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ICT·녹색·BT·NT外

[SW 시대]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자기반성에서 간과한 것

배셰태 2016. 6. 30. 11:31

■[기자수첩] 삼성이 SW 자기반성에서 간과한 것

조선일보 2016.0629 한동희 기자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29/2016062902094.html

 

"제대로 된 개발 일정도 받은 적이 없는데, 덮어놓고 직원만 못했다고 욕하는 게 과연 건설적인 자기반성인가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A씨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A씨는 화난다고 했다. 지난 21일 삼성그룹 계열사에 일제히 방영된 사내방송 '삼성 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1부 소프트웨어의 불편한 진실'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이 3만2000명으로 구글의 2만3000명 보다 많지만 문제해결 능력으로 따지면 삼성 인력의 1~2%만이 구글에 입사할 수준이라는 내용이 나왔다.

 

방송이 나가고 A씨를 포함한 삼성의 개발자 5명과 전화 통화하거나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이들의 공통된 지적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모든 개발 일정이 하드웨어 일정에 맞춰진다"고 말했다.

 

완성도가 높은 소프트웨어는 ‘개발-설계-운용-유지보수’라는 소프트웨어 생애주기(life cycle)를 제대로 시험하고, 여기서 얻은 경험으로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구글이 다른 회사들보다 앞선 소프트웨어를 내놓는 배경은 여기에 있다. “과정이 주는 경험을 최고로 여긴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에는 하드웨어 제조사의 DNA로 꽉 차있다.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는 스마트폰이나 가전 완제품의 출시 일정에 맞춰 개발됐다. 신제품의 출시 주기는 반년 또는 1년 정도다. 촉박한 일정에 다듬어지지 않거나, 보완이 덜 된 서비스를 내놓기 일쑤였다. 2014년 해체된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인 미디어솔루션센터(MSC)의 실패 원인도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인사 제도가 악순환을 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원이 모든 소프트웨어 상품의 운명을 결정짓는 구조인데, 임기 연장을 걱정하는 임원들은 성과지표(KPI)를 우선시하기 마련이다. 신입 임원 교육이 끝나고 3월에 본격적인 개발 업무에 들어가면, 9월에는 끝마쳐야 한다. 10월부터 KPI 평가 준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적인 안목보다는 '고과용'으로 만든 소프트웨어가 나오게 된다. 해가 바뀌면 상당수의 임원이 갈리고 이전 소프트웨어는 유지보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중략>

 

삼성전자는 최근 개발자들의 역량을 키우겠다며 코딩시험을 보고 있다. 직원들이 알고리즘 공부를 열심히 해서 문제를 잘 풀면, 구글 만큼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까. 또 사내방송 내용처럼 개발자 4명이 6주만에 인스타그램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할까. A씨는 "삼성의 구조에서는 그들도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삼성의 자기반성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

[관련기사 참고요]

■[팀장 칼럼] '바다' 개발한 삼성 홍 상무는 왜 구글로 갔나

조선일보 2016.06.24 류현정 기자

http://blog.daum.net/bstaebst/17969

 

2009년 12월 16일. 삼성전자는 만 40세 홍준성 수석 부장을 상무로 발탁한다. 1969년생인 홍 상무는 이날 승진한 삼성전자 177명 임원 중 가장 어렸다. 그는 무선사업부 모바일솔루션센터(MSC)에서 모바일 운영체제 ‘바다(bada)’를 개발한 주역이었다. 홍 상무는 바다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자랑스런 삼성인상(기술상)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S급 인재로 통하던 그는 지난해 10월 구글코리아로 이직한다. 구글은 그의 영입을 비밀리에 추진했고 영입 후에도 공식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중략>

 

MSC는 ‘삼성도 OS를 만들어보자’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라는 비전을 꿈꿨던 조직이다. 삼성전자는 불과 설립 5년 남짓만에 실현 가능성 없다며 MSC를 정리했다. 그 여파로 지금도 삼성전자의 S급, A급 소프트웨어 인력의 이탈이 계속 되고 있다.

 

MSC의 수뇌부였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좋은 비전을 내세워 좋은 인재들을 MSC에 끌어왔는데 한번에 조직을 해체했다”면서 “삼성이 10년 아니 100년 내에 소프트웨어 인재를 다시 뽑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잃어버린 믿음을 다시 세우는 데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인가”라며 한탄했다. 앞으로 자동차든 가전이든 모든 기기가 소프트웨어 기반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MSC 운영과 해체 과정이야말로 삼성이 왜 소프트웨어 부문의 경쟁력이 떨어지냐에 대한 수만 가지 힌트를 제공해준다. SBC의 방송 ‘삼성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2부는 ‘왜 홍 상무는 구글로 갈 수밖에 없었나’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