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개 사과’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서후보의 ‘욕 사과’에 더 화가 난 이유

배세태 2022. 1. 30. 11:39

尹 후보의 ‘개 사과’보다 李 후보의 ‘욕 사과’에 더 화가 난 이유
조선일보 2022.01.29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2/01/29/GJMNV3YP7BHVTKWEQMKKE5DTWQ/?utm_source=facebook&utm_medium=share&utm_campaign=news입력 2022.0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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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유현호

“저의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지적과 비판을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과 쿠테타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작년 10월 21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의 전두환 발언이 사과해야 할 만큼 잘못된 것인지는 논란이 있겠지만, 사과 자체로만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의도는 그렇지 않은데 설명을 잘못하는 바람에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뜻 아닌가? 이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왕 사과하기로 한 거라면 몸을 낮춰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다. 결국 윤 후보는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고 재차 사과해야 했다.

문제는 이후 터졌다. 그날 밤 윤 후보가 반려견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올린 것이다. 윤 후보가 이런 게시물을 올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국민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이는 ‘개 사과’ 논란으로 번졌고, 애써 했던 사과는 물거품이 됐다. 이때 예방주사를 세게 맞아서 그럴까. 그 뒤에도 윤 후보는 사과해야 할 일이 여러 번 있었지만, 사과 자체가 문제 된 적은 없었다. 제대로 사과하는 능력이 정치인의 덕목이란 점에서, 윤 후보는 좋은 정치인에 한발 다가선 것이다.

여기서 따져봐야 할 점은 윤 후보에게 ‘진정한 사과’를 집요하게 요구한 좌파는 과연 사과를 잘하느냐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문재인 대통령을 보자. ‘문응왕’이란 별명처럼 그에겐 잘못한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그는 사과 안 하려고 버티다 타이밍을 놓쳤고, 어쩌다 하는 사과도 번지수가 틀렸으며, 그나마도 억지로 하는 티가 역력해 미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예컨대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이 ‘너는 내 부하다’ ‘난 네 부하 아냐’ 같은 싸움을 계속하며 국민의 짜증을 증폭한다고 해보자. 이럴 때는 임명권자가 신속하게 조치하는 게 맞지만, 문통은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이듬해 신년 기자회견장에서야 “국민에게 정말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자신이 천명한 인사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 ‘조국 사태’ 때도 문통은 사과는커녕 ‘마음의 빚’ 운운하며 국민을 어이없게 만들었는데, 이는 사과의 번지수가 틀린 대표적인 경우다. 부동산 관련해서는 사과 타이밍도 놓쳤지만, 사과하면서도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입주 물량이 많았다”는 말을 덧붙임으로써 진정성을 훼손했다.

비단 문통만이 아니다. 조국 전 장관은 부인 정경심 교수가 3심 판결을 받을 동안 이 사안에 대해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고, 최강욱 의원이나 김경수 전 지사 역시 법원 판결을 외면한 채 여전히 자신이 결백하다고 우기고 있다. 오죽하면 한동훈 검사장이 다음과 같이 말하겠는가? “국민들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해 보이게라도 해야 돼. 그 뜻이 뭐냐? 일단 걸리면 가야 된다는 말이야. 적어도 걸렸을 때, ‘아니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성내는 식으로 나오면 안 되거든.”

“가족들의 어려움과 고통에 대해서도 이해를 부탁드린다.” 의 저자 장영하 변호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욕설이 담긴 160분 분량 파일을 공개하자 이 후보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뉴스공장 김어준처럼 음성 파일이 ‘딥페이크’로 조작됐다고 하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그의 사과는 위에서 열거한 모든 경우보다 더 저열했다. 일단 사과 대상이 잘못됐다. 그의 욕설은 자기 형과 형수에게 퍼부은 것, 그렇다면 일차 대상은 형수와 작고한 형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는 국민에게 사과했을 뿐, 형 부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사과가 대선 때 표를 얻을 목적이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사과할 때 한 해명의 진실성 여부다. 이 후보는 자신의 욕설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자식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가고 보통의 여성으로서도 결코 들을 수 없는 패륜적인 겁박을 자식에게 듣고 두려워했다.” 그는 형이 어머니를 폭행했다고까지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그가 상욕을 한 이유란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의 욕설이 친인척 비리를 막기 위함이라고 했다. 형이 시장인 동생을 믿고 인사에 개입하고 이권을 노려서 상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나. 심지어 김진애 전 의원은 형이 성남시장 후보 자리를 원했다고까지 한다. 돈 잘 버는 회계사로서 집안을 이끌었고, 어머니에게 매달 용돈까지 보냈던 사람이 이권을 탐내고, 이를 들어주지 않자 패륜을 저질렀다는 게 이해되는가? 의 저자 장영하 변호사도 이 후보의 말이 다 거짓이라고 말한다. “형수에 대한 욕설은 2012년 7월 6일, 존속 상해 논란은 7월 15일이다. 사건 발생 시간과 순서만 봐도 이 후보의 거짓말은 너무나 분명해진다.” 당사자인 형수 역시 모 방송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지력이 있는 거야? 미래에 일어날 일을 보고서 욕을 하느냐고.”

양측 주장이 다르니 진실이 뭔지 알 수 없지 않으냐 한다면, 다음을 보자. 형이 성남시청 게시판에 남긴 글은 죄다 성남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일 뿐, 개인의 이권 얘기는 있지도 않다. 녹취 파일에도 단서가 있다. 형은 동생의 아내인 김혜경씨에게 ‘왜 동생 주위엔 유동규 같은 사람만 있느냐’고 질타하고 있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진실은 다음과 같다. 성남에서 동생과 같이 시민운동을 하던 형은 시장이 된 뒤 180도 달라진 동생이 걱정돼 시청 게시판에 글을 썼다. 동생은 이런 형을 성가셔했고, 형을 정신병원에 넣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비서를 시켜, 때로는 자신이 직접, 형과 그 가족을 협박했다. 욕설 파일은 그 과정에서 나온 증거품이다. 김건희씨 파일을 트는 게 대선 후보 검증이라면, 이것 역시 지상파에서 공개하는 게 옳다. 광우병 선동의 주인공인 우희종 교수는 이 녹취 파일이 사적 영역에 속하므로 공개해선 안 된다고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형이 마음에 안 든다고 정신병원에 보내려고 하고, 이를 위해 욕설을 하는 자가 대통령이 된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귀가 쓰리겠지만, 그 파일을 구해서 들어보시라. 욕설의 진실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 치하에서 벌어질 일도 예측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