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ICT·녹색·BT·NT外

포털(정보의 바다) 에서 SNS(관계 맺기)로…삶이 되다

배셰태 2010. 12. 24. 11:15

[2000~2010 한국 문화] <1> 포털에서 SNS로

한국일보 IT/과학 2010.12.23 (목)

 

■뉴 밀레니엄 10년
'정보의 바다 '에서 헤엄치다 '관계 맺기' 놀이로… 디지털, 삶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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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네이버·구글·야후…
검색外 뉴스·카페 등 서비스
올드미디어를 통합·대체하며
생활 속의 미디어로 확장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그
타임지 '올해의 인물' 선정
트위터, 스마트폰과 만나며
새로운 IT혁명 이끌어

 

상대방의 전화번호가 휴대폰 화면에 뜬다. 냅스터와 소리바다라는 음악 공유 프로그램 덕분에 좋아하는 음악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들을 수도 있다. 인터넷을 뒤지면 리포트 작성도 금세 해결할 수 있다. 마우스 클릭만으로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고, 아이러브스쿨이란 사이트에 가입하면 얼굴마저 가물가물한 동창과 연락이 될 수도 있다….

 

다들 살기 좋은 세상이라며 신기해 했다. 디지털 혁명의 파도가 몰아치던 새천년의 시작은 새로움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뉴밀레니엄의 첫 10년이 지난 지금, 이런 풍경들은 너무나 당연하고 오히려 이미 낡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세계는 더욱 거대한 디지털 혁명의 과도기에 놓여있다.


'포털'이라는 이름의 디지털 혁명

 

1999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꼽은 '올해의 인물'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을 창립한 제프 베조스였다. 새천년이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디지털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고한 상징적인 선정이었다. 타임의 전망대로 2000년대 들어 세계는 디지털을 매개로 빠르게 재편됐다.

 

속도에 민감한 한국은 세계의 흐름보다 더 빠르게 인터넷 왕국을 건설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2001년 1월 426만2,986명에서 2010년에는 4배 가까이 늘어난 1,690만7,071명에 이르렀다. 1996년 73만1,000명에 불과했던 인터넷 이용자 수는 2000년 1,904만명에 달했고, 2010년에는 3,701만명으로 집계됐다. 말 그대로 빛의 속도다.

 

정보고속도로 위에서 일어난 디지털 혁명의 중심에는 포털사이트가 있었다. 포털은 검색엔진이라는 또 다른 명칭이 무색하게 디지털 세계의 정점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야후로 그 존재감을 알린 포털은 다음, 네이버, 구글 등으로 권력을 이양하며 디지털 혁명의 첨병 역할을 했다.

 

포털은 단순한 정보 검색의 기능을 넘어 뉴스와 생활정보를 제공하고, 오락의 기능까지 수행하게 됐다. 2009년 11월 기준 네이버 방문자의 5.3%(닐슨-코리안클릭 집계)는 뉴스를, 17.8%는 클럽 활동을, 13.6%는 블로그 접속 등으로 포털을 활용했다. 검색 활용은 19.3%였다. 포털이 검색 기능을 넘어 기존 올드미디어를 통합하고 대체하는 생활 속의 미디어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문자의 쇠락과 '오덕후'의 등장

 

포털의 등장은 새로운 문화의 도래로 이어졌다. "네이버에 물어봐"라는 말이 입에 오를 정도로 포털은 정보의 바다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게 됐다. 네티즌들은 포털을 이용하며 문자 대신 영상을 더욱 선호하게 됐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특정 분야를 파고드는 마니아 문화가 확산됐다.

 

특히 포털이 2003년부터 시작한 카페 서비스는 기존 PC통신 동호회를 넘어서 끼리끼리 문화를 퍼뜨렸다. 포털이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는 새 소식을 알리며 마니아들의 아지트 역할을 했다. 일본의 마니아 문화를 대변하는 '오타쿠'라는 단어가 국내에서 '오덕후'로 변용돼 사용될 정도로 카페와 블로그는 번창했다. 귀여니로 대변되는 가벼운 문체의 인터넷 소설이 등장했고,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를 주인공 삼아 팬들이 쓴 일종의 소설인 팬픽도 유행하게 됐다. '?자' 등 기성세대는 이해할 수 없는 '외계어'들이 출몰하며 국어 문법체계까지 흔들었다.

 

포털을 통한 멀티미디어 활용이 대중화되면서 네티즌들이 영상물을 직접 만들고 즐기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가 널리 퍼졌다. 2005년 동영상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이트 유튜브가 등장하면서 UCC는 인터넷문화의 대세를 이뤘다.

 

대중이 인터넷과 그것을 통한 영상물에 몰입하면서 활자문화 쇠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의 신문 연재소설은 웹으로 연재 공간을 옮겨갔고, 만화업계도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근거지를 바꿨다. 음악CD를 구매해 앨범 전체를 듣던 음악 소비 형태는 곡 하나하나를 다운로드받는 음원 서비스로 재편됐다.

 

트위터ㆍ페이스북으로 이어진 변혁

 

2010년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마크 주커버그다. 전세계 5억2,000만명이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창업자다. 20대 IT 거부인 주커버그는 새천년의 첫 10년을 마감하는 지금 디지털 혁명의 중심이 SNS로 옮겨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포털이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다량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면, SNS는 사람들의 사적인 관계를 정보 유통망으로 활용하고 있다. 'TGIF'(Thank God It's Friday)가 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의 영어 머릿글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의미가 달라질 정도로, 디지털 권력은 SNS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특히 140자라는 단순 명쾌한 전달방식을 선택한 트위터의 파급력은 놀랍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과 연결될 수 있는 스마트폰과 만나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TGIF뿐 아니라 'IT'(Information Technologyㆍ정보기술)라는 약어도 아이폰의 'I'와 트위터의 'T'를 조합한 것으로 바뀌어 세상이 '새로운 IT혁명'을 맞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하야시 노부유키의 저서 <아이폰과 트위터는 왜 성공했을까>).

 

21세기의 두번째 10년을 앞둔 지금, 우리 문화는 또 다른 변혁의 거센 물결 앞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