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사망사고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
중앙일보 2016.07.06 최지영 경제부문 차장
http://news.joins.com/article/20265547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가장 끔찍한 형태로 일어났다.”
지난 주말 알려진 미국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첫 사망사고를 놓고 나온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실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다. 일본·독일 등의 전통적 자동차 메이커들에 비해 테슬라는 100% 준비되지 않은 기술을 너무 빨리 시장에 소개한 게 아니냐는 걱정들이 있었다.
테슬라는 판매 중이거나 이미 판매한 전기차에 장착한 자사의 자율주행 모드를 ‘베타 테스트’ 단계라 불러 왔다. 소프트웨어나 게임도 아니고 사람 목숨이 걸린 자동차에 ‘베타 테스트’가 웬 말이냐 싶다. 그럼에도 테슬라 차를 산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완전 형태의 자율주행차처럼 여기고 운전해 왔다. 테슬라가 완전하지 않은 자사의 자율주행 모드를 ‘오토파일럿(Autopilot·자동주행 시스템)’이라 이름 붙인 자체가 현실을 호도한 것이란 비판도 있다.
간단한 형태의 자율주행 모드조차 결함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포드가 미국 시장에서 3만7000대의 F-150 픽업 트럭을 리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앞에 아무것도 없는데도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비판과 별개로 미국 정부, 소비자와 시장의 반응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차분하다. 사고가 알려진 직후 테슬라 주가는 206.25달러까지 3% 내렸다가 미 독립기념일 연휴 전인 지난 1일 216.50달러로 마감해 안정을 되찾았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이번 조사가 미국 정부가 모델S에 결함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완전한 형태의 자율주행차가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이런 사고를 만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와 정부, 시장엔 그 전에 미리 싹부터 자르면 안 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어 보인다. “자율주행차의 잠재적 혜택과, 이를 이루는 과정에서의 비용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다수다.
“완전한 형태의 자율주행차가 인류에게 줄 혜택은 실로 크다. 노인·시각장애인에겐 움직임의 자유를 줄 것이고 휘발유 소비와 교통 혼잡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시장에 나와 스스로를 증명하기도 전에 대중이 이번 사고로 기술 자체를 거부한다면 어떤 혜택도 빛을 보지 못한다.”(워싱턴포스트 온라인 사설)
미국 규제당국은 아마도 이 사고를 꽤 오랜 기간 꼼꼼하게 조사할 것이다. 그리고 자율주행차 전반을 아우를 각종 규제도 이 기회에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다.
장애물이 있어도 기술은 진보한다는, 그리고 이를 막는 규제는 어지간하면 천천히 한다는 미국인들의 생각이 이번 사고 뒤에도 흐르고 있다. 테슬라 사망사고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가 그래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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