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생계수단 아니다' 스위스의 기본소득 논쟁
연합뉴스 2016.06.04 제네바 서울=이광철 특파원 김아람 기자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6/03/0200000000AKR20160603087351009.HTML?input=1195m
사회안전망 잘 갖춰진 스위스 이례적 촉발… "임금, 생계와 무관해야"
반대 여론 높지만 로봇 시대에 인간 노동의 의미 재고
성인 매달 2천500 스위스프랑(약 300만원) 어린이와 청소년 등 미성년자 매월 650 스위스프랑(78만원).1인당 국민소득이 8만8천달러(1억원)인 부자 나라 스위스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기본소득'으로 제시된 금액이다.
스위스는 이달 5일(현지시간) 실업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정책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 들어간다.
복지가 탄탄한 스위스는 이미 실업이 개인에게 주는 타격을 완화하기에 충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고 있다. 12개월 이상 세금을 착실히 내면서 일하면 실직하고도 2년간 기존 임금의 70∼80%를 국가로부터 보장받는다.
기업이 외국 노동력을 고용하는 것도 까다롭기 때문에 노동시장은 다른 나라들보다 안정화돼 있다. 힘든 일자리에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을 투입하는 독일, 프랑스 등 이웃 국가와도 사회 분위기가 다르다.
실업률은 3.8%로 유럽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청년실업률도 6%대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도 모두가 아무런 조건이나 없이 일정 금액의 수입을 보장받는 것을 인권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현실화했다.
2013년 10월 조건없는 기본소득 도입을 처음으로 제안한 캠페인 단체인 BIS(Basic IncomeSwitzerland)는 기본소득이 인권과 직결되는 제도라고 강조한다. 단체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생계를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월급이 많든 적든 모두가 기본소득을 받아 최소한의 생계는 침범할 수 없는 권리가 되기 때문이다.
스위스 버스 정류장 앞 국민투표 포스터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스위스 버스 정류장 앞에 붙어 있는 국민투표 포스터. 스위스는 이달 5일 기본소득 외에도 연방정부 안 5건을 대상으로 국민투표를 한다. 2016.6.2 photo@yna.co.kr
기본소득이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면 직업 선택 폭이 넓어지고, 근로자의 권리도 강화할 것으로 단체는 기대했다. 생계에 대한 위협이 사용자가 노동자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도록 강요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 켄트대학의 파올로 다르다넬리 교수는 미국CNBC 방송 인터뷰에서 "스위스는 사회적 화합에 가치를 두고 있다. 불평등과 빈부 격차가 확대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기본소득 국민투표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논리의 한 축이다.
지난 4월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로봇 집회'가 열렸다. 로봇 탈을 쓴 활동가 수백 명이 기본소득 도입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도심을 행진했다. 이들은 로봇이 진화할수록 인간의 육체·사무직 노동자 일자리가 없어지므로, 로봇과 인간이 품위 있게 공존하려면 기본소득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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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동이 생계를 위한 수단이라는, 인류 역사에서 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던 사고는 부자나라 스위스에서 먼저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하는 '로봇 집회'[BIS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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