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바다' 개발한 삼성 홍 상무는 왜 구글로 갔나
조선일보 2016.06.24 류현정 기자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6062302572&rank_all
2009년 12월 16일. 삼성전자는 만 40세 홍준성 수석 부장을 상무로 발탁한다. 1969년생인 홍 상무는 이날 승진한 삼성전자 177명 임원 중 가장 어렸다. 그는 무선사업부 모바일솔루션센터(MSC)에서 모바일 운영체제 ‘바다(bada)’를 개발한 주역이었다. 홍 상무는 바다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자랑스런 삼성인상(기술상)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S급 인재로 통하던 그는 지난해 10월 구글코리아로 이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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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1일 오전 8시. 삼성그룹은 사내 방송인 SBC를 통해 ‘삼성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1부 소프트웨어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20분짜리 프로그램을 각 계열사에 내보냈다. 방송의 상당 부분은 그룹 내 소프트웨어 인력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국내외 전문가의 지적으로 채워졌다.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구글은 2만3000명, 삼성전자는 3만2000명이지만, 문제해결 능력으로 따지면 삼성 인력의 1~2%만이 구글 입사가 가능한 수준”이란 코멘트도 나왔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작심하고 만든 방송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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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성 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현 구글코리아 사장)이 ‘바다’를 개발하던 2011년 삼성전자 사내 방송과 인터뷰하고 있다./삼성전자
오늘날 소프트웨어는 서비스 형태로 출시해 사용자와 호흡하게 하며 물을 주고 가꾸며 진화시켜야 하는데, 수뇌부는 하드웨어처럼 완제품같은 소프트웨어를 뚝딱 만들어주길 바랐다. 거대 사업자가 된 구글의 압력(유럽연합은 구글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독점 행위로 결론냈다)으로 중도에 하차한 삼성 앱이 한두개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압력이 들어올 때마다 전략 부재로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앞서 언급한 홍 전 상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가 총괄한 ‘바다 OS’ 개발 프로젝트는 좌초됐고, 심지어 2014년에는 그가 속했던 MSC이라는 조직 자체가 공중 분해됐다. 그가 방황하고 고민했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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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는 ‘삼성도 OS를 만들어보자’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라는 비전을 꿈꿨던 조직이다. 삼성전자는 불과 설립 5년 남짓만에 실현 가능성 없다며 MSC를 정리했다. 그 여파로 지금도 삼성전자의 S급, A급 소프트웨어 인력의 이탈이 계속 되고 있다.
MSC의 수뇌부였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좋은 비전을 내세워 좋은 인재들을 MSC에 끌어왔는데 한번에 조직을 해체했다”면서 “삼성이 10년 아니 100년 내에 소프트웨어 인재를 다시 뽑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잃어버린 믿음을 다시 세우는 데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인가”라며 한탄했다. 앞으로 자동차든 가전이든 모든 기기가 소프트웨어 기반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MSC 운영과 해체 과정이야말로 삼성이 왜 소프트웨어 부문의 경쟁력이 떨어지냐에 대한 수만 가지 힌트를 제공해준다. SBC의 방송 ‘삼성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2부는 ‘왜 홍 상무는 구글로 갈 수밖에 없었나’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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