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위협, 공유경제, 그리고 일자리의 미래
매일노동뉴스 2016.05.31 조준상 전 KBS이사
http://m.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8362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을 통해 알파고로 상징되는 인공지능의 위협은 매우 빨리 대중적으로 퍼졌다. 여전히 "~카더라"는 방관 섞인 우려가 많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애플을 비롯한 초국적기업들이 중국에서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공장 자동화는 삼성전자 등에 대한 경쟁 압력을 매개로 해서 이런 한가한 우려를 매우 빠른 시일 안에 압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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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계·자동화 등과 관련한 논쟁은 역사적으로 끊이지 않았다. 기술결정론에 대한 비판과 ‘기술의 사회적 결정’이라는 테제는 그런 논쟁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사회적 결정은 결국 힘의 관계가 좌우한다고 할 때 노동의 힘이 점점 취약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현재로선 기술결정론적인 현실로 귀착이 될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
국내외 안팎에서 나오는 대책과 제안 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보편적 기본소득(BI)이다.
높은 실업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좌파 쪽에서 제안했던 이 대책은 직업의 있고 없음에 관계없이 인간으로서 생활하기 위한 최소한의 소득을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이런 발상은 이제 이념적 스펙트럼에 관계없이 진지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니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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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판이 아닌 보편적 적용판을 도입하기 위해선 사회보험 간의 조정과 정비 등 엄중한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보편적 기본소득 제도 도입은 부인할 수 없는 대안의 핵심 축으로 꼽을 만하다. 하지만 이것은 현상을 받아들이는 사후(ex post facto) 안전판에 해당한다. 관심은 사전 안전판은 없을까 하는 쪽으로 흐른다.
널리 입에 오르내리는 공유경제(shared economy)를 생각해 보자.
공유경제의 핵심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의 일부를 공동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내놓는(그렇지 않았으면 놀고 있었을 것이다)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매개가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내놓은 자산이 적절한 소비자와 연결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이런 연결이 이뤄지는 플랫폼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는 얘기다.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세금을 내느니 안 내느니, 진짜 공유경제니 아니니 하는 것을 따지려는 건 아니다. 제도 공백을 이용한 탈세는 명백한 잘못이며, 불공정한 경쟁을 통해 등록과 허가를 받는 기존 택시나 숙박업 등의 일자리를 뺏는 것에 해당한다. 제도 공백을 틈타 규모가 큰 오피스텔 소유자들이 기존 호텔업계에 대한 경쟁자로 나서고 있는 현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한 또 다른 ‘OtoO(online to offline)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비판까지 나오게 한다. 자동차를 렌트해 우버에 가입하는 행태도 이와 마찬가지 비판을 불러온다.
공유경제의 애초 문제의식을 살린다면, 누가 어떻게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현직이든 퇴직이든 자동차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노동자가 자동차의 노는 시간이나 일정한 기간 동안 노는 방을 내놓는다면, 그리고 이것을 노동계가 주도하는 협동조합 모델 로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점이다. 부업으로 시작한 사업이 어느새 본업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청년실업으로 고통받는 자식이 이 본업을 이어받을 수도 있다. 적극적인 형태로는, 노동자 소유의 집이 아니라 노동계가 조합비의 일부를 이용해 오피스텔을 공유경제로 조직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유경제 활성화의 6가지 조건 중 하나로 오스트레일리아 노동당이 제시한 “공유하려는 주된 자산은 본인의 소유여야 한다”는 조건은 제한적이다. 이렇게 조직화한 ‘소셜 에어비앤비’의 경우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호텔을 비롯해 기존 숙박업계에 몰아닥칠 인공지능의 자동화 위협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점이 있을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 위협은 다각적이다. 기존 노동자에 대해선 인원 축소와 임금 삭감 압력으로 다가올 건 너무 분명하다. 여기에 저항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만으론 노동의 고립화는 점점 심해질 것이고, 그 저항의 산출물도 노동계 자체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다. 청년실업의 문제까지 아울러 좀 더 넓고 크고 깊게 생각하는 시간과 공간이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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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 ‘관계 속 행복’의 관점으로 경제학을 재구성하다
스테파노 자마니, 루이지노 브루니 지음 |북돋움 펴냄 | 2015.02.15 출간
http://blog.daum.net/bstaebst/17748
[책소개]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중세 가톨릭 전통에서부터 출발하는 경제학사, 사회학과 경제학을 넘나드는 풍성한 논의를 담아낸 책이다. 시민경제학의 시각은 ‘자유시장-복지국가’ 모델이 부딪힌 저성장 ㆍ 고실업 문제에 새로운 해법을 내놓는다. 저자는 “모두에게 임금 노동의 형태로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개념은 순전한 유토피아적 발상이자 위험한 거짓말”이라며 “민간 부문에서 ‘해방된’ 노동력이 사적 시장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재화, 즉 관계재와 가치재를 생산하는 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내주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사회신용
-왜 기본소득이 필요한가
더글러스 지음 | 출판사 역사비평사 | 2016.04.14
http://blog.daum.net/bstaebst/17546
[책소개]
192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사회신용론’의 창시자 클리포드 H. 더글러스가 쓴 『사회신용』의 완역본이다. 이 책은 “왜 기본소득이 불황과 공황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경제학적 논리와 철학적 지향을 밝히고 있어서, 그동안 억눌려온 대안 경제 시스템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은행 시스템에 대한 비판, 공공통화의 필요성, 국민배당을 통한 분배 정의의 실현 등, ‘사회신용론’이 지향하고 있는 핵심적인 주장들이 이 책에 모두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저자 클리포드 H. 더글러스는 1879년에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 엔지니어로 생활하던 중 31세의 나이로 캠브리지 대학에서 4학기 동안 수학했고, 졸업하지 않은 채 학업을 그만두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직원으로 인도에서 근무한 것을 비롯해, 부에노스 아이레스 태평양 철도회사와 런던우체국 철도회사 등 기술자로서 대영제국의 각지를 돌아다녔으며,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잠시 영국공군(Royal Flying Corps.)에 복무하기도 했다.
그는 영국의 대형 기업체 100개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한 결과, 기업이 매주 원가로 지급하는 노임과 봉급과 배당의 합계액이 언제나 생산된 제품의 총가격에 미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1916년부터 그는 경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하여, 1920년에 『경제적 민주주의』(Economic Democracy)와 『신용권력과 민주주의』(Credit-Power and Democracy)을, 그리고 1924년에는 기본소득의 철학적 토대가 되는 이 책 『사회신용』(Social Credit)을 출간했다.
‘사회신용’이라고 알려진 그의 개혁 프로그램에는 두 개의 주춧돌이 있다. 그중 하나는 구매력과 제품 가격 간의 괴리를 해소할 수 있도록 ‘국민배당’(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다. 여기서 공정가격(Just Price)은 생산 시스템의 물리적 효율성이 증가한 만큼 소매가격을 인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두 요소를 통해 소비자는 원하는 만큼 생산된 제품을 구입할 수 있고, 그 소비는 자동적으로 생산의 지속을 보장해주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그는 기술자로서 은퇴하고 연구에 전념하며 여생을 보냈다. 그의 사상은 캐나다의 사회신용운동(1935년 앨버타 지방정부에서 실제로 채택했다)에 영감을 주었으며, 호주와 뉴질랜드에 그의 철학을 추종하는 정당의 설립에 영향을 미쳤다.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 지음 | 출판사 새로운현재 | 2016.04.20
http://blog.daum.net/bstaebst/17503
[책소개]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은 세계경제포럼 내 기업, 정부, 시민사회 및 청년 리더들로 이뤄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축적된 아이디어와 통찰력, 지혜를 집약한 크라우드소스 도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지금 이 순간부터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로써 이뤄질 수 있도록 공동의 이해와 책임을 어떻게 짊어져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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