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김규나 칼럼] 왜 국민에게 곧 넘어질 말 궁둥이, 그 위에 붙은 쇠파리로 살아가라 하는가?■■

배세태 2019. 6. 25. 13:05

[김규나 칼럼] 왜 국민에게 곧 넘어질 말 궁둥이, 그 위에 붙은 쇠파리로 살아가라 하는가?

펜앤드마이크 2019.06.25 김규나 작가

http://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932

 

영화 <첨밀밀>에 담았던 홍콩 반환에 대한 불안이 현실이 된 지금,

자유를 지키려는 홍콩 시민들의 용기를 지지하는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

민주, 평화, 인권을 부르짖으며 무력탄압을 반대하던 촛불족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홍콩에서 부는 바람이 중국을 쓰러뜨릴 때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김규나 객원 칼럼니스트

 

- “요즘 홍콩 사람들은 모두 이민가야 한다고 말해. 유럽이나 캐나다로. 대륙 사람들은 모두 홍콩으로 오기를 바라고. 하지만 홍콩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가기를 원하지.” / 영화 <첨밀밀> 중에서.

 

1996년에 제작된 영화 <첨밀밀>은 중국 반환에 대한 홍콩인의 불안을 담고 있다. 당시의 홍콩을 시간적,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주인공으로 설정된 남녀는 중국인이다.

 

<중략>

 

중국으로 주권이 이양된 지 22년.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 2백만 명이 거리에 나섰다. 중국의 요구가 있을 때 범죄자를 보내야 하는 법안을 시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시국사범이나 반(反)체제 인사의 중국 송환이 가능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시위는 점점 숨통을 조여 오던 중국 공산당 통제에 대한 공포의 표출이자 자유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홍콩인들의 확고한 저항이다.

 

<중략>

 

영화 <첨밀밀>에 담긴 홍콩 반환에 대한 천커신 감독의 생각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맥도날드에서 처음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중국인 이교와 소군은 홍콩에서 성공도 사랑도 이루지 못한다. 영화는 단 한 장면도 이교와 소군의 고향인 중국을 배경으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그쪽에 살던 사람들은 홍콩으로 나오게 했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서는 번번이 그들을 머물게 했다. 꼭 떠나보내야 할 때는 대만이나 미국으로 보냈다. 그렇게 헤어진 이교와 소군은 각각 홍콩을 떠나게 되는데 새롭게 정착하는 곳이 미국이다,

 

영화에는 중국에 반대하는 중요한 상징이 하나 더 추가된다. 이교와 소군을 운명적으로 맺어주는 등려군의 노래가 그것이다. 중국에서 크게 사랑받았던 그녀는 사실 대만 출신의 가수이다.

 

<중략>

 

현재의 중국과 홍콩, 대만과 미국의 관계는 22년 전 영화 속에 예언처럼 녹아 있다. 높은 무역 관세로 중국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미국은 물론, 일본과 영국 등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롭게 집회할 권리를 옹호하며 홍콩인들의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중국과 대립하며 친미노선을 분명히 걷고 있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 역시 "중국의 일국양제 치하에서 홍콩의 자유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자유를 추구하는 홍콩인의 목소리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중략>

 

우리나라 정치인들만 나 몰라라, 눈감고 귀 막고 입 닫고 있다. 고무총탄과 최루탄, 물대포로 홍콩 시민들이 강제 진압 당하고 있는데 민주주의와 평화를 외치던 우리나라 정부와 언론들은 뭘 하고 있는 것일까. 인권과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특히 범죄자 인권을 외치며 공권력에 맞서 경찰버스들을 뒤집던 정의로운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홍콩 정부를 규탄하거나 시민의 자유를 통제하려는 중국에게 항의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침묵은 ‘달리는 말 궁둥이에 달라붙은 파리’로 살아가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소리 없는 함성인 것만 같다.

 

<중략>

 

올해는 6.25전쟁 발발 69주년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북한의 6.25남침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슴에만 한을 남긴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참전했던 세계 각국의 군인들도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남편이었고 아버지였다. 그들의 부상과 죽음으로 가슴 아팠을 전 세계의 어머니와 아내와 딸들이 수없이 많았다는 뜻이다. 그들의 도움이 있어 우리가 공기처럼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 70년 간 물 쓰듯 소비했던 자유와 풍요는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홍콩인들처럼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지켜내지 않는다면 우리가 누릴 자유는 더 이상 없다.

 

이교와 소군은 재회 이후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뉴욕의 어딘가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올려다보며 홍콩 시민들을 응원하고 있지 않을까. 홍콩에서 시작된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저항과 자유를 향한 바람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제재, 대만과 홍콩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그에 따라 세계지도가 변화될 것을 모르는 건 민족이니 친북이니 친중이니 하는 우리나라뿐이다.

 

영화 마지막에 이교와 소군, 두 사람이 재회할 때 흐르는 노래가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이다. 내 마음을 대신해준다는 달빛. 밤하늘의 달은 인간 세상의 어둠을 밝혀주고, 자국민의 마음을 달빛처럼 훤히 읽은 세계의 지혜로운 통치자들은 부강하고 안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데, 추종자들에게 ‘달님’이라 불리는 사람은 우리 국민이 아닌, 대체 어느 누구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는 것일까.

 

홍콩의 정신이라 알려진 ‘자유, 법치, 안정, 번영’을 위해 싸우고 있는 그곳의 시민들이 우리에게 묻고 있다. “언제까지 당신들의 자유를 남에게 지켜 달라 할 것인가?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자유는 존속할 수 없고 자유를 지키지 못하는 나라와 국민은 생존할 수 없다. 우리의 자유는 우리 힘으로 지킨다. 당신들도 선택하라.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

 

깨어나라, 개인이여! 일어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여!

 

TMTU. Trust Me. Trust You.

 

*'TMTU. Trust Me. Trust You."는 김규나 작가가 ‘개인의 각성’을 위해 TMTU문화운동을 전개하며 ‘개인이여, 깨어나라!’는 의미를 담아 외치는 캐치프레이즈입니다.

 

*김규나 객원 칼럼니스트(소설가, 소설 <트러스트미> <체리 레몬 칵테일>, 산문집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