시아 군에 우크라이나 진입 명령이라는 제목으로 호들갑을 떨면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목을 보면 러시아군이 하리코프나 벨고로드를 지내 키예프로 밀고 들어가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러시아계가 다수인 두 공화국의 요청을 받고 출병하는 것이기 때문에 푸틴으로서는 침략이 아니라는 명분을 충분히 가지게 됩니다. 푸틴은 서명을 마치고 오래전에 했어야 할 조치를 이제야 취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원들이 두공화국에 대한 우의와 지원에 관한 성명서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푸틴은 돈바스 공화국 승인은 분쟁을 종식시킨다는 2014년 민스크협정 이행실패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관련당사자들이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전격전을 하려는 듯 돈바스에 군대를 집결시켰다고 말했습니다. 푸틴은 또 우크라이나에 대해 극단적인 민족주의, 나치즘, 러시아협오증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 당국이 러시아 기간시설을 파괴하는 사보타지 공작원을 보낸것도 모자라 외세를 끌어들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의 NATO가입 시도는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이웃 국가인 동시에 러시아의 정신세계는 물론 역사적으로 뗄레야 뗄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혈연 가족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친구, 이웃, 동료라고 말했습니다. 또 현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더 정확히는 볼셰비키 공산 러시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레닌과 그 일당들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역사적 영토와는 상관없이 조잡하게 만들어냈고 그 과정에서 수백만 주민들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푸틴은 이어 소련의 몰락이후 키예프는 소련에 속했을 때 자기네들은 공산주의자가 아닌 척 막스의 동상을 끌어내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공산주의 청산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말을 안하겠는데 그 것도 아니었다고 비판했습니다. 푸틴은 그러면서 러시아는 공산주의 청산이라는 게 뭔지 이미 충분히 보여줬다고 밝혔습니다.

푸틴의 연설이 있기전 크렘린은 푸틴은 프랑스의 임마누엘 마크롱과 독일의 올라프 숄츠에게 도네츠크, 루간스크 공화국 승인 의사를 귀뜸해 줬다고 러시아 RT방송은 보도했습니다. 당시 마크롱과 숄츠는 실망감을 표시하면서도 외교적 노력은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했습니다.

이번 푸틴의 승인은 두공화국과 키예프측이 전선에서 발생한 포탄교전을 두고 서로 상대방의 짓이라고 비난하는 와중에 이뤄졌습니다. 도네츠크의 데니스 푸실린과 루간스크의 레오니드 파세츠닉은 독립을 지원해 달라고 모스크바에 호소했었습니다.

대통령령 승인에 앞서 러시아는 푸틴이 국가안전 보장회의를 주재하고 각료들로부터 공화국 승인을 촉구받는 모습을 방송했습니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공화국은 2014년 합법적으로 들어선 우크라이나 정부가 마이단 혁명으로 붕괴된 뒤 이에 저항하면서 자치정부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러시아는 물론이고 UN회원국들의 승인을 받지 못하 상태였습니다. 모스크바는 줄곧 민스크협정을 준수한다면서 돈바스와 키예프간 화해를 추진해온 터였습니다.

지난주 푸틴은 돈바스 지역의 긴장완화를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푸틴은 키예프와 돈바스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아 정치, 군사, 경제 인도적 조치와 관련해 합의를 이끌어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서구여러나라들은 계속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며 돈바스 지역에 무기제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자작극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침공의사가 없다면서 이런 주장들을 반박해왔습니다. 그리고 NATO의 동진을 제한하는 안보적 약속을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바이든은 푸틴이 공격결정을 내릴 것이며 며칠내로 행동에 옮길 것이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크렘린은 이에 대해 공격적으로 낙인을 찍는 허위정보전이라면서 워싱턴이 히스테리에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군의 돈바스 지역 진입움직임에 대해 서방과 미국은 손을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군사적으로 개입할 명분도 별로 없는데다 동유럽에 배치된 미군이나 NATO군으로서도 전력이 열세라 반격하기도 힘듭니다.

바이든은 그저 강하게 제재한다고 밝히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백악관의 젠 사키대변인은 러시아가 아닌 해당 지역 즉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 신규투자를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하나마나한 얘기입니다. 2014년부터 총탄과 포탄이 날아다니던 준전쟁 지역이라 미국의 기존투자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저 넋놓고 바라보는 것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겁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나자 표면적인 중대한 중공외교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문제를 주로 다룬 뮌헨 안보회의에 왕이가 출석해 시진핑과는 좀 스탠스가 다른 발언을 했습니다. 각국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은 응당히 존중을 받아야 하고 여기서 우크라이나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중공에 질의를 한다면 이는 우리입장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말자체로 보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분쟁에서 우크라이나 편을 든 겁니다. 왕이가 시진핑의 속내를 무시하고 멋대로 발언을 할리는 없습니다. 시진핑이 푸틴에 등을 돌린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푸틴과 조율을 한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중공으로서도 우크라이나는 중요한 나라입니다. 식량을 수입하고 있는데다 첨단무기, 특히 전투기엔진 노하우 유출을 꺼리는 러시아를 피해 방산기술을 전수받는 나라가 우크라이나입니다.

한편 2022년 유럽연합 순번 의장국이 된 프랑스의 마크롱은 4월 대선을 앞두고 국제무대에서 업적을 쌓기 위해 상당히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이든과 푸틴을 오가며 우크라이나 중재역을 자처하던 그는 중공과도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독일이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공에 공을 들이는 것처럼 그는 2월 16일 시진핑과 전화통화를 갖고 유럽중공간 무역을 활성화하기로 했습니다. 거의 2년동안 지지부진했던 경제교류를 다시 살리기로 합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 식민지인 아프리카로 복귀하고 있는 프랑스는 일대일로의 아프리카 연장을 바라는 중공을 끌어들여 제3국 공동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공동투자는 모두 7개 프로젝트로 17억 달러규모입니다. 세네갈 수도의 폐수처리장, 기니아의 새도로포장, 코트디브와르의 항구현대화, 가봉공화국의 3개 수력발전소 건설등입니다. 중공으로서는 자국에 적대적인 앵글로 색슨국가 미국, 영국을 피해 프랑스와 손을 잡기로 한 겁니다.

본론으로 돌아가보면 푸틴 대통령의 재가가 나자 러시아 평화유지군은 돈바스 지역에 진주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NATO와 유럽 개별국가, 러시아, 중공까지 국제관계 전반에 걸쳐 나비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정글로 변한 국제사회에서 나쁜 나라, 좋은 나라라는 유아적 발상은 없습니다. 자국에 유용한 나라, 덜 유용한 나라 혹은 해가 되는 나라만 있을 뿐입니다. 이게 국제질서의 본질입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