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한국, 공무원 시험 25만명 시대...선진국엔 없는 너무나 기이한 현상

배셰태 2016. 7. 22. 12:13

'공무원行' 年22만명 탈락해도… 탑승 희망자는 계속 증가

조선일보 2016.07.22 박승혁 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22/2016072200288.html


[오늘의 세상] 공무원 시험 25만명 시대

- "흙수저에겐 그나마 공정한 기회"
학벌·스펙 없이 겨룰 수 있어 "주어진 시험 과목만 잘하면 돼"

- 평생 수입 최소 4억원 날아갈수도
公試 5년 실패 뒤 중소기업 가면 非공시 또래들보다 연봉 적어

- 공시 이유, 사회 기여는 11%뿐
77%가 "안정된 직업 갖고 싶어" "美·유럽선 봉사하는 서비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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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포기자', 취업률과 연봉 모두 하락

 

공시를 주관하는 인사혁신처와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해 7·9급 공무원 선발 예정 인원은 국가직 4990명, 지방직 2만186명이다. 통계청이 추산한 올해 공시생 25만6000명 중에 10% 정도만이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나머지 90%는 내년에 재도전하거나, 나영씨처럼 포기하고 일반 사기업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문제는 해가 갈수록 공시 포기자들이 취업 시장에서 불리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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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들은 이런 리스크가 있어도 "흙수저들이 그나마 공정하게 승부를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대나 중하위권 대학 출신, 인문 계열 출신 공시생들은 "학벌이나 스펙이 아니라 노력과 능력만으로 겨뤄볼 수 있는 기회가 공시 말고 뭐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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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결국 민간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공시생 25만명이 가고 싶을 만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는 한 공시 열풍은 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선진국엔 없는 기현상"

 

전문가들은 과열된 공시 붐이 국가적으로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 유상엽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는 "헌법에 '공무원은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는 자리'라고 나오지만 요즘은 주로 '안정'이나 '노후 보장' 등을 보고 지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공시생 11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7%(904명)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싶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답했다.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은 10.9%에 그쳤다. 공복(公僕)으로서 소명 의식이 결여된 공시 열풍은 자칫 하급 공무원 집단의 특권 의식을 부추길 수 있다. 유 교수는 "공시 열풍이 불면서 최근 공무원 집단의 '스펙'은 계속 좋아졌지만, 과연 국민에 대한 서비스도 좋아졌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선진국의 대학 졸업자들에게는 공무원이 인기 직업은 아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2014년 조사 결과, 미국 연방공무원 중 30세 미만의 비율은 전체의 7%였다. 일반 사기업에서 30세 미만 직원 비율이 25%인 것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치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학 졸업한 젊은 청년들이 9급 공무원 시험에 몰려들어 과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특정 공직 포지션에 빈자리가 날 경우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공모하고 집중 토론, 면접을 거친다"며 "사지선다형으로 국영수 지식 테스트를 해서 수백명을 뽑는 한국의 공무원 채용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유럽에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납세자에게 봉사하는 서비스직"이라며 "서구에서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 없이 직장을 옮겨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라 '잘릴 걱정 없다'는 이유로 공무원이 되려는 젊은이들은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