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윤평중 칼럼] 문재인 정권의 본질인 도둑정치 혁파가 오늘의 시대정신이다

배세태 2021. 4. 3. 08:42

[윤평중 칼럼] 도둑정치 혁파가 오늘의 시대정신이다
조선일보 2021.04.02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4/02/DW5UQFB7PFBMXDGTWJV7NMOETY/?outputType=amp&__twitter_impression=true

정권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입법·사법·행정 권력과 언론·시민단체까지 장악해 폭주하던 기세는 간곳없다. 20년 장기 집권의 꿈은 미몽(迷夢)으로 끝나가고 있다. 오만의 늪에 빠진 문재인 정권이 주권자인 국민까지 능멸하자 민심이 폭발했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거대한 민심 이반의 시작에 불과하다. 차기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다면 광화문 광장에선 촛불을 넘어 횃불이 타올랐을 것이다. 국민의 분노와 고통이 그만큼 절절하다.

문 정권을 옹위해 온 어용 지식인들조차 총체적 실정(失政)을 부인하지 못한다. 변명을 늘어놓기엔 부동산 문제를 비롯한 폐정(弊政)이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정권 추종자들은 정권의 무능과 위선이 민심 이반을 초래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지지를 거두지 않는다. ‘문 정권이 아무리 잘못했어도 수구 적폐 세력인 국민의힘보다는 낫다’는 궤변이다. 그러나 정권의 무능과 위선에 대한 피상적 비판은 문재인 정권의 본질인 도둑정치(kleptocracy)를 은폐한다. 도둑정치는 정치 후진국에서 집권 세력이 권력을 이용해 부정 축재하는 관행을 가리킨다. 문재인 도둑정치의 심각성은 정권 핵심 집단이 권력 비리를 저지르는 차원을 넘어 국가기구와 공권력을 통째로 사사화(私事化)한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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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화운동동지회 출범선포식에서 격려사 중인 설훈 민주당 의원 /뉴시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며 일체의 사회적 특권 계급을 부인하는 공화정이다. 그런데 문 정권 4년 폭주로 법의 보편타당성이 초토화되었다.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이 법 위의 성역으로 군림하면서 국가의 존재 이유인 공공성을 자기 진영의 사익에 종속시켰다. 그 결과는 참혹하기 짝이 없다. 정의와 공정이 무너지고 상식과 윤리가 해체되었다. 정권 최상층부가 자기들 당파의 사익을 국익보다 앞세울 때 공직 윤리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LH 사태야말로 생생한 증거다. 윗물은 맑은데 아랫물이 흐린 게 아니라 썩어버린 윗물이 아랫물까지 부패시켰다.

문 정권은 국가기구와 법을 포획해 자기 진영 사익 추구의 도구로 삼았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전체를 자기들이 분탕질하는 소유물로 만들고 있다. 4·7 보선 때문에 철회했지만 특권 세습을 규정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은 도둑정치의 전형이다. 도둑정치 최악의 적폐는 정의와 공정까지 자기 당파의 사유물로 훔치려고 했다는 데 있다. 온갖 불법과 편법으로 사익을 챙긴 철면피 행위를 정의와 공정의 실천으로 포장해 온 게 그 증거다. 도둑정치는 조국·윤미향 사태부터 검찰 장악과 LH 사태까지 관통한다. 도둑정치로 국가 공공성을 유린한 문 정권의 적반하장이 권불오년(權不五年)의 몰락을 불렀다.

도둑정치가 자초한 권불오년의 살풍경은 다음과 같이 진행될 것이다. 난파선으로 침몰하는 문 정권에서 탈출하는 기회주의자들이 속출한다. 관료 사회의 복지부동으로 정권의 영이 서지 않게 된다. 대깨문은 머리 깨지는 극단적 언행을 남발해 극렬 소수로 고립된다. 정권과 문빠들의 목소리만 앵무새처럼 재생하는 어용 언론과 친정부 시민단체들이 정권의 붕괴를 앞당긴다. 영악한 어용 지식인들은 자신이 권력 내부의 양심적 비판자였다는 변명으로 제 살길 찾기 바쁘다. 우리가 박근혜 정권 몰락기에 지겹도록 본 권력정치의 추태가 재현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에게 차기 대선 패배 시나리오는 최악의 악몽이다. 적폐 청산의 미명 아래 휘둘러왔던 정치 보복의 칼날이 자신들을 겨눌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의 복수(復讐)다. 권력 투쟁의 달인이자 선거 기술자들인 문 정권 핵심 그룹은 상상 가능한 모든 정치공학적 수단을 총동원해 지금의 흐름을 뒤집으려 한다. 이들에게 차기 대선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4·7 보선을 얼룩지게 한 흑색선전과 조직 총동원령, 코로나 사태를 빙자한 돈 뿌리기와 관권 선거가 대선에서 무한 증폭될 게 너무나 명백하다.

자신의 시대를 사상으로 포착한 시대정신의 철학은 도둑정치를 온몸으로 거부한다. 공동체의 근본 규범을 무너트린 도둑정치는 한국인의 존엄과 나라의 미래를 파괴한다. 도둑정치를 혁파해야만 공정과 규범이 살아난다. 공공성을 살려야 정의와 상식이 부활한다. 그런 나라만이 국제정치적 도전과 사회경제적 위기에 응전할 수 있다. 국민주권의 현장인 선거는 준엄한 역사의 법정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도둑정치를 심판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