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강천석 칼럼] 4·7 재·보궐선거는 ‘이게 나라냐’고 묻는 날

배세태 2021. 4. 3. 08:57

[강천석 칼럼] 4월 7일은 ‘이게 나라냐’고 묻는 날
조선일보 2021.04.03 강천석 논설고문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4/03/GLM5OZZU3RDNZF3MUDREXCVSCM/?utm_source=google&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mp-most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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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오후. 이날 투표 마감 시간을 30분 정도 앞두고 소공동 사전투표소에 시민들이 줄지어 있다. 2021.4.2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4년 전 취임식에서 “지난 세월 국민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했다. 4월 7일은 그렇게 장담했던 대통령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었는지 심판하는 날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세계는 ‘악몽(惡夢)을 벗어나는 나라’와 ‘악몽에 계속 붙들려 있는 나라’로 양분화(兩分化)됐다. ‘우리 국민 먼저 맞히자’는 자국민 우선주의도 뚜렷하다. 정부의 백신 확보 능력에 따라 국민 생명과 경제 재생(再生) 여부가 갈린다. 한국은 하루 평균 2만6000명씩 접종하고 있다. 의료 역량으론 하루 115만 명까지 접종이 가능하다고 한다. 느림보 접종은 현재 들어와 있는 백신이 총 269만 회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의료 역량을 풀가동하면 3일 접종하고 동나고 마는 양(量)이다. 이게 나라다운 나라인가.

경제정책의 사령탑은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얼마 전 그만둔 정책실장은 본업(本業)이 ‘공정(公正)’이다. 일찍부터 ‘공정’이란 명함을 파고 그걸로 먹고살았다. 전·월세 인상률 상한선을 5%로 묶은 새 임대차법이 그의 작품이다. 그가 임대차법 시행 이틀 전 임대료를 인상 상한선의 세 배나 올려 받고 법을 빠져나갔다. 신도시 토지 수용 정보로 돈 번 경기도청 공무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받들만한 상사(上司)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대통령 사람들은 대통령이 창조한 ‘새로운 상식’으로 줄줄이 돈을 벌었다.

거울 속 자기 얼굴을 보고 내 얼굴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다. 이 정권이 그렇다. 얼마 전 주당(週當) 40시간 이상 일하는 전일제(全日制) 근로자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말보다 195만 명 줄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 정권은 주 1시간 이상만 일하면 취업자로 잡히는 통계를 들고 와 ‘고용이 늘었다’고 우긴다. 백미러가 달린 차를 몰면서 한 장소에서 24번이나 주차(駐車) 중 사고를 냈다면 당연히 운전면허가 취소됐을 것이다. 대통령은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나서야 정책 실패를 시인했다. 그런데도 운전면허가 살아 있어 차를 계속 몬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대통령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습니다”라는 글을 읽었을까.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6·25전쟁 때 (미국 선박에 의해) 북한에서 구출된 덕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대통령 가족사(家族史)를 언급하고 “김정은이 코로나 공포 때문에 중국 수용소에 수용된 탈북민 북송을 받지 않으려는 이 시기가 탈북민 구출을 위한 황금 같은 기회”라며 대통령의 행동을 촉구했다. 그는 가톨릭 신자인 대통령이 ‘학살에 걸려드는 이들을 빼내오라’는 구약성경 잠언 24장 11~12절 말씀을 떠올리고 “북한 동포 구출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간절한 호소가 대통령에게 도달해 대통령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전무(全無)하다. 부하들에게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 가해(加害)를 멈추라고도 말하지 않는 대통령이다. 그 대통령 전직이 ‘인권 변호사'다. ‘나라다운 나라’의 대통령이 이렇겠는가.

선지자(先知者)와 광인(狂人) 사이의 거리는 생각만큼 멀지 않다. 반보(半步) 앞을 정확히 보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다. 광인들은 내일 일도 모르면서 100년 앞을 내다보듯 이야기한다. 국립외교원 원장은 최근 한·미 동맹 중시(重視) 정책은 ‘동맹 중독(中毒)’이라면서 “미군 철수가 한반도 평화 체제를 달성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이 정권 외교 족벌(族閥)의 일원이다.

어제 미·중 대결의 현장인 대만해협이 빤히 보이는 중국 샤먼(廈門)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회담 장소는 중국이 지정했다. 같은 날 미국 해군사관학교에서 한·미·일 안보실장이 만났다. 한국 외교의 두 입은 두 곳에서 같은 말을 했을까, 아니면 서로 다른 말을 했을까. 미국과 중국은 한국 측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을까. 한국 혼자 자기 말에 자기가 속으며 제 속만 뒤집어 보여준 건 아닐까. ‘북한 중독증(中毒症)’이 불러온 뒷골 서늘한 줄타기다.

국민 사이에 분노를 키우고 그걸 태워 정권의 연료(燃料)로 삼던 정권이 국민의 분노를 만나 기울고 있다. 문재인 정권 4년이 조각 낸 나라는 투표 한 번으로 치유될 수 없다. 그러기엔 상처가 너무 깊다. 4월 7일은 그 첫발을 내딛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