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시론] 문재인 정권의 ‘북한화’를 우려한다■■

배세태 2020. 6. 23. 16:37

[시론] 文정권의 ‘북한化’를 우려한다
문화일보 2020.06.22 이용식 주필
http://m.munhwa.com/mnews/view.html?no=2020062201073011000002



민주화 주도 세력 자처하면서 
北 독재체제에 굴종하는 모순 

핵무기 외면하고 폭파도 감내

‘평등경제’에다 일당체제 불사 
南南 이념전쟁 땐 제2의 6·25 
나치에 항복 프랑스 타산지석

70년 전 6·25전쟁을 ‘김일성의 오판’이 빚은 전쟁이라고도 한다. 미군 참전에 앞서 3주일 안에 남한 전역을 점령할 수 있고, 남한 인민은 ‘조국해방전쟁’을 열렬히 환영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빗나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판이 아니었다. 북한군이 탱크를 앞세운 전격전을 구사했더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국군은 탱크가 뭔지도 모를 정도로 무방비였기 때문이다. 인민군 진입 이전에 남로당 지하당원들이 행정을 접수한 곳이 적잖을 정도로 친북 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도 북한군은 탱크를 보병과 함께 천천히 기동하는 전술을 택했다. 탱크는 소련에서 받았지만, 정예 병력은 중국 국·공 내전에 참전했던 한인 의용군들이어서 ‘탱크 전격전’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다. 호국 영웅들이 목숨 걸고 맨몸으로 맞서 진격 속도를 더 늦췄다. 그렇게 미군 진주 시간을 벌었고, 낙동강 방어선을 형성할 수 있었다.

정작 오판은 국군 지휘부가 했다. 1949년 12월 육군본부 정보국 작전정보실은 ‘연말 종합적정(敵情)판단서’를 제출했다. ‘적이 1950년 3월에 공격해올 것이 확실. 다만 중공 한인 의용군의 인민군 편입이 늦어지면 6월로 연기. 동두천-의정부 주공(主攻), 파주 1조공(助攻), 춘천 2조공.’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남침 전날인 6월 24일 토요일 정보실 북한반장은 “적 공격이 내일로 예상되니 전군에 비상경계 태세를 취하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결론을 육본 참모들에게 브리핑했으나 핀잔만 들었다. 작전정보실장은 박정희, 북한반장은 김종필이었다.

이런 오판의 대가가 얼마나 참담했는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6·25 직전보다 더한 ‘국가적 오판’이 발생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들어 북한 체제에 대한 경각심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일시적 착오가 아니라 집권 세력이 자발적·의도적으로 그런다는 점에서 훨씬 심각하다. 6·25 때는 변명의 여지라도 있었다. 왕조와 식민지 경험밖에 없던 국민 대부분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뭔지도 몰랐다. 이제 한국은 세계 10위를 오르내리는 중견국이 됐고, 북한은 최악의 독재와 가난에 시달린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 체제 경쟁도 30년 전에 끝났다.

그런데도 북한 자장(磁場)에 끌리는 ‘북한화 현상’이 우려할 수준에 도달했다. 민주화 세력이 그런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우선, 대북 정책이 저자세도 넘어 ‘종속’을 우려해야 할 지경이다. 연락사무소 폭파 도발과 ‘말 폭탄’ 심리전에도 마냥 인내하겠다고 한다. 핵무기도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취한다. 대한민국 성취는 깎아내리고 인민공화국의 참혹한 현실에는 관대하다.

둘째, 국가 운영 방식도 ‘일당 체제’를 불사한다. 북한에도 노동당 외에 구색용 야당이 2개 있는데, 여권은 야당을 그런 식으로 다루려 든다. 사법부 코드화에 이어 이제는 정치권력이 대놓고 검찰을 겁박한다. 정부 입장과 다른 주장을 처벌하는 법도 만들려 한다. 근대 민주주의 철학의 원조인 존 로크는 ‘법이 끝나는 곳이 바로 폭정의 시작(wherever law ends, tyranny begins)’이라고 단언했다. 셋째, 정책 분야에선 ‘평등 경제’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은 6·10항쟁 기념사에서 ‘평등한 경제가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논의를 선도한 최장집 교수는 현 정권의 도덕적 타락과 전체주의 경향을 우려했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앞선다고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프랑스 모습이 지금 한국과 흡사하다. 좌파 세력을 중심으로 평화 지상주의가 판쳤고, 안보 경고는 무시됐다. 국력과 동맹에서 나치 독일보다 유리했지만 1개월 만에 항복했다. 월남 패망도 마찬가지다.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은 월남의 공군력은 세계 4위였지만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못했다.

핀란드가 소련 영향권을 자청했던 역사를 두고 서방에서는 ‘핀란드화’라는 경멸적 표현을 사용한다.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했다고 해서 국민이 한국판 핀란드화와 같은 북한화를 지지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북 추종이 계속되면 남·남 이념 전쟁 형태로 제2의 6·25도 우려된다. 이미 자유민주주의는 남·북 권력의 협공으로 낙동강 전선까지 내몰린 형국이다. 보수 정치세력 위축으로 ‘인천 상륙’ 같은 반전도 힘들다. 국민이 다시 각성하지 않으면 제21대 국회가 끝날 때쯤 어떤 나라가 될지 생각하기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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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동영상]
■[김영호교수의세상읽기] ‘북한化’로 치닫는 文정권, 그 끝은 어디인가?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전 청와대 통일비서관 '20.06.23)
https://youtu.be/9yFkc7dve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