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어디까지 와 있나
서울경제 2016.08.17 안재후 기자
http://www.sedaily.com/NewsView/1L06EI9Q94
숙박·차량 공유 서비스 세계로 급속 확산 중
한국은 낡은 규제에 묶여 아직도 걸음마 단계
최근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른바 ‘공유경제’ 패러다임은 과거 우리 사회가 보여줬던 아나바다 운동을 일부 연상시킨다. 소유가 아닌 ‘나눔’을 통해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공유경제는 아나바다 운동과 큰 궤를 같이한다.
<중략>
하지만 지금의 공유경제는 조금 다르다. 글로벌 경기 침체기라고는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공유경제라는 패러다임에 투자하는 국내외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과거 아나바다 운동에 투자하는 기업이 과연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기존 산업 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저력을 가진 공유경제를 일컬어 일부 전문가들은 “좀 더 스마트해진 아나바다 운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포춘코리아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공유경제 패러다임, 그리고 이를 준비하는 국내 시장과 기업들의 전략을 확인해봤다.
|
공유경제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때는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틴 와이츠먼 하버드대 교수는 당시 발표한 ‘공유경제 : 불황을 정복하다’라는 논문에서 공유경제를 처음 언급했다. 하지만 당시 와이츠먼 교수가 말한 공유경제는 그저 ‘수익공유’의 개념에 가까웠다. 최근 통용되는 공유경제의 정의와는 사뭇 거리가 있다.
16년 후인 지난 2000년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자신의 저서 ‘소유의 종말’을 통해 공유경제의 본질에 조금 더 접근한 개념을 소개했다. 리프킨은 “머지않아 소유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접근’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리프킨은 “소유권(Ownership)은 시간이 흐를수록 제한적이고 구시대적인 개념으로 여겨질 것”이라며 “누구나 모든 재화에 접근하고자 하는 갈망이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접근’은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모든 재화를 이용할 수 있는 범용성의 확대로 해석할 수 있다.
소유의 시대는 인류가 공동생활에서 벗어난 시점부터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 특히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18세기 후반에 들어서며 경제활동은 ‘소유’라는 개념으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자산과 자원의 소유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경제 성장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해석 때문이었다.
리프킨은 소유의 시대가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언급했다. 산업의 중심이 굴뚝산업에서 정보통신산업(ICT) 패러다임으로 옮겨가며 소유라는 개념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ICT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소유가치를 추구하는 일보다는 공유나 교환, 재활용 등을 통해 사용가치를 극대화하는 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기존에 ‘소유’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이윤을 추구해온 기업 집단 역시 ‘가치 극대화’를 통한 이윤추구의 방식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리프킨의 개념을 지금의 ‘공유경제’로 정립한 인물이 바로 미국의 저명한 사회운동가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로런스 레식(Lawrence Lessig)이다. 레식 교수는 공유경제를 일컬어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소유권을 거래하는 것이 아닌 ‘접근권’을 공유하는 것, 쉽게 말해 앞서 언급한 드릴과 자동차처럼 한번 생산된 제품을 한 사람이 소유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필요에 따라 공유하는 것이 바로 현대사회의 공유경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공유경제 패러다임을 촉발한 것은 다름 아닌 스타트업이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모델로 출범한 스타트업은 초기만 해도 기존 산업계에서 ‘이단아’로 불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공유를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는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은 기존 대기업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상린 교수는 말한다. “대기업과 공유경제 스타트업의 차이점은 그들이 중요시하는 가치와 철학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이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및 신뢰성을 핵심 가치로 여겼다면, 공유경제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을 핵심가치로 여기죠. 품질과 신뢰성은 사용자 경험에 의존했고요. 무엇보다 일반 기업은 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해야 한다는 기본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제품을 개발·생산함과 동시에 자신들이 운영하는 직영 몰에서 물건을 직접 팔죠. 이유가 무엇일까요?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고객과 제품을 공유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시간이 흘러 기존 대기업이 모든 스타트업 영역을 잠식해나간다 하더라도 결코 공유경제 모델만큼은 진출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경제 스타트업이 ‘파괴적 혁신’을 이끌어냈다고 말한다. 기존 시장 패러다임을 흔들어놓을 만큼 막대한 파급력을 보여줬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파괴적 혁신’의 주인공이자 공유경제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는 우버, 에어비앤비는 과연 어떤 회사일까?
공유경제 중심에 선 쌍두마차 ‘우버·에어비앤비’
<중략>
지난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서비스가 시작된 우버는 현재 68개국 400여 개 도시에 진출해 있다. 지난 3월 기준 우버의 기업가치는 625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오랜 역사를 지닌 자동차업계의 대표기업 포드(524억 달러), 제너럴모터스(471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넘어선 수치다.
<중략>들은 공유경제 시장 활성화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기업이 에어비앤비라고 평가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양사가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협력적 소비’라는 공유경제의 본질을 앞세워 기존 법률과 규제를 벗어나 자신들의 영리 확대에만 몰입하는 방향으로 변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14년 우버가 선보인 저가 서비스 ‘우버엑스(UberX)’는 법률과 제도에 부딪힌 대표적인 서비스다. 기존 우버가 실제 운행하는 택시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라면, 우버엑스는 일반 자가용을 사용한다. 면허증 소지자로서 간략한 신원조회와 인터뷰만 거치면 누구나 우버엑스 운전자로 등록할 수 있다. 우버는 우버엑스에 대해 “이용자들에게는 효율적이고 안락한 이동수단을 제공하고, 운전자는 차량 소유로 인한 비용부담을 절감하는 동시에 차량을 공유함으로써 도시 전반에 교통체증 완화를 가져올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우버엑스는 기존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불법영업 논란에 직면했다. 미국 일부 도시에서는 영업이 중지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4년 8월 도입됐지만 얼마 못 가 서비스가 중단됐다.
에어비앤비도 문제에 직면했다. 순수한 개인 호스트와 손님을 연결하겠다는 기존 취지와 달리 임대업체들이 호스트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이는 에어비앤비의 정체성을 흔드는 효과를 불러왔다.
<중략>
이처럼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논란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오히려 갖가지 논란을 원동력으로 삼아 무섭게 성장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논란은 공유경제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활짝 연 공유경제 시장과 그 패러다임은 이제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비교적 단순하고 진입장벽이 낮아 유사 모델도 전 세계 로컬시장을 중심으로 생겨나는 추세다. 우버는 유사한 서비스 기업인 ‘리프트(Lyft)’에 추격을 허용했고, 글로벌 렌터카 기업인 에이비스(Avis)는 시간별 예약을 통해 자동차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운영해온 ‘집카(Zipcar)’를 인수하며 공유경제 플랫폼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밖에 다양한 분야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공유경제 서비스와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공유경제 패러다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대다수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공유경제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언급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과도한 규제’다.
|
<중략>
디디추싱으로 촉발된 중국 내 공유경제 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정보센터 정보화연구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공유경제 규모는 1조9,500억 위안에 달했다. 공유경제 서비스 종사자는 약 5,000만 명으로 전체 노동 인구의 5.5%에 달하며 공유경제 활동에 참여한 인구는 5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판 에어비앤비라 불리는 중국의 숙박공유 서비스 ‘투자(途家)’는 지난 2011년 12월 설립 이후 꾸준히 서비스 지역을 넓혀왔다. 현재는 중국뿐 아니라 해외 1,085개 지역에 진출한 글로벌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공유경제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한 카셰어링(업체 소유의 차량을 예약하고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를 빌린 후 반납하는 서비스) 기업 쏘카(SOCAR)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후발주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엄밀히 말해 쏘카 역시 쏘카라는 회사 소유의 차량을 빌려 쓰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 서비스라고 보기는 힘들다.
IT 강국, 모바일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공유경제가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략>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가 글로벌 서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 증가로 이어지기보다는 역량 있는 스타트업의 탄생 및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공유경제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유경제 스타트업 대표 B 씨는 말한다. “사실 곁가지만 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청정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의미가 있죠. 하지만 지금이라도 교통, 숙박 등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공유경제 시장에 뛰어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국내 시장에서부터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제2의 우버, 제2의 에어비앤비가 아닌, 제1의 무언가가 나올 수 있도록 공유경제 생태계 마련에 정부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시사정보 큐레이션 > 공유·사회적 경제外'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유경제 기업 우버, 이번달에 자율주행 택시 세계 첫 운행 (0) | 2016.08.19 |
---|---|
이재웅 다음 창업자 "공유경제로 인간가치 회복" (0) | 2016.08.18 |
포드, 2021년 상업용 자율주행차 대량 생산…자동차 공유경제 우선 공략 (0) | 2016.08.18 |
공유경제 기업 에어비앤비, 한국의 주택 시장까지 뒤흔드나 (0) | 2016.08.17 |
제4차 산업혁명, 공유경제와 온디멘드 경제 부상 전망 - 현대경제연구원 (0) | 2016.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