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보편성과 합리성 아래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는 미국이 행동을 결심했을 때

배세태 2016. 10. 6. 14:07

[선우정 칼럼] 미국이 행동을 결심했을 때

조선일보 2016.10.05 선우정 논설위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04/2016100403482.html

 

우리는 동맹으로서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어떤 기회를 잡을 것인가
정치가 난장판이라도 권력 중추부의 누군가는 답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에 대한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는 한반도 해방을 상당 기간 앞당겼다. 미국이 원폭 대신 본토를 점령하는 장기전을 택했다면 소련은 한반도 전체와 일본 홋카이도까지 집어삼켰을 것이다. 해방과 자유, 풍요. 역사적 결과만 생각했을 때 한국에 원폭은 긍정적 의미가 상대적으로 컸다. 나서서 주장하는 것은 금기이지만 분단을 피하고 경제 대국으로 부활했다는 점에서 일본에서도 비슷한 결과론이 존재한다. 10년 전쯤 한 장관이 이 주장을 입에 올렸다가 사임한 일이 있다.

 

이래서 미국이 무섭다고 생각한다. 폭탄 두 발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20만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았다. 무고한 민간인이었다. 한국인도 다수 포함됐다. 적군의 전의를 빼앗아 전투를 종결짓는 가장 빠른 방법이 학살이라고 한다. 가장 잔인하고 추악한 방법이기도 하다. 원폭은 그 극단에 있다. 하지만 미국의 행동은 대체로 원폭이 가져온 역사적 결과로 평가된다. 힘으로 비판을 누르는 강대국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자유와 풍요라는 결과의 힘이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편성과 합리성 아래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는 나라, 그 결과 도덕적 비난조차 피해가는 나라가 미국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략>이미지

1945년 8월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직후의 모습. /조선일보 DB

 

전체주의와 싸운 미국이라면 원폭 투하에 적어도 고뇌는 하지 않았을까. 스팀슨 당시 육군장관은 "미 정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간인 희생을 줄이기 위해 폭탄 투하를 예고해야 한다는 주장조차 수용되지 않았다. 전후 원폭 투하 관련자들은 피해자의 인도적 사과 요청에 누구도 응하지 않았다. 트루먼 대통령은 "원폭 이용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전폭기 승무원들은 원폭으로 미군 100만명을 살렸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미국의 합리주의는 어떤 동정론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미국은 항상 '역사의 보편성'이란 부비트랩으로 상대를 천천히 밀어 넣는다"고 말한 역사가가 있다. 상대의 폭주(暴走)가 어느 선을 넘으면 자유 수호를 내세워 그 누구의 찬반에 상관없이 밀고 나갔다. 2차 세계대전, 6·25,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100년 동안 전체주의, 공산주의, 이슬람 극단주의 등 어떤 것도 미국의 자유 논리를 대신하지 못했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지지도 받지 못했다. 중국이 내세우는 중화주의 역시 언젠가 미국의 보편성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핵(北核)은 어느 선에 도달했을까.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무기를 활용해 북한을 분명히 파괴할 수 있지만 북한이 우리의 중요한 우방인 한국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칠 수 있으나 한국의 피해를 걱정해 참는다는 의미였다. 미 대통령의 이 말에 안심하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최근 미국의 변화 조짐에 긴장해야 한다.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미 국민의 안전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우방이 아니라 자국 국민을 말했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도 미 군부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선제 군사 행동을 미리 논의하지 않는다"는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은 무서운 함의를 갖고 있다.

 

<중략>

 

미국이 결심했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까. '반전반미(反戰反美)' 구호가 서울 거리를 뒤덮지 않을까. 그럴수록 미국은 논의하지 않을 것이다. 북핵은 자국 국민을 보호하고 자유를 수호하는 미국의 보편적 문제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복안력(複眼力)이란 말이 있다. 장기·단기, 거시·미시 등 복합적으로 보는 능력을 말한다.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단기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거대 담론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지금 미국이 지난 100년 동안 우리가 본 미국이라면 그들이 절대 양보하지 않는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이 국민의 생존이라면 5차 핵실험과 ICBM(대륙간 탄도탄) 개발로 가장 크게 변하는 건 미국이 아닐까.

 

..이하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