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지금 필요한 경제 정책은 '민중의 양적 완화'일지도 모른다
조선일보 2016.03.19(토) 마크 뷰캐넌(블룸버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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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주범 찾아라 富 재분배 속도 떨어져 심화되는 빈부격차가 저성장 원인일 가능성
수많은 경제학자가 저성장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부채 과잉부터 세계경제 1위였던 미국의 쇠락, 전 세계경제의 판도 재편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최근 부(富)의 불평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가 최근 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란 '생산과 소비 주체인 개인과 기업이 상호작용하고 상품·서비스를 교환하는 일종의 거대한 네트워크'라고 가정해보자. 이론적으로는 어떤 집단이든 다른 집단과 물건을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경제에서 거래를 제한하는 요소는 거래에 필요한 예산뿐이다. 그동안 경제학자들은 이런 '무작위 교환 경제(random exchange economy)' 모형을 기반으로 어떻게 경제 활동이 균형을 이루거나 불균형 상태가 되는지 연구했다.
최근 일부 유럽 물리학자가 '불평등 수준이 심각하게 변했을 때 거래(소비 등 경제 활동)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이 경제 모델을 분석했다. 물리학을 응용해 복잡한 수학적인 기법으로 연구를 진행했지만, 분석 결과만큼은 명확하다. 불평등 수준이 올라갈수록 전반적인 경제활동은 위축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중략>
현대 사회의 불평등 문제는 전통적인 경제학 모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경제활동 방식이 복잡해진 탓이다.
불평등 자체는 경기 침체나 경영 활동의 원인이 아니다. 하지만 부가 재분배되는 속도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떨어진 사실에 비춰 볼 때, 불평등의 심화가 전 세계적인 저성장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최근 수많은 연구 결과가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주장한 '구조적인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경기 침체와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세계경제가 만성적인 수요 부진에 빠진 상태)론'을 뒷받침한다.
만약 빈부 격차 심화가 저성장의 주요 원인이 맞다면, 다양한 정책적인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불평등 연구에서 나온 발견 중 하나는 '분수효과(trickle up)'다.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같은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정책은 대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혜택이 전해지고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낙수효과(trickle down)를 기대한다. 하지만 불평등 수준이 아주 심각할 때는 정부가 시중에 푼 돈은 저소득층보다 투자나 생산 수단을 가진 부유층에게 더 흘러든다. 결국 정부 투자나 지원책의 혜택을 부유층과 고소득자들이 누리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결과적으로 기대한 경기 부양 효과도 얻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기업 지원이나 부유층 감세 정책보다 저소득층과 서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늘리는 편이 더 적절한 경기 부양책일 수 있다.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을 부양할 뿐이다. 주가가 올라서 생긴 부는 소수의 자산가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의 지출로 이어지기 어렵다.
오히려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책은 전 국민의 은행 계좌에 일률적으로 돈을 입금해주는, 이른바 '민중의 양적 완화(people's quantitative easing)'다. 그 돈을 빚을 갚는 데 쓰느냐 소비에 쓰느냐는 개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경제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근로자와 서민들은 앞으로 점점 더 소득 불평등과 빈부 격차 문제에 강한 불만을 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제안한 민중의 양적 완화론이 날이 갈수록 더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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