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사회 2010.10.08 (금)
선진국 문턱, 이젠 넘자 ④ 베이비붐 세대, 볼런티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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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이비부머(1955~63년생) 712만 명의 퇴직이 시작됐다. 1~4월 퇴직한 55세 직장인은 2만7269명이다. 이 중 48.8%만 일자리를 잡았다(건강보험공단). 청년 실업자가 넘치는 판에 그나마 절반 정도가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베이비부머 은퇴자 중에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이 많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일자리를 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자원봉사가 떠오른다.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박가열 박사는 “선진국에선 은퇴자의 자원봉사가 세대 간 갈등을 없애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은퇴자의 봉사가 선진국으로 가는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퇴자가 선구자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이씨처럼 개발도상국에서 봉사하는 전문직 은퇴자는 200명이 넘는다. 유치원 원장, 교수, 간호사, 교사, 공무원, 기업 임원 등 경력이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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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봉사하는 은퇴자도 늘고 있다. KT텔레캅 사장을 지낸 김동훈(60)씨는 올해 초부터 매주 금요일 서울 정릉의 우리누리 공부방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평일에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가르친다. 김씨는 “취업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돈은 못 벌지만 강의 준비나 상담에 매달리느라 기업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쁘다”며 “자칫하면 은퇴 생활이 무료할 수 있는데 봉사는 새로운 삶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봉사하는 은퇴자가 미미한 수준이다. 2009년 우리나라 60세 이상 인구의 6.3%만이 자원봉사로 활동하고 있다(행정안전부 통계). 일본(22.3%), 덴마크(23%, 65세 이상)보다 훨씬 낮다.
은퇴자 봉사자가 적은 이유는 지원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고 은퇴자들이 봉사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내년 노인복지 예산 3조7181억원의 대부분이 복지에 집중돼 있고 자원봉사는 5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또 어디서 어떻게 봉사활동을 해야 할지 알 길이 없다. 김동훈씨만 해도 지인에게서 우연히 공부방을 알게 됐다.
삼성경제연구소 태원유 연구위원은 “취업포털 사이트 워크넷처럼 은퇴자들을 직업별로 분류해 관리하고, 자원봉사기관과 은퇴자를 연결해주는 통합 네트워크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봉사에도 노하우가 필요한데 은퇴자들은 그런 훈련이 안 돼 있다. 노인인력개발원 조남범 원장은 “요즘 은퇴자들은 생계 유지보다 문화생활과 여가활동, 활력 유지에 관심이 많은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자원봉사가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은퇴자의 상당수가 봉사 경험이 없기 때문에 퇴직 1~2년 전에 ‘봉사 훈련’을 받도록 기업이 배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복지부 노인지원과 변성미 사무관은 “단순 노력 봉사 위주보다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봉사 지도자를 양성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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