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러더’ 꿈꾸는 구글, 정보주권까지 넘본다
동아일보 2016.06.18 임우선 기자
http://news.donga.com/3/all/20160618/78729610/1
한국 지도정보 끊임없이 요구하는 구글
4일 동아일보 단독 보도로 구글이 한국 지도 반출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진 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지도 반출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구글의 한국 지도 반출 논란은 ‘안보’와 ‘산업’, ‘정부’와 ‘기업’, ‘한국’과 ‘미국’이라는 다양한 가치가 섞여 있는 복잡한 문제다. 겉보기에는 단순히 ‘지도 데이터를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 같지만 그 안에는 안보 이슈뿐 아니라 정보주권, 산업주권과 같은 중요한 문제들이 내재돼 있다.
과연 어떤 선택이 궁극적으로 한국 이용자와 한국 사회를 위한 것인지 깊이 있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구글의 미래에 지도는 필수
최근 구글은 한국정부로부터 지도반출 허가를 얻기 위해 대정부 로비뿐 아니라 언론 홍보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구글은 해외로의 한국 지도 반출을 제한하는 국내법을 ‘규정’이 아닌 ‘규제’라고 전제하고, 지도 반출 금지 해제가 곧 ‘규제 개혁’이라는 논리를 폈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 관련 회의에도 직접 참석해 지도에 대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해외로 나갈 국내 스타트업이 국내에서 미리 구글지도를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을 꼭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정보기술(IT)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이는 규제 개혁과 창조경제, 스타트업을 국정 과제로 내건 현 정부를 의식한 전략적 키워드일 뿐, 구글이 한국의 지도 데이터를 절실히 원하는 건 결국 신산업 전개와 빅데이터 확보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산업은 IT가 중심이고, IT산업은 모바일이 모든 것인데, 모바일의 핵심은 바로 지도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도 데이터가 없으면 구글의 혁신적인 모바일 서비스는 대부분 돌아가지 않는다. 구글 지도뿐 아니라 구글 내비게이션, 내비게이션 기반 광고, 구글 무인차, 구글 글라스, 구글사물인터넷, 구글 드론 등 각종 서비스가 먹통이 된다. 이용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지도 데이터를 통해 해당 기기의 물리적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IT업계 엔지니어는 “앞으로 구글에서 또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지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게 무엇이든 지도 데이터가 없으면 구동이 안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 포기할 수 없는 알짜시장
구글은 세계를 지배하는 IT회사다. ‘작은 한국시장에서의 신규 사업 따위는 포기하면 그만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IT업계 관계자들은 “그냥 포기하기엔 한국은 꽤 아까운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매출’과 ‘데이터’가 바로 그것이다. 구글이 한국에서 올리는 정확한매출은 구글 외엔 아무도 모른다. 구글코리아는 유한회사 형태라 외부 감사나 공시 의무가 없다. 하지만 IT업계는 지난해 구글이 국내에서 수조 원의 매출과 1조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구글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앱 장터(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만 총 3조 원이 넘는 매출과 1조 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국가 자체는 작지만 규모 대비 수익은 매우 큰,한국은 그야말로 알짜배기 시장인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데이터 확보다. 글로벌 IT업계에서 구글의 데이터 사랑은 유명하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 수집에 대한 구글의 관심은 거의 집착 수준”이라며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데이터일지라도 절대 버리지 않고 축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금광 같은 존재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 높은 인터넷·스마트폰 이용률, 인구 밀집도 등 모든 면에서 한국만 한 데이터생산국이 없다.
실제 이미 구글은 한국 시장에서 엄청난 빅데이터를 가져가고 있다. 구글의 국내 스마트폰운영체제(OS) 점유율은 76.7%다. 이는 안드로이드 OS를 통해 수천만 개의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막대한 양의 개인 데이터가 구글의 해외 서버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 사이트 검색창에서 발생하는 검색어 데이터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구글이 한국에서 가져가는 데이터 총량은 가늠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 데이터 반출은 빅데이터 반출
만약 구글이 지도 데이터 확보를 통해 구글의 신규 서비스를 국내에서 전개할 수 있게 되면 매출 증대와 함께 각각의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최근 구글이 주력하고 있는 차량용 OS ‘안드로이드 오토’는 스마트폰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차량용 OS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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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도 데이터 반출은 겉보기엔 지도 데이터만 나가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이를 통해 엄청난 양의 각종 국내 빅데이터가 함께 해외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국내 IT업계가 ‘구글이 한국 지도를 이용하고 싶으면 국내에 서버나 데이터센터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는 정보화 시대의 ‘원유’라 불리는 자원”이라며 “특히나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도 각종 법규 때문에 활용을 못하는 상황인 만큼 구글이 이를 해외 서버로 가지고 나가 마음껏 가공하면 역차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공지능(AI)의 진화에서도 볼 수 있듯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할수록 서비스는 고도화된다.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구글이 이미 압도적인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용자 데이터까지 결합되면 이제 막 시작 단계인 한국 서비스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게IT업계의 논리다. 데이터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이 같은 상황을 “국산 농산물을 국내에서는 못 먹는데, 해외에서는 공짜로 가져다 요리하고, 되팔기까지 하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IT업계 “정보주권 지키려면 국내 서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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