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4차 산업혁명, 사회 전방위적 대비를
매일경제 2016.08.14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6&no=578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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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또다시 거대한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사회 시스템, 행동방식 등 모든 것을 바꿀 태세로 말이다.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의 파고다. 쉽게 말하면 인간이 아닌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증기기관 발명의 1차 산업혁명, 전기와 대량생산 체제가 가져온 2차 산업혁명, 인터넷과 컴퓨터 기반의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생산성'과 '노동 방식'에 있어 일대 혁명이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혁명에 대비하는 우리에겐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봤듯이 변화의 시기엔 승자와 패자가 나타난다. 그러면서 이해 상충이나 갈등이 깊어지곤 한다. 가진 자와 가지고 싶은 자 간의 갈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파도가 백사장에 닿지도 않았는데 이미 우리 사회의 갈등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는 느낌이다. 여 대(對) 야, 각 정당 내 계파 대 계파, 보수 대 진보, 남성 대 여성, 노인 대 청년 등 꼬인 실타래도 복잡하다. 역사가 나와 내가 아닌 자와의 투쟁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갈등과 투쟁만 반복하다가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앞으로 어찌 쓰일는지 걱정이 크다. 앞으로 20년, 30년 뒤 우리 경제 수준을 결정할 글로벌 전쟁 통에 도끼 자루가 썩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다투기만 해선 곤란하다.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데 교육의 콘텐츠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느낌이다. 물론 20년 전, 30년 전과 교과과정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획일적인 평준화 교육에 매몰되어 있는 현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옥스퍼드대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년 내 현재 일자리 절반가량이 로봇 등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노동의 영역이지만 상당수가 로봇,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서버 등으로 대체된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정보통신기술 수석보좌관(ICT Senior Adviser)을 역임했고, 버락 오바마와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의 싱크탱크인 알렉 로스 는 대규모 산업 전환과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어 우리가 예상치 못한 큰 변화가 산업계 전반에 들이닥칠 것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변화를 각자 스스로 예측해서 대처하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 국가의 교육 시스템이 개개인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서 말이다. 예컨대 초등학생 때부터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외국어보다 컴퓨터 언어가 더욱 중요해진 시대가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의 직업이 많이 사라지겠지만 여전한 일자리들도 있을 것이다. 장담하긴 어렵지만 문학이나 역사, 철학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인문학에 특화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또 혁명의 전선에서 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교육보다는 차등화한 교육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4차 산업의 지도를 그리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닌 학생에게는 그에 걸맞은 교육이 필요하다. 융합학과 창설 등을 통한 융·복합 인재 육성도 필요해 보인다.
룬 프로젝트(Project Loon). 구글이 성층권에 통신 중계기와 무선 안테나를 장착한 열기구를 올리고 이를 기지국으로 활용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만화 속 장면 같지 않은가. 처음 이 프로젝트를 들었을 땐 대단한 상상력에 머리가 멍했다. 이내 '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할까' '우리에겐 뭐가 부족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필자가 내린 답은 상상을 억누르는 교육이었다.
지난 71년간 우리 경제에 성적을 매긴다면 필자의 점수는 'B+'다. 성공의 역사도 썼지만 그늘도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발전 가능성이 있기에 B 이하로 떨어뜨리고 싶진 않다. 앞으로 5년 뒤, 10년 뒤에 우리 경제엔 또 어떤 점수를 줄 수 있을까. 그 실마리는 팽배해 있는 사회 갈등 해소와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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